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회장, “정부·학회·병원 차원의 대책 요구와 함께 의료계 자정의 목소리 낼 것”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아직도 횡행하고 있는 입국비 문화 실태 파악에 나선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일부 대학병원에서 12월 레지던트 채용을 앞두고 입국비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사실이 드러났다. 기사에 따르면, 신입 레지던트로부터 받은 입국비는 주로 의국 회식비나 유흥비로 쓰이는 등 그 사용 내역이 불투명하다.
최근 3년간 대전협에 들어온 민원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A 전공의는 "입국 당시 책값 명목으로 의국비 500만 원을 내라고 계속 강요해 결국 냈는데, 지금까지 받은 것은 책 한 권뿐"이라고 토로했다.
B 전공의는 "의국비 명목으로 200만 원을 요구했으나 입국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야 했다"며 "입국 후에는 병원 식당이 운영되고 있는데도 주말 식사 명목으로 필요시 50~100만 원을 1년차가 모아 밥을 의무적으로 사야 한다고 강요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C 전공의는 "지도전문의가 학술대회에서 자신이 사용하는 비용을 위해 의국비를 요구했으나 영수증 제출 및 사용내역을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입국비 문제는 2000년대부터 인기를 끌었던 특정 전공과에 지원자가 많아지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지원율이 높지 않은 과에서도 이런 문제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D 전공의는 "차라리 인기과에 들어갔으면 4~500만 원을 갖다 내도 억울하지는 않았을 텐데 인기과도 아닌 곳을 가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니 나 자신이 그저 한심하다"며 "액수가 적은 거로 만족해야 하나 싶다"고 밝혔다.
심지어 일부 병원에서는 본인이 낸 입국비 일부를 전문의가 되기 전 신입 전공의가 낸 입국비에서 환급받는 형식으로 반복되고 있어 이 같은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입국비를 걷는 것은 현행법에 위반될 수 있다. 대학병원 레지던트는 공무원 혹은 사립학교 교직원에 속할 수 있어 금품을 받으면 김영란법 위반이며, 만약 입국비를 교수가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면 횡령죄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대전협은 이번 조사를 통해 입국비 문화 실태를 알리고 문제 해결 및 척결에 앞장설 계획이다.
송종근 대전협 윤리인권이사는 "십여 년간 이어져 온 악습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다가올 전공의 선발 시기를 맞이해 지원하는 전공의와 선발하는 의국 모두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우 대전협 회장은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을 선택한 전공의가 강제적으로 돈을 뺏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이런 관행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도 상당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내가 낸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 학회, 수련병원 차원에서의 실태 파악 및 대책을 요구할 것이며 리베이트 자정 선언문에 이어 대전협은 의료계 내 자정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