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필요로 하는 환자와 의료진 누구나 자료 열람 가능
국내 부신백질이영양증 환자들을 위한 식사요법을 다룬 책 ‘부신백질이영양증의 식사요법’이 탄생했다. 환자들은 식사 시 포화지방산 섭취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지만 그간 한국인의 식생활에 초점을 맞춘 자료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영화 ‘로렌조 오일’로 잘 알려진 부신백질이영양증은 뇌의 백질이 손상돼 발생하는 유전성 대사질환의 일종이다. 병의 원인 물질이 포화긴꼬리지방산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포화지방산이 포함된 음식을 자유롭게 먹기 어렵다.
책은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강훈철 교수와 정을식 약리학 기초전공의, 이송미 영양팀장, 김진수 임상영양파트장, 이은주 임상영양사, 서지선 임상영양사, CJ 프레시웨이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강 교수는 2002년부터 국내 부신백질이영양증 가족 모임 자문의로 활동해 왔다. 환자 수도 적고 그만큼 병에 대한 관심도 높지 않아 늘 안타까웠다. 무엇보다 환자들이 국내에서는 식사요법에 대해 자세히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마음에 걸렸다. 직접 환우들에게 줄 값진 선물을 마련해보자고 마음먹은 것이 책 제작의 출발이었다.
그의 자문과 영양팀의 전문성이 만나 국내 환자들이 적용 가능한 명확한 식사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책은 국내에서 주로 소비되는 식품을 중심으로 무엇을 얼마나 어떤 방법으로 먹어야 하는지, 꼭 섭취해야 하는 로렌조 오일을 다양하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병의 진행을 최대한 막으면서도 일반인처럼 맛있는 요리를 맛볼 수 있도록 영양 구성에 각별히 신경 쓴 레시피들도 함께 실렸다. 환자들과 직접 만나 무엇이 먹고 싶은지, 힘든 점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눈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영양팀은 강 교수의 의학적 자문을 바탕으로 포화지방산을 대체하고 제한할 방안을 찾아가면서 환자들이 요청한 요리의 레시피를 구성해냈다. 이 덕분에 오븐 돈까스, 온리원스파게티, 클램차우더, 큐브 포테이토, 나만의 햄버거, 프렌치 머랭스틱 등 환자들에게 제한되었던 요리들에 대해서도 환자 맞춤형 레시피가 탄생했다.
배순태 부신백질이영양증 모임 대표는 서문에서 “미국 내에서 정리된 식사요법 자료는 음식 문화가 달라 많이 혼란스러웠다”면서 “우리 음식과 관련된 책이 생겼으면 하는 간절함이 이제야 이뤄지게 됐다”고 기쁨을 표했다.
책을 필요로 하는 환자와 의료진은 저작권법 준수를 전제로 누구나 자료 열람이 가능하다. 책 내용은 부신백질이영양증모임 웹사이트(www.ald.or.kr)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책 제작에는 행복한재단, 크라운 해태 제과 그룹, 서울의과학연구소의 후원도 함께했다.
강 교수는 “무엇이라도 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뜻을 함께하는 분들과 만나 결실을 맺어 기쁘다”면서 “책이 환우들의 식생활 관련 삶의 질 향상과 건강에 작은 도움이나마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