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위협하지만 몰라도 너무 모르는 ‘암’,
얼마 전 젊은 유명 배우의 투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생소한 암인 ‘비인두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코의 뒤쪽에서 시작하여 구강 뒤쪽에서 식도 입구로 이어지는 부위를 ‘인두’라고 하는데, 비인두는 코의 뒤쪽에 위치한 부위를 지칭한다. 비인두암은 바로 여기서 발생하는 암으로 머리와 목에서 발생하는 암인 ‘두경부암’ 중의 하나다.
이처럼 인두암을 비롯한 후두암, 구강암, 비강 및 부비동암 등 뇌와 눈을 제외하고 얼굴과 목 사이의 30곳이 넘는 부위에서 발생하는 암을 모두 포함하는 두경부암은 국내에서 연간 약 4,400명 정도 발병하는 비교적 드문 암(갑상선 제외)이다. 다만 말하고, 음식을 삼키고, 숨 쉬는 기관에 발생하는 질환 특성상, 암이 발병하면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 특히 다른 암과 달리 수술 후 감출 수 없는 얼굴 기형뿐 아니라 목소리를 잃어버리거나 음식을 삼킬 수 없는 등의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해 평범한 일상에 대한 상실감 또한 커, 사회적인 관심을 요한다.
이대목동병원 두경부암·갑상선센터장 김한수 교수는 “두경부암이 폐암이나 위암 대비 발생 빈도는 낮지만 흡연 인구와 폭음하는 술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의 생활 패턴을 고려한다면 결코 간과해선 안 되는 암”이라며 “갑자기 쉰 목소리가 나고 입안에 염증이나 혓바늘, 궤양 등이 2주 이상 지속될 때, 한쪽 코가 계속 막히거나 입 냄새 심한 경우, 피가 섞인 콧물이 동반될 때는 두경부암을 의심해 보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으며, 두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질환의 원인이 되는 나쁜 생활습관을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이대목동병원은 ‘두경부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5가지 생활수칙을 발표했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금연’
두경부암 환자의 약 85%가 흡연과 관련이 있을 만큼, 흡연은 두경부암의 주요 원인 인자이다. 담배에 존재하는 수많은 유해 물질들이 구강이나 인두, 후두 점막에 만성적으로 접촉되면 점막의 세포 변이를 유발, 무질서하게 성장해 암이 발생한다. 대개 금연한 지 6년이 지나면 두경부암의 발병률이 크게 감소하고, 약 15년이 지나면 일반인과 발병률이 비슷해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담배는 물론, 과도한 음주 멀리해야
과도한 음주는 인두암과 구강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 또 흡연자의 음주는 흡연만 하는 경우보다 암의 발생률을 더욱 높인다. 구강암은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같이 하면 암 발생률이 약 20~30배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당하게 음주를 즐기려면, 술자리에 가기 전 자신의 음주량을 정해 놓고 지키려 노력하며,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가글, 틀니 세척 등으로 구강 청결 유지해야
구강의 위생 상태가 좋지 못하면 구강 내에 염증이 생긴다. 이는 상피 세포의 변성을 초래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암으로 변하게 된다. 양치질과 가글도 도움이 되며, 또 틀니(의치)가 잘 맞지 않는다면 담배 찌꺼기, 음식물 등이 틀니의 틈새에 쌓여 구강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틀니를 하는 사람은 적어도 5년에 한 번은 주치의에게 자신의 틀니를 치아와 잇몸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좋고, 잘 때는 매일 빼서 깨끗이 세척해야 한다.
건강한 성생활 유지 필요
두경부암의 또 다른 원인 인자는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이다. 흔히 자궁암의 위험 인자로만 알려져 있으나 두경부암의 중요한 발병 위험 요소 중 하나이다. 감염은 주로 성관계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건강한 성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경험이 시작되기 이전 시기에 예방접종을 하면 이론적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단, HPV에 감염된 모든 사람이 두경부암에 걸리지는 않는다.
흡연과 음주를 즐기는 중년이라면 매년 정기 검진 권장
두경부암의 발견 시기는 생존율을 좌우하기 때문에 조기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초기(1~2기)에 암이 진단이 되면 생존율이 80~90%에 이르지만, 말기(3~4기)엔 약 30%대로 크게 떨어진다. 잦은 흡연과 음주를 즐기는 40~50대 이상의 연령은 적어도 1년에 한번 이비인후과를 찾아 두경부암 검진을 받는 것을 권장한다.
이대목동병원 두경부암·갑상선센터장 김한수 교수는 “두경부암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인을 위협하는 까다로운 암 중 하나이다. 두경부는 뇌로 가는 혈관과 신경이 많아 수술이 복잡하고,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 이후에도 수술 부위가 본래의 기능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제대로 재건해 주는 과정이 뒤따르기 때문이다”며 “그만큼 평소 관심을 갖고 올바른 생활 습관 유지와 정기 검진을 통한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