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성명서 ;
세월호 사고 1주기에 국민과 언론에 드리는 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로 우리는 실종자 9명을 포함하여 304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었습니다. 커다란 상실감에 우리 모두가 슬퍼하고 애도했으며 스스로를 돌아보며 변화를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1년, 이제 1주기를 맞게 됩니다.
재난이 발생한 후 1주기는 생존자와 유가족들에게는 고통이 배가되는 힘든 시기입니다. ‘기념일 반응’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심리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념일 반응은 희생자의 기일, 명절, 생일 등 희생자를 연상하게 되는 시기에 평소보다 더 우울하고 슬퍼지는 반응입니다.
이 시기에 다시 우울과 불안이 악화되거나 최악의 경우 스스로 죽음을 생각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1주기에는 재난의 피해자와 관련자는 물론 우리가 아끼는 주변 사람들에게 더욱 큰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만일 기념일 반응이 심각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합니다. 때로 정신건강 전문가를 만날 필요도 있습니다.
1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안타깝게도 유가족들의 마음은 아직 일상과 현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애도의 과정을 밟을만한 사회적 분위기가 아직 조성되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재난이 가져오는 최악의 결과는 개인과 공동체의 파괴입니다. 이분들의 마음을 보다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신뢰와 배려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일 것입니다.
세월호 사고는 재난 후 심리지원의 중요성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국민의 관심과 함께 정신건강증진센터를 비롯한 여러 기관과 수많은 전문가들의 자원봉사자의 노력을 통해 연대감을 확인한 것은 소중한 성과입니다. 하지만, 1주기를 맞이한 지금, 유사한 재난이 발생하였을 때 우리가그때보다 안전할 수 있는 지, 그때보다 희생자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갖추었는지?아직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국민안전처가 발족하였지만, 작년 국회와 언론에서 논의되었던 국립트라우마센터와재난정신건강에 관련한 법과 시스템은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가 설립된 것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해양수산부의 시행령에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의 활동조차 5년으로 한정되어 있으며, ‘피해자가 보상을 받을 경우 치료는 중복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난 후 스트레스반응은 시일이 한참 경과한 후에도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재난에 대한 피해보상이 문제가 된다면 독립적이고 공정한 위원회를 통해 치료지속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미국 등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와 각 지역의 정신건강증진센터 그리고 치료에 참여한 병의원을 비롯하여 안산과 팽목항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일하거나 자원봉사를 통해 고통에 함께해왔던 여러 전문가분들과 시민 여러분께 다시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상상 이상의 고통을 겪은 피해자들이 최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국립트라우마센터를 포함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저희 학회와 회원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정신건강의 전문가로서 우리 사회가 보다 성숙한 마음으로 함께 애도하고 슬퍼하되 각자의 위치에서 더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갈등과 분열이 아닌 화합과 통합의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노력도 중요할 것입니다. 때로는 애써 외면하고 싶은 마음도 들 수 있겠지만 재난은 우리가 모두가 함께 감내해야할 현실입니다. 3만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고통을 함께 했던 공감의 마음으로 1주기를 맞이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15년 4월 15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김영훈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이사장 이정섭
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 위원장 채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