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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불가항력적인 사망 사고에 의료진 구속을 판결한 재판부를 규탄하며, 국회는 조속히 법안 개정을 통해 억울하게 처벌받는 의료진이 없도록 하라

2020년 9월 11일


정부의 4대악 의료정책에 대항하기 위하여 일어난 젊은 의사 중심의 강경 투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전일 의료계는 충격적인 보도를 접하게 되었다. 서울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 장폐색이 있었던 환자에게 대장내시경을 위해 장정결제를 먹인 후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주치의에게는 금고 10개월을 선고하면서 법정 구속 시키고, 전공의에 대해서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의료진들은 환자가 복통이 없고 배변활동을 서너 번 해 배가 부드러운 것을 확인하고, 장폐색이 아니거나 부분 장폐색이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금고형을 선고하면서 재판부는 40살의 애가 둘이나 있는 여의사에게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법정 구속까지 시켰다. 이러한 사실을 들은 의사들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대목동 신생아 사망 사건, 성남 횡경막 탈장 어린이 사망 사건, 독일 산모 사망 사건 등 최근 사법부에서는 의료진의 명백한 과실이 입증되지 않았거나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 사망에 대해서도 빈번히 의료진 구속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의학은 아직도 미지의 분야가 많고, 인간의 생명을 의학을 통해서 완벽히 구해낼 수 없다는 사실은 일반인들도 잘 아는 상식이다. 따라서 아무리 의료진이 치료를 잘 했다고 하더라도 사망하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런 불가항력적인 사망은 지금도 전국에서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이번 사망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어 의료진의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는 확실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기사에 언급된 내용만을 보고 판단했을 때는 의료진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이번 사건도 불가항력적인 사망 사고로 볼 수 있는데, 재판부는 이를 과실로 보고 금고형 및 법정 구속이라는 중형을 내린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의사의 지위는 조선시대 왕이 죽으면 어의를 순장하던 수준에서 한치도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픈 환자를 열과 성을 다해서 진료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처벌받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현실에 대한민국 의사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강제지정제, 저수가로 인해 왜곡될 대로 왜곡되어 있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힘겹게 지탱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정부는 각종 악법을 퍼붓고 있고, 사법부는 생명을 구하지 못한 것을 죄로 물어 중형을 내리고 있다.

생명을 살리는 분야인 필수 의료 분야에 지원자가 없는 이유는 진정 정부는 모르는가? 필수 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의사는 경제적으로 힘들고, 매일 교도소 담장을 걷는 심정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기는 하는가?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이 필수 의료를 하지 않는다고, 의사들을 돈만 밝히는 파렴치한으로 매도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동인가? 이제 대한민국에서 의사들은 배운 대로 진료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많은 의사들이 생명과 무관한 분야에 몰리고 있고, 필수 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의사들은 교도소를 가지 않기 위해 방어진료를 해야만 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의사들은 의료 현장을 떠나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의 정책과 국회의 악법, 사법부의 과도한 판결은 의사들을 의료 현장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있다. 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게 되면, 얼마나 재앙적인 상황이 발생할 것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만 이는 정부와 국회와 사법부가 자초하고 있는 일이다. 의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다른 요인에 신경 쓰지 않고,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묵묵히 환자 치료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하려면 정부와 국회와 사법부가 변해야 한다.

이에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불가항력적인 사망 사고에 의료진 구속을 판결한 재판부를 규탄하며, 국회에 조속히 법안 개정을 통해 억울하게 처벌받는 의료진이 없도록 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또한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4대악 의료정책을 포함한 모든 잘못된 의료 정책을 폐기하고,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논의를 통해 발전적인 의료 정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2020년 9월 11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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