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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대협, 학생 나서게 된 이유 담은 호소문

8월 20일


안녕하십니까,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회장 조승현입니다.

한 번 더 여쭙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교수님, 스승님, 그리고 선배님, 정말로 안녕하십니까. 적어도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8월 7일과 14일에는 감사하게도 모두가 하나 되어 그 벽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어떠한 변화도 없는 거대한 벽에 무력감을 느끼며 답답해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교수님들과 선배님들로부터 환자를 생각하는 것 외에는 배우지 못했습니다. 환자를 생각한다는 것은 질병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함께 살아가고, 그들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살아가는 것임을 배웁니다. 저희는 그렇게 희생과 헌신의 상징인 하얀 가운을 입으며 국민의 건강과 의료계에 헌신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그런 학생들이 거리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밀려나왔습니다. 정부가 의료계를 절벽까지 몰아붙여, 학생까지 거리로 밀려나오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해야 부끄럽지 않은 의사가 될 수 있다 믿습니다. 그토록 염원하던 의사가 되는 길을 제쳐두고 국가시험을 거부했습니다. 휴학계를 던지게 되었습니다.

선배님들! 저희는 너무나 두렵습니다. 파업보다는 공부가 하고 싶습니다. 오늘 교실에서 한 글자를 더 본다면 미래의 한 명의 환자를 더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오늘 외면한 현실로 인해 수많은 환자들이 고통받게 될 것이 가슴 아팠습니다.

정부는 여전히 교육 자원이 부족한 학교는 바라보지 않고 이에 고통받는 학생을 외면합니다. 그리고는 정치적이고 금전적인 이유로, 국민을 건강으로 협박하며 의학교육을 망가뜨리는 정원 확대와 의대 일원화 정책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교과서대로 진료할 수 없는 현실도 개탄습니다. 이제는 교과서도 제대로 볼 수 없으며 훌륭한 선생님들께 제대로 교육받을 기회조차 박탈하는 정책에 울분이 터집니다. 진료 환경에 나가 저희가 만날 환자들에게 떳떳이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부끄럽고 두렵기만 합니다.

학생으로 바라보는 현실도 이처럼 안타까운데 선배님들께서는 얼마나 긴 세월 동안 이 울분을 속으로 삭여야만 하셨습니까. 저희는 이 울분을 삭이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이 땅 위에 제대로 된 의학교육이, 제대로 된 의료가 바로 잡힐 수 있도록 저희는 기꺼이 우리의 교육을 잠시 멈추겠습니다. 

제대로 된 의료를 위해 의료를 멈추듯, 올바른 교육을 위해 교육을 멈추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선배님들. 바들바들 두려움에 떨며 교실 밖으로 나가는 어린 학생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우리의 목소리와 움직임이 틀리지 않았다는 응원의 목소리를 내어주십시오. 큰 어른으로서 그렇게 저희가 갈 길을 인도해 주십시오.

소의치병(小醫治病), 중의치인(中醫治人), 대의치국(大醫治國)이라 하였습니다. 교수님들과 선배님들께 소의와 중의가 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이제는 저희가 대의로서 함께 의료를 바로잡을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대의가 되는 방법을 함께 배우고 싶습니다.

부디 큰 의사가 되는 길을 가르쳐주십시오. 큰 의사가 되는 길에 함께 해주십시오. 아직 환자 한 명을 보기 어려운 저희지만 선배님들과 함께 큰 의사로서 국민의 건강을 위해, 올바른 교육을 위해, 미래의 의료를 위해 당당한 목소리를 내고 오겠습니다.

이런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부디 이해해주시고, 손 내밀어주시고,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조승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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