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제2기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구성과 위원장 선출방식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안건을 졸속으로 처리해버리는 위원장과 위원들의 자질에 의문을 갖는다.
현재 제2기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대학병원 교수 9인과 전공의 3인으로 구성, 전공의는 여전히 의사결정 과정에서 수적 열세에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교수 중심의 위원 구성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지만 개선되지 못했다. 복지부도, 의학회도 병원협회도 이를 고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국가 비상사태 속에 선별진료소에 투입되는 등 전공의들이 의료 최전선을 지키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 30일, 의료계 미래를 다루는 제2기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첫 본회의가 열렸고, 신임 위원장이 선출됐다. 이날 강남세브란스병원 윤동섭 교수가 위원장으로 결정됐으며, 대전협은 이 결과에 불복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학교수 9인, 전공의 3인의 위원 구성에서 보건복지부 손호준 과장은 위원장 호선에 대한 제척 사유를 위원들에게 고지하지 않고 합의추대가 허용되지 않자 곧바로 표결에 부쳤다. 회의가 끝난 뒤엔 기자들의 질문에 대비해 모든 위원에게 만장일치 호선인 것으로 거짓으로 대답할 것을 종용하기까지 했다.
둘째, 윤동섭 교수의 위원장으로서의 자격에 의문을 갖는다. 윤 교수는 제1기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으로서 출석조차 잘 하지 않아 사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등 공정하게 처리할 전문성이 부족하며, 병원장으로서도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일례로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산부인과 전공의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 교수에게 6개월 정직의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이후에도 그 처분을 뒤집으려는 가해자의 소송이 진행 중인데, 해당 병원은 피해 전공의를 보호하려 노력하지 않았고 윤동섭 교수는 이 병원의 병원장이다.
셋째, 제척 사유에 해당되는 모든 위원들을 배제해서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운영이 될 수 없다는 사실 그 자체도 유감스럽지만, 위원장만큼은 달라야한다
넷째, 투표에는 모든 위원이 참여했으나 후보자들이 결과에 동의한다는 전제 아래 복지부는 득표수를 끝내 밝히지 않았고 윤 교수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대전협은 이를 납득할 수 없다. 이미 한 덩어리인 9인의 교수와 3인의 전공의로 나눠진 불합리한 상황을 마치 투표결과로 받아들이듯이 했고, 의료계에서 여러 가지 보직을 맡고 있는 교수들의 향후 관계를 고려해 투표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복지부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대전협은 위원장 선출방식을 비공개에 부치려는 보건복지부의 처사에 분노한다. 수평위 위원인 대전협 회장과 부회장의 ‘수평위 위원 사퇴’라는 카드까지 꺼내 들어서야 마지못해 공개하겠다는 복지부의 처사에 더욱 강한 유감을 표한다. 9:3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놓고 다수결로 위원장을 뽑는 것이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존립 목적과 과연 일치하는 것인가.
이런 식으로 투표하고 결정하기 위해 전공의법을 개정한 것인가. 지금도 전국 수련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공의법 위반과 법의 사각지대만을 노리는 수많은 꼼수. 대전협은 이를 버젓이 저지르는 병원의 교수가 수련환경평가를 맡겠다고 하는 것도 백번 양보했다. 그런데 위원장까지 이런 사람을 세우는 복지부는 대체 어떤 정의(正義)를 가지고 이 회의를 주관했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전공의 위원들은 위원으로서 존중받지 못했다. 교수인 위원들은 전공의 위원을 동등한 위원이 아니라, 병원에서 만나는 전공의를 대하듯 가르치려 들었다. 이때 중심을 잡아야 할 신임 위원장은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번 회의에서 EMR 차단 등 모든 안건이 제대로 논의되거나 의결되지 않고 분과위원회로 다시 내려져야 했다. 이 과정에서 신임 위원장은 사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 1기 수평위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회의록과 녹취록을 모두 공개하지 않고는 향후 수평위는 공정성과 신뢰성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이미 그 존재 가치를 잃었다. 복지부는 불평등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놓고 겉만 합리적인 다수결제를 통해 전공의의 의견을 짓밟아 버렸다. 이러한 위원회 구성으로 수련병원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수련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내부 논의 결과는 대외비였으나, 대전협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회의가 밀실에서 암투와 불공정한 일들이 벌어지는지 공익의 목적으로 고발하고자 입장문을 발표한다. 이전까지 복지부를 포함한 이해관계에 있는 위원들이 회의내용을 원칙 없이 공개한 데 대한 합당한 책임을 묻는다면, 대전협 또한 이 입장문에 책임질 것임을 밝힌다.
대전협 박지현 회장과 김진현 부회장은 제2기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 사퇴를 포함한 모든 조처를 할 준비가 되었다. 대전협은 지난 30일에 열린 본회의 내용과 위원장 선출 과정에서의 불공정함에 대한 복지부의 납득할 수 있는 설명, 위원장의 자질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다는 것에 대한 위원회의 해명, 회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졸속으로 안건에 대해 논의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에 대한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한다. 제척사유 해당하는 위원이 어떤 이유로든 또다시 수평위 테이블에 착석하는 일이 생긴다면 수련환경위원회에서 전공의 위원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이고, 파국은 예정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