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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신

과일장사하며 모은 전재산 고려대 기부의사 밝힌 노부부

10월 25일(목) 오후 5시, 본관에서 기부식
“학생들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길”


200억 토지 및 건물 기부, 향후 추가 200억 기부의사 전해



“우리 부부가 50여 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억척스럽게 모은 재산을 대한민국 최고의 사학인 고려대학교에 기부하게 돼서 무엇보다 기쁩니다.”

10월 25일(목) 오후 5시 고려대 본관에서 열린 기부식의 주인공은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살고 있는 김영석 선생(91)과 양영애 여사(83) 부부다.

이들 부부는 시가 200억 상당의 청량리 소재 토지 5필지와 건물 4동을 고려대학교의 학생 교육과 학교발전을 위해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이사장 김재호)에 기부했다. 그리고 이른 시일 내에 추가로 시가 200억 상당의 토지 6필지, 건물 4동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재산을 기부한 김영석 선생은 강원도 평강군 남면이 고향인 실향민으로 15살에 부모를 여의고 17살에 월남했다. 그에게는 고향에 2명의 형제가 있었다. 그는 남쪽에 가서 1년 동안 돈을 벌어오겠다고 말하고 고향을 떠났는데 끝내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다. 월남한 이후에 양평에서 머슴살이를 하는 등 온갖 고생을 하면서 6.25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국군으로 참전한 국가유공자이기도 하다.

양영애 여사는 경북 상주가 고향으로 6남매 중 둘째로, 23살에 지금의 남편을 중매를 통해 만나 결혼했다.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그는 결혼 후 식모살이, 식당 일 등 온갖 고생을 하다가 1960년대 초 종로 5가에서 리어카로 과일을 파는 노점 과일장사를 남편과 함께 시작했다. 노점에서 몇 년간 장사를 하다가 시장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점포를 얻어 장사를 하게 됐다.

당시 종로 5가 시장통에는 밤에 과일을 납품하는 트럭이 들어왔는데 다른 사람들은 새벽 4시가 넘어서 물건을 떼러 나오지만 자신은 더 좋은 과일을 받기 위해서 매일 밤 12시경에 시장에 도착해서 과일을 구매했다. 당시 청량리부터 서대문까지 전차가 다녔지만 교통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전차를 타지 않고 청량리부터 종로 5가까지 1시간 거리를 매일 걸어다녔다. 당시에는 통행금지가 있었기 때문에 걸어서 시장에 가다가 파출소 순경에게 통행금지 위반으로 잡히기도 여러 번 했었다. 그러나 무엇을 하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좋은 과일을 좋은 가격에 팔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과일이 좋다는 소문이 나서 자신의 가게는 개점한 후 3~4시간이면 과일이 다 팔려나가는 가게가 됐다.



과일 장사가 끝난 뒤에는 늦은 밤까지 남의 식당에서 일해주고 대신 밥을 공짜로 얻어  먹었다. 30년간 과일장사를 하면서 100원이라도 수중에 들어오면 쓰지 않고 그대로 은행에 입금하고, 옷, 신발, 양말 등도 사지 않고 얻어 입으면서 근검절약을 실천하며 살아 왔다. 이런 습관이 몸에 배어 지금도 20~30년 된 옷을 입고 살고 있다.

알뜰하게 아끼고 모은 돈을 종자돈으로 은행 대출을 얻어 1976년도에 처음으로 청량리에 상가건물을 매입했다. 과일장사를 하면서 번 돈으로 허리띠를 졸라가면서 아끼고 절약한 돈으로 빌린 돈을 갚아나갔고, 주변의 건물들을 하나 둘 더 매입하게 되었다. 빌린 돈의 원리금을 갚기 위해서 생일 한 번 못 챙기고, 남들 다 가는 여행 한 번 가지 못했지만 괘념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건물에 입주한 입주업체들은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이니까 임대료를 가급적 올리지 않고 저렴하게 유지해서 오래도록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해왔다. 

부부는 오래 전에 두 아들이 미국에 이민가서 자리 잡고 살고 있기 때문에 재산을 물려주기보다는 좋은 곳에 쓰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시절에 인촌 김성수 선생이 거액의 사재를 털어 안암동에 고려대학교 부지를 마련하고 건물을 세워 학교를 경영하면서 많은 인재를 키워냈다는 얘기를 듣고 육영사업을 위해 재산을 사용할 수 있다면 보람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양영애 여사는 “나같이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사람이 학교에 기부할 수 있어서 우리 부부는 너무 기쁘다”고 하면서 “기부한 재산이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힘이 되고,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는데 소중하게 잘 사용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염재호 고려대학교 총장은 “평생 동안 땀흘리고 고생해서 모은 재산을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 인재양성을 위해 기부한 두 분의 고귀한 마음에 감사드리고, 앞으로 기부자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학교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이날 기부식에는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김재호 이사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유병현 대외협력처장 겸 기금기획본부장 등이 참석해 기부자 부부에게 기부증서와 감사패를 전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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