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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및기관

고대 故강성욱 명예교수, 샤를 보들레르 『악의 꽃』 초판본 기증



세계적으로 희소 가치 높은 자료, 
고려대 도서관 ‘강성욱 보들레르 특수 컬렉션’ 별도 보관 



2005년 타계한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故강성욱 교수가 프랑스 문학가 샤를 보들레르의 유일한 시집 「악의 꽃(Les Fleurs du mal)」 초판본을 고려대 도서관에 기증했다.

프랑스의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대표작이자 보들레르의 유일한 시집 「악의 꽃(Les Fleurs du mal)」은 서구 역사에서 화제가 된 시집으로 뽑히고 상징주의에 기초한 시의 효시로 뽑히는 시집이다.

샤를 보들레르의 산문시 <파리의 우울>이란 작품이 있지만 시집으로는 「악의 꽃(Les Fleurs du mal)」이 유일하다.



1857년에 출간되었으나 외설 혐의로 재판에 회부, 시 6편이 삭제되어 재출간이 허용됐다. 초판은 약 80여 편 정도였지만, 6편이 삭제되자, 화가 난 보들레르가 40여 편을 넘게 추가한 덕에 시집 치고는 상당히 두껍다. 시인의 사후에 새로운 판본이 출판되기는 했지만 오늘날 시집은 두 번째의 출판 본을 정본으로 삼는다. 초판은 Alençon에서 1,100부의 사본이 인쇄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문학과지성사에서 번역해 출판했다. 민음사 판본도 있지만, 민음사 판본은 일부 번역이고 문학과지성사는 완역이다.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임했던 故강성욱(康星旭, 1931-2005)교수는 한국의 보들레르 연구에 한 획을 그은 연구자다. 평소에 엄정한 연구 자세를 갖출 것을 제자들에게 권고했고, 학자로서의 엄정함과 치밀함을 지니고 보들레르를 비롯한 프랑스 상징주의 연구에 임했다. 작품에 대한 세밀한 읽기를 연구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한 故강성욱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불문학의 소중한 귀중본이 소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평소에 갖고 있었으며, 이에 전 세계적으로 몇 권 남아있지 않은 보들레르 「악의 꽃(Les Fleurs du mal)」 초판본을 1974년 경 프랑스에서 구입했다. 일본의 보들레르 연구자들이 해외도서전시회 일본 개최를 위해 악의 꽃 의 반출을 요청했지만 이를 거절했을 정도로 평소 故강성욱 교수는 이 책을 귀중하게 여겼다. 제자였던 故황현산(黃鉉産, 1945-2018) 교수가 이 책을 보관하다가 스승의 뜻에 따라 지난 3월 고려대 도서관에 전달했다. 이제 보들레르 악의 꽃 초판본은 고려대 도서관에 둥지를 마련한다. 이 귀중본은 대한민국 불문학연구의 빛나는 자긍심으로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1821~1867) 연구의 석학으로 유명한 故강성욱 교수는 일본 도쿄대학을 졸업하고 1966년부터 96년까지 고려대 불문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보들레르를 기점으로 하는 현대 프랑스 시 연구의 틀을 정립한 학자로 평가받는다.

강 교수는 생전 자신의 방과 서재·거실 등에 불문학은 물론 인문학 전반에 걸친 2만여 권의 책을 소장했다. 특히 보들레르의 유일한 시집 『악의 꽃』 초판본(1857년판)은 세계적으로도 희소 가치가 높은 자료다. 

故강성욱 교수는 평생 불문학 연구에만 매달린 학자였다. 일흔이 된 그가 제자들에게 “내가 요즘 하루 8시간밖에 공부를 못 한다”며 안타까워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의 제자 故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는 “보들레르 연구의 대가이신 선생님의 장서 목록을 보면 보들레르는 물론 불문학 연구 전반에 대한 방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할만큼 故강성욱 교수의 열정은 대단했다.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측은 그의 사망 직후 ‘강성욱교수장서목록간행위원회’를 꾸려 7년간 목록 정리를 했다. 이후 고려대출판부에서 716쪽 분량의 『강성욱교수장서목록』을 펴냈다. 이 목록은 강 교수가 생전 서지에 보관했던 순서대로 일련 번호를 부여해 제목·저자명·출판사명·출간연도·쪽수 등을 기록했다.

목록에 실린 책은 대부분 고려대 도서관에 기증됐다. 강 교수가 보관했던 불문학 관련 서적 등 1만 8000여 권이다. 그 가운데 보들레르 관련 책과 자료(975권의 책과 627점의 문헌 자료)는 고려대 도서관에 마련된 ‘강성욱 보들레르 특수 컬렉션’에 별도 보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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