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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더불어민주당과 보건복지부는 의료계 향한 졸렬한 보복 조치 중단하라]

2020. 10. 14.



‘졸렬하다’는 표현은 사람이나 그 언행이 옹졸하고 보잘 것 없을 때 사용한다. 비슷한 말로는 ‘좀스럽다’, ‘비열하다’ 등이 있다. 일방적이고 억압적인 정책 추진에 반발한 의료계가 유례없는 파업으로 항거했고 9월 4일 정책 중단과 원점 재논의를 명문화한 당정과 의료계 사이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이후 정부와 여당의 말과 행동은 한마디로 졸렬하기 짝이 없다. 


‘진정성 있는 논의’를 거듭 운운하며 의료계에 대화를 읍소하던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하루가 멀다하고 자극적인 언어와 보복성 입법을 쏟아내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답지도 여당답지도 못한 소인배적인 작태가 아닐 수 없다. 한 나라를 책임지는 국회와 행정부에 신용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처음에는 국가시험 당사자인 의대생들의 응시 의향을 문제 삼더니 슬그머니 국민 정서를 내세워 ‘사과하라’, ‘반성하라’는 등 훈수를 놓으며 갑질하는 보건복지부의 모습은 비겁하고 유치하다. 한 나라의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취할 태도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의사 파업의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 감히 국민에게 물어볼 자신이 있는가. 당당하다면 답해보라.

장관이 스스로 인정하였듯이 1년 넘게 관련 정책을 준비하면서 단 한번도 의사들의 의견을 묻지 않아 화를 자초한 당사자가 바로 보건복지부다. 졸속 행정으로 체면을 구긴 정부가 의대생들의 국가시험 미응시로 빚어질 사회적 손실과 혼란에 대해서는 눈 감은 채 오로지 애꿎은 학생들을 볼모 삼아 자존심만 세우려 드니 어떻게 한 나라의 정부가 이토록 치졸한가.   

이를 수수방관하며 은근히 부추기고 있는 여당 역시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12일 의대생들을 향해 "비겁하게 병원장 뒤에 숨고 있다"며 비난했다. 하지만 정말 비겁한 것은 의료계 몰래 정책을 추진하면서 제대로 된 공청회나 공식적인 의견조회 한번 없이 졸속 정책을 밀어붙인 이 정부와 여당이며, 의료계가 반발하자 뒤늦게 진정성 있는 대화 운운하다가 합의가 끝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온갖 보복성 법안을 쏟아내며 의사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일부 몰상식한 정치인들이다. 

필수 의료를 함께 살리자고 합의한 정책협약 합의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제정신으로는 대한민국에서 의사하지 말라는 법안만 내놓으며 의사 죽이기에 혈안이 된 모습은 마치 코로나19 위기에서 ‘코로나 전사’와 ‘의인’이라며 의료인을 칭송하고 "덕분에"를 외치다가 안면몰수하고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정원 확대를 발표하여 의료계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던 그 때와 같은 기시감마저 들 지경이다. 

더 큰 문제는 180석 여당의 막강한 힘으로 자신들을 따르지 않는 전문가집단을 굴복시키고 길들이겠다는 노골적인 권위주의이다. 거기에 일부 극성 지지자들의 정서를 국민 대다수의 생각인 것처럼 포장하여 ‘국민 여론’이라면서 나라를 위해서라면 일개 의사 개인의 권리와 행복은 무시되어도 된다는 식으로 의료계를 몰아붙이는 전체주의적 폭압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것이 과연 ‘촛불혁명’을 자랑스러워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모습인가. 

대한의사협회는 여당과 정부의 의료계를 향한 보복 조치에 대하여 매우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 당정은 즉시 이와 같은 졸렬한 행위를 중단하고 진정성을 갖고 9·4 합의를 이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오늘의 경고를 무시함으로써 빚어지는 모든 결과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책임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2020. 10. 14.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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