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무원이자 의사인 의과 공중보건의사들은 일선 방역 현장인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위한 검체를 채취하며 지역사회 감염관리의 한 축을 맡아 업무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중보건의사들은 전국 공항의 검역소, 각 시도 역학조사관으로 새벽 2, 3시까지 급박한 사례분류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구로 급파된 분들은 가정에 직접 방문하여 검체를 채취하고 있습니다.
급증하는 업무로 피로는 물론이고 감염원에의 잦은 노출로 공동체 성원에게 악영향을 끼칠까하는 염려가 불어남에도 불구하고 전국 의과 공중보건의사는 지역사회 감염의 최전선에서 의료인의 사명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공협은 범국가적 혼란을 함께 이겨내기 위해 회원분들께 보다 큰 힘을 내주실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일선에서의 저희 노력이 국민건강을 수호하고 감염확산을 방지하는데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급박한 상황에 원칙과 현장의 괴리가 생기는 건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숙주에게 기생하는 감염병 특성상 지금 놓친 사소한 절차 하나가 방역에 큰 구멍을 낼 수 있음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허나 국민을 직접 마주하여 진료를 수행하고 검사 시행을 위한 검체를 채취하며 행동 수칙을 안내하는 의료진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사소하고도 중요한 기본적 보호장구의 선택은 이제 의사가 아닌 행정 상의 권고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비말로 전파되는 감염병의 특성상, 피검자가 내뱉은 기침과 가래 방울이 폐쇄된 공간에 잔존하기에 같은 옷을 입고 진료를 지속하는 의료진은 검사를 기다리는 환자를 보는 바쁜 와중에도 상황에 따라 자가 판단하여 방호복을 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떤 연유에서인지 지금껏 착용해 온 방호복을 선택치 못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방호복에 여전히 남아있는 비말로도 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와중에 온전한 차폐가 불가능한 보호구로 방역의 일선에 서는 것은 소명을 다하는 의과 공중보건의사를 진정 사지로 내보내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사소한 절차의 미이행으로 인해 감염원이 더욱 빠르게 퍼져갈 환경이 조성되어서는 안됩니다. 의사환자 및 조사대상 유증상자의 구분, 확진자의 동선 및 질병 경과에 대한 관심은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묵묵히 자기 본연의 자리에서, 때로는 차출되면서까지 온 국민을 직접 마주하고 진료하는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사력을 다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조성하는 것에 대한 관심 또한 중요합니다.
현장의 의료진은 오직 대응 일선의 현장 상황만을 바라보며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학적 판단을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의 행정 및 대처는 비상사태에 놓인 시국을 감안하더라도 쉬이 납득하고 따르기 어렵습니다. 대응의 최전선에서 국민 안전과 건강 수호를 위해 온 힘을 다할 수 있도록 방역 일선의 의료인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 조건이자 제 1원칙으로 삼은 전폭적인 지원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의료진 감염 방지 없이는 COVID-19 방역도 없습니다.
2020.02.26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