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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진주사건 정신건강의학과봉직의협회 성명서]

2019년 4월 22일



고 임세원교수 살해사건의 충격과 슬픔이 가시기도 전인 지난 4월 17일, 진주시에서 또 다시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자에 의해 노인, 여성, 어린이들이 무차별 살해된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너무나 안타깝고 또 예견된 비극이었기에 애통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는 그 비통한 마음을 담아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먼저 피해자와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하루 아침에 가족을 잃은 마음은 어떠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기에 그 슬픔을 마음 깊이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슬픔이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힘을 다할 것입니다.
 
 최근 적절히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이토록 자주 반복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잘못된 제도와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 국가의 무관심이 만든 비극의 결과물이며 2년 전 전문가의 경고를 묵살하고 졸속으로 시행한 정신건강증진법의 결과로 벌어진 예견된 인재입니다. 보호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입원제도, 준비 없는 탈원화와 턱없이 부족한 지역사회 인프라, 규제와 처벌만 있고 인력과 예산의 지원이 없는 허울뿐인 미봉책은 지금도 계속해서 환자를 치료의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는 환자 자신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트리고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더욱 심화시킬 것입니다. 
 
 환자의 치료와 사회의 안전은 결코 공짜로 얻을 수 없습니다. 국민의 치료받을 권리와 안전할 권리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국가가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이제는 중증정신질환자 치료와 지원의 책임을 국가가 온전히 져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과 가족들의 안전을 볼모로 국가의 준비부족을 감내할 수 없습니다.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원통함에 답해 주십시오. 치료받지 못하고 증상에 사로잡혀 범죄를 저지른 환자들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오해를 풀어주십시오. 이번 사건의 책임이 그들을 방치한 우리 사회와 국가에 있음을 통감해 주십시오. 그리고 제발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이제 본회에서는 국가의 책임 있는 자세와 답변을 요구하며 다음과 같이 요청합니다.
 
1.  사법입원제도, 외래치료명령제, 지역사회 중증정신질환자 관리를 통합하여 중증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지원을 국가가 책임지는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를 시행하라.
 
2.  신속하고 효과적인 제도마련을 위해 법원, 복지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환자, 가족단체로 구성된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 추진위원회'를 설치하라.
 
3.  더 이상 전문가와 환자의 요구를 배제한 무책임한 미봉책이 남발되지 않도록 정신건강복지법 관련 정책입안자의 실명을 공개하고 평가제를 시행하라.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무관심만큼 위험한 것은 그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일 것입니다. 사회를 치료받지 못한 환자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것 못지않게 환자를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정신질환자를 치유하는 일선에 서 있는 저희들은 오늘의 비극이 내일의 더 큰 슬픔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사회의 편견을 없애는 데 더욱 힘쓰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피해자분들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2019년 4월 22일
 
대한정신건강의학과봉직의협회 회장 김지민
부회장 유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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