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님들께>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대집입니다.
지난 14일 금요일, 정부의 일방적인 4대악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제1차 전국의사총파업’이 시행되었습니다. 이날 단체행동에는 전공의 선생님들과 의대생들도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서울 여의대로를 비롯하여 각 권역별로 궐기대회를 열어 의료계의 단합을 과시하고 정부의 정책전환을 요구하였습니다.
이번 파업은 중차대한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의료계에 의견 개진의 기회조차도 주지 않은, 정부의 불통과 오만, 그리고 독선에 대하여 13만 의사가 정당하게 항의의 의사를 표명하면서도 생명과 직결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멈출 수 없는 필수의료 기능을 의료계 스스로 자발적으로 유지하여 국민과 환자에게 드리는 불편을 최소화함으로써 그 정당성을 더한, 성공적인 단체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자들에게 지지를 보내주시고 기꺼이 공백을 메워 주신 교수님들의 노고와 큰 뜻에 대한의사협회의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공식적으로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지지의 뜻을 밝혀 국민께 호소하여 주신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에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일부 병원에서 전공의에게 징계 등의 불이익을 경고하며 젊은 의사들의 정당한 항거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해당 병원 교수님들의 강력한 지지와 응원이 있었기에 결과적으로 전공의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단체행동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존경과 경의의 뜻을 표합니다.
존경하는 교수님!
비록 14일 전국의사총파업이 성공적으로 시행되었으나 정부는 여전히 분명한 입장의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최근 수일간, 서울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18일 오전, 보건복지부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대화를 제안하였습니다. 정책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식의 전제를 달지 말고 일단 테이블에 마주 앉아 보자는 제안입니다. 당장 21일부터 ‘제3차 전공의 단체행동’이 예고되어 있고 조속한 시일 내에 정부가 입장을 전환하지 않으면 전공의들은 사직을, 의대생들은 국가시험 포기를 결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직접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고자 합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의사증원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포함한 의료계의 모든 요구조건을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1일로 예정된 전공의 단체행동, 그리고 26일부터 3일간 예정된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은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전공의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그들의 공백을 메우는 것을 넘어, 의료계의 스승이며 우리사회의 지성이라고 할 수 있는 교수님들께서도 함께 해주실 것을 간절하게 호소합니다.
4대악 의료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투쟁은 단순한 4가지 정책에 대한 전환에 대한 요구가 아닙니다. 의사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의무와 책임을 내세워 통제의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국가가 해야 할 투자와 지원, 그리고 의료인의 보호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는 정부의 ‘비겁한’ 보건의료행정에 대한 강력한 항의이자 전문가이면서 당사자인 의료계를 배제한 채, 정치 논리를 앞세워 의료를 정치의 도구이자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는 후진적 거버넌스에 대한 항거인 것입니다.
더 이상, 바뀌지 않는 현실, 반복되는 패배에 길들여지지 말자는 의료계의 절박한 외침에 이제 교수님들께서도 동참하여 주십시오. 후배와 제자들이 대한민국 의사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나서 주십시오.
저 최대집이, 기꺼이 그 선봉에 서겠습니다. 또, 모든 책임을 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20. 8. 19.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대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