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은 그랬다. 모든 사람들이 쉴 수 있도록, 즐길 수 있도록, 건강을 누릴 수 있도록 공공시설물이 그 어떤 산보다 잘 구비되어 있었다.목재 테이블과 벤치, 매점, 약수터 등등이 호흡이 가빠지고 피로할 즈음이면 나타나곤 했다. 음용가능한 약수터만 3개나 지나쳐 왔었다. ...시작점은 마천역 10분거리인 완만한 비호부대 우측길로 하였다. 등산코스는 수어장대를 점찍고 산성길을 따라 내려 오는 길로 하였다. 여러 코스가 있다고 하나 등산 초보나 노약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쉬운 길로 택하였다. 청량한 계곡의 물소리로 시끄러운 마음을 씻어내리고, 숲속 나무들이 만들어 놓은 그늘에서 더위를 식혔다. 무엇보다도...산새들을 모으는등산객을목격하고는, 살아있는 숲을 체험하였다. 동고비, 곤줄박이, 박새 등등 참새 크기정도의 야생 소조(小鳥)들이 맹랑하기 짝이 없이, 등산객들의 모이를 바람처럼 낚아 채 간다. 찰나의 움직임을 사진에 담아 보니 아름다운 데다, 귀티나기 이를 데 없다...
먹거리가 시원치 않았던 시절! 지금은 유기농재배 운운하면서 일부러 잡곡들을 선호하지만 보릿고개 시절엔쌀보다 보리가 훨씬 더 많은 밥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것도 하루 세 번이 아닌, 고작두 차례 뿐이었다.점심(點心?)은 말 그대로 가슴(心)에 점(点)만 찍고 넘어가곤 했다. 아스께끼 얼음과자와 찹쌀떡이 최고의 간식이던 그 시절엔고구마, 감자, 옥수수, 호박죽, 개떡, 칡뿌리, 배추꼬리, 싱아, 수수깡 등이 간식 아닌 주식으로 심심찮게 작살났다. 그땐늘쌍 먹어대서 물린 것들이 이젠 외려 ‘웰빙식’이니 ‘슬로푸드’니 하며 어줍잖게 꼴값이 대단하다. 여름에 점심으론 앞마당의 평상에 둘러앉아 상 한가운데 된장투가리 놓고, 식은 보리밥에 짠지 하나가 전부. 그리고 풋고추와 고추장이면 그만이었다.어쩌다가 상추쌈, 호박잎, 피마자잎, 깻잎, 쑥갓, 콩잎 등 중에서 하나가 마련 된 쌈밥이면 말 그대로 진수성찬이었다. '유기농식품' 운운하면서지금은 지천인 호박과 오이지도 그땐 아주 가끔씩만 구경할 수 있었다. 쌈밥도 물릴 때 즈음엔 어머니는 이따금씩 별미를 마련해주셨다. 호박칼국수, 오이냉국, 수제비, 콩국수, 녹두지지미, 김치말이국수, 비빔국수, 멸치국수…….변변치 못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