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 선도사업 지침에서 발표된 세부 분석지표들을 보면, 분석심사의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게 된다.
① 과소진료와 제네릭 약제 사용을 유도하는 비용영역 지표들
② 획일적인 진료를 유도하고 관치의료를 강화시키는 임상영역 지표들
③ 의료기관들이 정부의 정책에 순응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행정영역 지표들
④ 대형병원에만 유리하고, 환자와 의사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지표들
3. 전문가심사제도는 실효성 없이 정부의 면피용 도구로 이용될 것이며, 의료계 내부의 갈등만 심화시킬 것이다.
4. 분석심사는 의료의 질 하락 및 왜곡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고, 가치기반 지불제로의 지불제도 전환을 위한 도구로 이용될 것이다.
본 회에서 이미 여러 차례 성명을 통해서 밝혔듯이 지표 중심의 심사 및 평가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앞서 세부 지표들에 대한 분석 및 전망을 하면서도 언급하였지만, 현재의 저수가 및 관치의료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의료기관들에게 지표 중심의 심사를 하면 의료의 질 하락과 왜곡의 심화는 불가피하다.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표값의 변이로 인해서 심층심사의 대상이 되면 의료기관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따라서 의료기관들은 지표값의 변이를 최소화하여 심층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며, 이러한 변화는 과소진료나 편법진료 등을 조장하면서 의료의 질 하락과 의료 왜곡의 심화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분석심사 선도사업 지침에서 정부는 사업 추진 기본 방향을 ‘궁극적으로 비용증가가 일정 부분 불가피한 상황에서 의료의 질과 효율성 향상을 균형 있게 도모하는 가치기반 심사평가체계로 이행’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인구구조 변화 등 의료비 증가가 불가피한 현실 속에서 환자에게 제공되는 치료결과를 중시하는 가치기반(Value-based) 심사·평가로 전환 추진 (Value = Health Outcome / Cost)‘이라고도 기술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분석심사의 목적이 가치기반 심사평가로 심사체계를 바꾸는 것임을 인정하였다. 그런데 가치기반 심사체계로의 전환은 가치기반 지불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사전 작업이라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지난 해 경향심사 논란이 일어났을 당시에 본 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에서 경향심사의 궁극적인 목적이 가치기반 지불제도로의 지불제도 전환일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당시 심평원과 정부는 이러한 지불제도 전환의 가능성을 부정하였다. 하지만 이후 정부에서 내놓는 의료 정책들에는 이 ‘가치기반’이라는 단어가 끊이지 않고 언급되었고, 급기야 올해 초 발표된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안)에서 정부는 가치기반 심사와 지불제도로의 정책 변화를 공식화 했다. 이번 분석심사 선도사업에서 언급된 가치기반 심사평가로의 전환은 바로 정부의 이러한 정책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는 것으로서, 분석심사가 정착되면 지불제도의 변화는 당연한 수순으로 따라오게 될 것이다.
가치기반 지불제도에서 말하는 가치(Value)는 위에도 수식으로 언급되어 있지만 의료의 질(치료 결과 등)을 비용으로 나눈 개념이다. 결국 정부가 말하는 의료에 있어서의 가치는 치료 결과가 좋을수록 높아지고, 비용이 낮을수록 높아진다. 아무리 환자를 열심히 진료하고, 정확한 의학적 판단을 통해서 치료를 한다고 해도 좋은 치료 결과는 담보할 수가 없다. 이러한 치료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정부가 내세우는 가치 있는 의료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손쉬우면서도 확실한 방법은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가치기반 지불제도를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가장 큰 목표는 의료비의 통제 및 절감인 것이다. 현재의 저수가 체계에 대한 어떠한 개선도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되는 지불제도 전환은 의료기관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촉발시킬 것이다. 이러한 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현재의 분석심사 추진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5. 결론
분석심사는 경향심사의 다른 이름일 뿐이며, 가치기반 지불제로 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분석심사 선도사업 지침에서 드러난 세부 지표들을 분석해보면, 분석심사는 과소진료와 제네릭 약제 사용을 유도하고 진료의 획일화와 관치의료 강화를 부추기며, 90% 이상이 민간 자본으로 설립된 의료기관들을 정부의 정책에 순종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파시즘적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분석심사를 통해서 대형병원 위주의 의료 시스템은 더욱 굳어지면서, 의료전달체계는 현재보다 더 빠르게 붕괴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환자의 불편은 커지고 의사들의 고통도 가중될 것이며 의료의 질은 저하될 것이다. 동료평가제에 불과한 전문가심사제도를 통해서 정부는 분석심사와 관련된 모든 책임을 의사들에게 전가할 것이며,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갈등이 심화될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많은 문제들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분석심사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바로 증가하는 의료비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이고, 그 방법으로 가치기반 지불제도로 지불제를 전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 대체 지불제의 한 형태로 도입되어 적용되고 있는 가치기반 지불제는 궁극적으로 인구기반 지불제와 총액계약제로 이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미 바른의료연구소와 본 회의 발표를 통해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가치기반 지불제를 염두에 두고 분석심사를 추진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구기반 지불제와 총액계약제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저수가와 관치의료 체계에 대한 그 어떤 개선도 없는 상황에서 현재 대한민국에는 문재인 케어를 포함한 무분별한 포퓰리즘 의료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포퓰리즘 의료 정책들로 인해서 의료기관들은 더 힘들어지고 의료비는 폭증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건강 상태는 이전보다 나아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의료 정책을 변화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이러한 포퓰리즘 의료 정책들을 유지하기 위해 심사체계와 지불제도를 변화 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첫 번째 단계가 바로 분석심사의 도입을 통한 가치기반 심사체계로의 전환인 것이다. 정부의 포퓰리즘 및 파시즘적 의료 정책을 막고,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붕괴라는 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도 의료계를 비롯한 전 국민들은 파국의 첫 번째 단계인 분석심사 도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본 회는 그 목소리를 앞에서 가장 크게 낼 것이며 목소리가 널리 퍼지게 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다.
2019년 9월 2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