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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간호법 제정 국회심의 반대 공동 기자회견문

2021년 11월 22일


지난 3월 25일 기습적으로 발의되었던 간호법안이, 각계의 보건의료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오는 11월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의를 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간호법 제정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단 한 차례도 심의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릅니다. 코로나19 분위기에 편승해 국회 심의까지 하기로 예정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간호법안의 심각성을 알리고, 간호법안의 국회 심의를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자 오늘 기자회견을 개최합니다.

첫째, 간호법은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뿌리를 뒤흔들고, 보건의료체계의 혼란을 초래합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오늘까지 의료법에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뿐 아니라 간호사까지 포괄하여 ‘의료인’으로 통합하여 규율해 왔으며, 의료법에 각 직역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여 업무범위에 대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규정된 업무범위 및 요건 하에서 의료행위가 시행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그러므로 간호법 제정은 단순히 의료법에 있는 간호사 관련 조항을 떼어내서 별도의 법을 만드는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법 체계의 근본을 바꾸고,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변화를 수반하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따라서 간호법 제정에 대해서는 그 필요성 여부부터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마치 의료법에 있는 간호사 관련 조항들을 따로 분리시키면 되는 것처럼 간호법안을 만들어서 발의했습니다.

둘째, 간호법은 간호사의 이익만 추구하는 직종이기주의 법안입니다.

보건의료인에게 최고의 가치는 ‘국민건강’입니다. 국민건강을 지키는 것은 보건의료인의 사회적 책무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보건의료인과 관련된 법률은 국민건강향상을 최우선에 두어야 합니다. 
그러나 간호법은 간호사만을 위한 법률일 뿐, 국민건강향상을 저해하는 법안입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간호사의 경우 ‘의사의 지도하에’라는 업무적 감독관계를 명확히 하고 있고, ‘진료의 보조’라는 업무범위를 규정해 의사의 의료행위 업무와 명확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발의된 간호법안은 ‘진료의 보조’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함으로써 간호사들이 진료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향후 국민건강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칠 간호사의 단독개원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현행 의료법에 근거하여 의사의 진료보조인력으로서 진료보조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간호조무사를 간호사만의 보조인력으로 만들어 간호조무사의 사회적 지위를 더 악화시키고, 간호사에 대한 종속성을 강화시키려 합니다. 
더구나 노인복지법상 돌봄인력인 요양보호사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라 노인복지시설에서 시설장의 지휘하에 돌봄업무를 수행하는 직종으로 간호법에 포함돼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음에도, 요양보호사를 포함하는 것은 200만 요양보호사 위에 간호사가 군림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뿐 아니라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이미 규정되어 전체 보건의료인들이 동등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음에도, 같은 내용을 간호법에 따로 떼어내어 간호사만을 위한 지원과 혜택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심지어 간호법을 다른 법률에 우선하도록 함으로써 마치 특별법과 같은 지위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점은 간호법안이 제정되면 보건의료생태계의 심각한 교란을 야기해 응급구조사를 포함한 타 보건의료 직군의 업무영역을 침탈하고, 타 직종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데 있습니다.

간호사와 관련된 다른 직종의 권익은 침해하면서, 오직 간호사의 이익만 반영한 간호법안이 국민건강 향상에 기여하기는커녕 오히려 역행할 것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할 것입니다.

셋째, 지금 발의된 간호법안은 간호사만 찬성하고, 다른 당사자는 모두 반대합니다.

간호법은 간호사만 관련된 법이 아닙니다. 
간호사와 함께 간호인력으로 분류되는 간호조무사는 물론이고,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도 당사자에 속하고, 지금 발의된 법안에 포함되어 있는 요양보호사까지 당사자가 되었습니다. 
또한 병원협회도 사실상의 당사자이며, 의료법 외의 법률에서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로 규정하고 있는 어린이집, 장기요양기관, 사회복지시설까지 모두 관련 당사자로 되었습니다. 

간호법과 관련된 당사자들 가운데 찬성하는 직종은 간호사밖에 없습니다. 조산사도 간호사 중에서 조산사 면허를 딴 사람들입니다. 
간호사를 제외한 다른 관련 직종과 단체들은 모두 간호법 제정을 반대합니다. 
의사협회도 반대하고, 병원협회도 반대하고, 치과의사협회도 반대합니다. 
간호법안의 핵심당사자인 간호조무사도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고, 요양보호사도 간호법에 규정되는 것을 반대합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및 장기요양기관 관련 단체 등 유관 단체도 반대합니다. 

심지어 보건복지부조차 간호법 제정에 대해 ‘신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뿐 사실상 간호법 제정에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정 취지는 공감하나, 현행 의료법·보건의료인력지원법 및 보건의료 체계와 직역 간 업무범위 등을 고려하여 독립법 제정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의료서비스는 의사, 간호사 등 다양한 직역이 협업·연계해 제공되는 점 고려할 때, 별도로 규율할 경우 타 직역 간 연계성 저하, 행정체계와 정합성 부족 등이 우려된다
“요양보호사는 ‘노인 돌봄 인력’으로 업무영역이 간호와 상이하여 간호사의 지도를 받도록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간호사 업무범위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하는 내용은 타 직역의 업무범위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타 직역과의 논의 등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간호법안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의견입니다.

국회에 요구합니다. 간호법안 심사를 철회하고, 간호법안을 폐기해야 합니다. 

간호법은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항입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조정되어 함께 발전하는 길을 만드는 과정이고, 그 중심에 정치, 즉 국회의 역할이 있는 것입니다. 
국회는 관련 당사자 대다수가 반대함에도 간호사 직종만의 이익을 위해 일방적으로 간호법안을 통과시켜서는 안됩니다.
보건복지부 주관 하에 관련 당사자들 함께 모여 숙의하는 과정을 거쳐 상생·발전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야 합니다.

지금 간호법을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시간은 충분합니다. 
21대 국회 임기는 2024년 6월까지입니다. 
더구나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9일 개최한 제14차 보건의료발전협의체에서 분과협의체를 구성하여 간호법 제정안 논의를 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국회에 촉구합니다. 
국회는 특정 직역의 이익을 주로 대변하는 개별 직역입법을 별개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보건의료인 지원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모든 보건의료인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국민의 건강권 보호와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우리의 합당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간호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면, 오늘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들은 더 강력한 연대로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악법 폐기를 위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나갈 것임을 밝혀둡니다.


2021년 11월 22일
간호법 제정 국회심의 반대 공동기자회견 참가 10개 단체
(대한의사협회 / 대한병원협회 / 대한치과의사협회 / 대한간호조무사협회 / 대한응급구조사협회 /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 한국노인복지중앙회 /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정보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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