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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리나라 면허체계를 부정하고 무면허의료행위를 조장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






대한의사협회는 2017. 9. 6일 자유한국당 김명연의원이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진단용방사선발생장치)을 허용하는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것에 대해 경악 수준을 넘어 분노를 금치 못한다. 

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수호, 올바른 보건의료체계를 위해 공명정대해야 할 국회의원이 앞장서서 우리나라 의료체계와 면허체계를 부정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은 13만 의사회원의 면허영역(의료행위)을 침탈하려는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범의료계 차원에서 대응할 것임을 선언한다.

의료행위란 일반적으로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를 의미하며, 한방의료행위는 사회통념상 옛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를 의미한다. 

이에 우리나라 의료체계와 면허제도 역시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를 구별하고 있으며, 의사는 의료행위를 하여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고, 한의사는 한방의료행위를 하여 한방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의료기기란 현대의학 및 과학에 기반을 두고 개발된 기기를 말하며, 한방의료기기는 맥진기, 양도락기, 부황과 같이 한방원리에 근거를 둔 기기들로, 이번 의료법 개정을 통해 한의사에게 허용하겠다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는 과학적 원리에 의해 개발된 명백한 ‘의료기기’로, 이는 의사들에게만 사용이 허가된 것이다. 

이렇게 의사들에게 허용된 의료기기를 법을 개정하여 교육을 이수한 한의사들이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겠다는 것은 현대의학과 한의학을 구분한 현행 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또한 일정 교육을 이수하면 무자격자에게도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의료인 면허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은 한방원리에 입각한 한방의료행위가 아니라, 의사면허가 전제되어야 하는 ‘의료행위’라는 것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입장으로[대법원 2011. 5. 26. 선고 2009도6980 판결, 헌법재판소 2013. 2. 28. 자 2011헌바398 결정], 한의사가 이러한 진단용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할 경우 그 면허범위를 벗어난 무면허 의료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한의사가 방사선으로 성장판 검사를 하는 것, CT 촬영을 실시하는 것, X-선을 이용하여 골밀도 측정을 하는 것은 의료법에 위반된다고 판결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06. 6. 30. 선고 2005누1758 판결,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09도6980 판결], 헌법재판소도 한의사가 초음파골밀도측정기를 사용한 것, 초음파진단기로 경부초음파 진단을 한 것은 의료법위반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2012. 2. 23. 선고 2009헌마623, 2010헌마109 판결].

이처럼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일관되게 의학과 한의학은 구별되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면허범위 외의 의료행위를 행한 것으로 이는 불법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의료법에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한 자체가 초법적이고 헌법위반에 해당된다.

특히,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에 큰 위해를 끼칠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실제로 한의사가 IPL, 초음파 등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여 환자들에게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는 수없이 많으며, 심지어 한의사 단체의 대표라는 자도 의료기기사용 공개시연에서 오진을 하여, 오히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의 문제점을 널리 알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회의원은 특정 직역의 대변인이 아니다. 모든 국민을 대표하며, 누구보다 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국회의원이 법과 제도를 무시한 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며 특정 직역의 이익을 위해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자 본분을 망각한 처사이다. 

한의사에게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하게 하여 무면허의료행위를 조장하는 초법적인 의료법개정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이다.


2017. 9. 6.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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