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심장병으로 잃은 가정 둘째도 심장병, 한국서 수술하고 희망 찾다
심장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베트남 아기가 아주대병원과 경기도의 해외환자 나눔의료 사업의 무료 수술 덕분에 건강을 찾게 됐다.
이 희망 이야기의 주인공은 농 티 투이 두엔(Nong Thi Thuy Duyen, 1년 11개월)이다. 두엔은 하노이에서 차로 10시간 가량 북쪽으로 올라가야 갈 수 있는 중국과 인접한 Bac Can 지역에서 Tay족(베트남 비주류 종족으로 교육, 의료, 복지 혜택 받기 어려움)의 소작농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두엔의 엄마 호앙 티 레(Hoang Thi Le, 22세) 씨는 두엔이 생후 2개월 즈음 동네 보건소로 진료를 온 현지 병원 의사에게 아기의 심장이 너무 빨리 뛴다는 소리를 들었다. 두엔을 데리고 찾아간 하노이 비엣덕 병원(Viet Duc Friendship Hospital)에서는 아기에게 심장병이 있으니 검사와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두엔의 부모는 앞이 캄캄했다. 첫 아이를 출생 6개월 만에 심장병으로 잃었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문제를 간신히 해결하는 형편이라 딸의 치료비를 물어보고 어쩔 도리 없이 아픈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속수무책으로 딸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두엔의 부모는 병원에 다녀온 지 2개월 정도 지나서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비엣덕 병원에서 선의재단과 연락이 됐고, 선의재단을 통해 경기도와 아주대병원이 시행하는 해외한자 나눔의료 사업의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12월 21일 엄마 레 씨와 입국한 두엔은 바로 아주대병원에 입원하여 정확한 상태를 알아보기 위한 검사를 받았다. 소아청소년과 정수인 교수는 심초음파 등 검사를 통해 “두엔은 좌심실과 우심실 사이 중간 벽에 구멍이 있는 심실중격결손증(VSD)”이라고 진단하고 “결손이 자연폐쇄할 가능성이 낮고 방치하면 심한 폐혈관 폐쇄질환(아이젠맹거증후군) 등 합병증 가능성도 있어 수술해야 한다. 환아가 너무 어려서 힘든 점은 있지만 환자의 상태를 볼 때 지금이 수술 적기”라고 판단했다.
12월 26일 아침 소아심장외과 권위자인 홍유선 교수(흉부외과)가 두엔의 심실중격결손 교정술을 집도했다. 홍 교수는 “두엔의 가슴을 열고 심실중격결손을 폐쇄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약 2주간 수술 상처 관리와 6개월 정도 심내막염 예방에 주의를 기울인 후 환아의 상태가 안정되면 앞으로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두엔은 수술 후 심하게 움직여 수술 다음날인 27일 수술부위 흉골을 재고정하는 수술을 한차례 받았으나 수술 후 큰 합병증 없이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레 씨는 “첫 아이를 심장병으로 잃고 얻은 두엔이 심장병인 걸 알았을 때 너무나 두려웠고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때에는 억장이 무너졌다”고 회상하고 “두엔에게는 다른 바람 없이 건강하게 자라주기 바라고 커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기를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주대병원에 온 지 20일 만에 아기가 건강한 모습으로 집으로 갈 수 있어 정말 기쁘고 두엔을 위해 애써 주신 아주대병원과 경기도, 선의재단 등 모든 분에게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가슴 깊이 거듭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인사했다.
탁승제 아주대병원장은 “아주대병원과 경기도의 좋은 파트너십 덕분에 절망에 빠진 가정에 희망으로 주게 됐다. 두엔이 베트남으로 돌아가 건강하고 밝게 자라기를 기원하고, 아주대병원은 앞으로도 경기도과 협력하여 해외환자 나눔의료를 적극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주대병원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베트남을 대상으로 의료인 연수 82명, 현지 의료봉사 3회, 학술대회 2회 개최 등 다양한 보건의료사업을 진행해 왔다. 경기도와는 동일한 사업을 통해 2015년에 한 번도 서거나 걸어본 적 없는 캄보디아 환아(당시 17개월)를 수술하여 걸을 수 있도록 도와준 적이 있다.
경기도는 의료 나눔문화를 확산하고 경기도 우수 의료기술을 해외에 홍보하기 위해 2014년 글로벌 나눔의료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을 통해 2017년까지 러시아, 베트남, 카자흐스탄, 몽골, 캄보디아, 키르키즈스탄 등에서 환자 12명이 혜택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