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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수련환경 개선 촉구 및 전공의 사망 관련 긴급 기자회견

2월 14일(목) 오후 2시, 서울역 KTX 대회의실

얼마나 많은 전공의가 죽음으로 증명해야 하는가
수련병원과 정부는 수련환경 개선에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라



기자회견을 시작하기에 앞서 돌아가신 故 신○○ 전공의의 명복을 빕니다. 이 일로 가장 가슴 아파하고 계실 고인의 가족 여러분과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선생님들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지난 2월 1일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선생님이 당직 근무 중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대한민국 전공의가 처한 참혹한 현실이 누군가의 죽음으로 드러난 이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려워 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故 신○○ 전공의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환아들을 진료하며 최선을 다하는 전공의였습니다. 길병원은 법을 지켰다고 말하지만, 하루 4시간에 이르는 휴식시간은 서류에만 존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故 신OO 전공의는 퇴근 시간 후에도 환자를 위해, 그리고 남아있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3시간에 이르는 시간을 더 일하고 있었습니다. 길병원은 주당 80시간을 지켰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는 일주일 168시간 중 110시간을 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길병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국 수많은 수련병원이 근무시간을 지킨 것처럼 보이기 위해 보장되지도 않는 휴식시간을 교묘하게 끼워 넣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전공의의 명의로 처방을 내게 하는 탈법적 행위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수련환경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한 적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가짜 당직표를 만들고, 대리처방을 강요하는 식으로 처벌을 피하는 데만 급급할 뿐입니다. 전공의법을 준수한 것처럼 보이는 가짜 근무표가 있으면 괜찮습니까? 수련환경평가만 통과하면 괜찮은 수련병원이 되는 것입니까? 그 수련환경평가 서류조차도 병원이나 지도전문의가 아닌 전공의들이 밤새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전공의법 시행으로 병원 운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수련병원들의 뻔뻔하고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를 금하기 어렵습니다. 

병원을 가리지 않고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이 문제들을 현장에 있는 전공의들 모두 알고 있습니다. 병원협회도 알고 있습니다. 의학회도 알고 있습니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알고 있습니다. 단순히 아는 정도를 넘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끊임없이 이런 현실을 여러 조사를 통해서 상기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전공의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감독해야 할 보건복지부는 그럴 의지가 없습니다. 전공의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수련환경평가를 통해 시정명령을 받은 병원은 손에 꼽히고,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아 수련병원 자격을 박탈당한 병원 같은 건 이 나라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수련병원들은 과태료 100만원 쯤에는 어떤 두려움도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어느 유명 대학병원장이 “과태료 받는 것은 내가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큰소리를 쳤겠습니까. 수련병원에게 준비할 시간을 준다는 명분으로 2년이라는 긴 시간을 주었는데 보건복지부는 왜 아직도 전공의가 아니라 수련병원을 배려하고 있는 것입니까?

이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합니다.
 
첫째, 길병원은 故 신○○ 전공의 전공의의 죽음에 유가족과 전공의에게 진정성 있고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십시오. 

둘째, 전국 수련병원은 법정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하십시오.

셋째, 정부는 익명으로 접수되는 제보를 포함한 모든 방법을 활용하여 전공의법 준수 여부를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십시오.
 
이 사건과 관련하여 노심초사 노력해주신 여러분들이 계십니다. 전공의들이 이렇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주신 당신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전공의법의 80시간 제한, 36시간 연속근무는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닙니다. 과중한 노동임이 틀림없지만, 우리 전공의들은 환자를 위해, 더 나은 전문의가 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의료 최전선에서 지켜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이 법으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안타까운 생명이 스러져야 하는 참혹한 현실을 더 이상 묵인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전공의의 근로와 교육수련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전공의들은 용기 내서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수련 기관은 바뀌어야 하며, 복지부는 행동해야 합니다. 故 OOO 선생님의 죽음과 같은 슬프고, 참혹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분의 지혜를 모아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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