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는 표적치료제의 개발이 큰 몫을 하고 있다. 덕분에 입원 없이 통원 치료를 받으며 정상 생활을 하는 말기암 환자들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값비싼 해외 신약을 임상 연구를 통해 환자들에게 신속히 공급하는 종양내과의들의 수고가 뒷받침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방영주 교수는 각종 표적치료제에 대한 국내 임상을 선도하며 재발암, 희귀암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있다. 암전문의들은 죽음의 문턱에 선 환자들과 함께 하기에 심적 부담이나 우울감에 쉽게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방영주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 중에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밝은 웃음을 보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방교수는 현재 서울대학교 내과학교실 주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희귀암으로 알려진 ROS양성 비소세포성폐암 임상 결과를 NEJM에 발표하는 등, 해외 최신치료제를 국내서 임상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주로 위암을 연구하고 계신데요, 특별한 동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고, 암에 의한 사망원인 1위인 암이었습니다. 더욱이 위암은 서구의 선진국에선 흔히 발생하는 암이 아니기에, 선진국의 연구자나 제약회사들은 위암에 대하여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연구를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위암의 발생과정이나 새로운 치료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였고, 이런 의지가 저의 선택으로 이어졌습니다.
한국인이 통계적으로 위암 발병률이 높은 편입니다. 이것을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와 관련시키는 전문가들이 있는데요, 한국인의 일상적인 식생활보다는 유전적인 원인이 더 크다고 보시는지 문의 드립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위암도 환경 요인이 훨씬 중요합니다. 그러기에 예방이 가능하기도 한 것입니다.
현재 위암의 발암원인으로 명확히 규명되어 있는 것은 헬리코박터 감염(Helicobacter pylori)와 흡연입니다. 그리고 식이가 위암발생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짠 음식, 태우거나 훈제한 음식, 가공한 육류 등이 위암의 발병을 높이고, 신선한 야채나 과일의 섭취는 위암의 발생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4년도에 보험 등재된 항암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항암제들도 많이 있는데요, 급여 적용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시는 약들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고가의 표적치료제들이 아직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환자나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일부 치료제는 한 달 약값이 1000만원 정도에 이르니 사실, 대부분의 환자가 이 약을 보험급여 없이 복용하기는 불가능합니다. 한편 이러한 고가 항암제를 보험급여하자니, 제한된 건강보험공단으로서도 아주 난처한 상황입니다. 제안을 한 가지 한다면, 현재 암환자에 대한 보험급여는 95%를 보험공단에서 내고 환자가 5%만 부담하는데, 고가 항암제의 경우 본인 부담률을 높여서 급여하면 환자도 도움 되고 공단도 부담을 덜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화학요법이나 방사능치료에 비해 표적치료제는 부작용이 적다고 들었습니다. 종양내과의로서 표적치료제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고 계신지요?
네, 표적을 지닌 암환자에서는 표적치료제가 기존의 화학요법에 비해 더 효과적이고 부작용도 덜하니 환자는 물론 종양내과의들도 많이 좋아합니다. 한편, 표적을 지니지 않은 암환자들에게는 이러한 표적치료제가 효과가 전혀 없으니 그 점은 상기되어야 합니다.
다만,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 모두 점점 진화되고 있어서 심각한 부작용이 점차 개선되고 있습니다. 또한 환자들이 의사를 믿는 맘으로 항암치료 중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합니다.
종양내과 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 세 가지 정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물론 제가 진료한 환자가 완치된 경우이지요.
진단시, 암종이 나쁘거나 상당히 진행되어 치유될 가능성이 낮았던 환자가 완치가 되면 더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젊은 나이의 암환자의 경우는 그 보람이 특히 큽니다. 제 환자 중에 몇 년 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다, 직장에 들어갔다고 오는 청년들을 보면 아주 뿌듯합니다.
5월이 되면 어린이 손을 잡고 부인과 함께 인사하러 오던 청년이 있었습니다. 암도 고치고 아이도 낫게 되어 너무 행복해 했습니다. 요즘은 안 오는데 제가 따뜻하게 맞아주지 않아서 그럴 겁니다. 마음속으로 너무 감사한데 제가 그런 내색을 잘 안하거든요.
고치지는 못해도 예상보다 많이 오래 사는 경우도 보람이 큽니다. 어떤 분들은 그 덕에 쓰던 글을 마칠 수 있었다, 원하는 여행을 하였다 하며 좋아해 주시는데, 정말 의사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순간입니다.
결국은 환자가 돌아가셨는데, 한 달 쯤 지나 가족분들이 감사의 뜻을 전하려고 일부러 찾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분은 돌아가셨지만 내가 그래도 그분들에게 최선을 다했구나 하는 자부심이 들곤 하지요.
치명적인 질환인 암 화자들을 진료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대신 치료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보람도 매우 큽니다. 그 힘으로 계속 이 일을 하는 것이지요.
음악, 미술, 연극, 스포츠 등 의사선생님들의 취미생활도 다양한데요, 특별히 즐기는 분야는 어떤 것인지요?
우선 운동을 꾸준히 하려고 애를 많이 씁니다. 가능하면 하루 1만보 이상 걸으려고 노력하고요, 주말엔 등산, 골프 등 걷는 운동을 많이 합니다. 겨울에는 요가나 필라테스를 합니다. 운동은 노화나 암의 발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답니다. 스포츠 관람도 아주 즐기는데, 특히 프로야구를 좋아합니다. LG의 광팬입니다.
그 외 여러 가지로 골고루 즐기는데, 특별하게 즐기는 것은 없습니다.
암환자들을 매일 대하다 보면 심적 스트레스가 많으실 것 같은데요,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치명적인 질환을 가진 환자분들, 그리고 그 가족분들을 대하는 것은 스트레스가 아주 많은 일입니다. 다행히 제가 잘 견디는 편이지요. 스트레스가 많아질 때는 걷거나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며 주의를 환기하고 마음을 비웁니다.
수상경력이 많으신데요, 개인적으로 의미가 큰 수상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상은 다 고맙고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를 고르라면 일본의 고바야시 암연구재단으로부터 받은 상을 꼽아야겠습니다. 어찌 보면 국제적인 인정을 받은 것이니까요.
앞으로 적극적으로 연구해 보고 싶으신 관심분야에 대해 자세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많은 연구를 할 기회가 있었고, 그 중 여러 연구는 치료방법을 바꾸는 연구였습니다. 영어로 practice changing study 라고 합니다. 보람도 크고, 그러한 기회를 갖게 해준 많은 분들께 감사드려야죠.
최근에는 새로운 항암제의 중개연구와 1상 임상연구에 관심이 많습니다. 보다 효과적인 항암제를 개발하는 일을 정년 전까지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다른 한편, 제 동료나 후배들의 연구를 조금이나마 옆에서 도와주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청출어람이라는 말도 있듯이 제 후배들이 더 잘하는 것을 보면 그 후배는 물론 제가 무척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