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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대정원 확대 정책의 문제점과 올바른 의료 인력 수급 정책의 방향(9-본론)

2020년 8월 12일

대한민국 상황에 맞는 올바른 의료 인력 수급 정책의 방향은 무엇인가?



현재 우리나라는 의사 수 부족을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의료 이용과 공급 수준이 높고, 오히려 과한 수준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저수가로 인해 병의원 문턱이 낮아져 환자들이 쉽게 의료기관을 찾게 되고,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낮은 수가를 보상하기 위해서 의료 공급량을 줄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 수의 부족이나 적정 의사 수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재 대한민국 의료 이용과 공급이 과하다는 명제를 인정하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근본 원인인 저수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수가를 OECD 평균 수준까지 올려서 현실화 시켜야 의료 이용과 공급이 줄어들 수 있고, 그 이후에도 적절히 이용과 공급이 조절되지 않으면 의료 이용과 공급 조절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의료 이용과 공급은 단순히 절대적인 양의 과잉만이 문제 되지 않고, 이용과 공급 형태의 과잉 문제도 있다. 대한민국은 부실한 의료전달체계로 인하여 경증 질환으로도 누구나 3차 의료기관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수도권 및 대도시 대형병원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 이용과 공급의 종별 및 지역별 불균형이 심각한 상태이다. 따라서 의료 이용 및 공급 형태의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정부가 발표하는 의료전달체계 확립 정책은 항상 1차 의료기관 관련 정책만을 우선적으로 내놓는다.
하지만 의료전달체계 왜곡의 핵심은 3차 의료기관에 있기 때문에, 3차 의료기관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여기에는 3차 의료기관 외래 진료 환자 수 및 질병군 제한, 급성 중증 및 난치성 질환자의 입원 치료 중심, 급성기 입원 이후 1, 2차 의료기관으로의 회송 의무화, 연구 개발 관련 인센티브, 전공의 수련 교육 관련 평가를 통한 인센티브 등의 정책이 포함되어야 한다. 결국 수가 현실화와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통해서 의료 이용과 공급을 정상화시킨 이후에 의료접근성 및 수요, 의료 질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의료 인력 규모를 산출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지역 간 의료 공급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 수요량에 대한 계산도 없이 막무가내로 인력 공급만 늘리거나 공공병원만 짓는 것은 효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혈세 낭비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지역 의료의 공백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의료기관 설립 시 의료기관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 및 수가 차등 정책을 실시하여 지역 내 자발적인 의료기관 설립이 활발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활발한 의료기관 설립이 적절한 고용 및 임금 수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여, 지방 의료기관 활성화가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도록 해야 한다.

의료 인력들에 대해서도 지방 의료기관 근무 시 세금 감면, 교육 및 육아 문제 등에서 혜택을 주면서 지방 취업을 유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에 인구가 늘어날 수 있도록 지방의 교통, 생활 및 교육 인프라 구축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지방의료원 등 기존의 공공병원들은 실제 필요한 의료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여,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한다. 단순 외래 진료 업무를 줄이고, 방역 및 감염병 관리, 응급 및 중증질환자의 응급처치 및 이송 관련 업무를 중점적으로 맡을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시켜야 한다. 이러한 구조조정 이후 근무 인력들에 대해서는, 앞서 지방 근무에 대한 혜택을 포함하여 연봉 인상 및 수당 지급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섬이나 산간 지역 등의 벽오지로 이루어진 의료취약지 의료 공급의 문제는 현재 전 세계 모든 국가들에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이다. 극히 적은 의료 수요 충족을 위해 벽오지에 공공 의료기관을 설립하는 것은 심각한 혈세 낭비로 이어지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이번에 문제 되고 있는 지역의사제처럼 의료 인력들을 강제적으로 벽오지에 근무시키는 방법은 인권 침해의 문제도 있고, 의료 인력의 근무 의욕 저하로 인해 실효성이 낮다. 따라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재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는 기존의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제도를 폐지하고, 복무 대상자들을 기초 군사훈련만 이수 시킨 뒤 '공공복무의사(가칭)'로 통합하여 관리하는 방안이다.

‘공공복무의사’ 제도는 전시에는 군에 편제되도록 하고, 평시에는 현재의 보건소나 군 병원 시설 등을 활용하여 지역별로 센터를 만들어 통합 진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지역별 센터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벽오지 의료지원과 순회진료, 방역 업무, 응급환자 처치 및 이송, 군 의무지원 등도 병행하면 현재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가 하던 역할을 보다 적은 인력으로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공공복무의사’로 근무하는 기간 동안 해당 의사들에게 방역 관련 교육, 의료 행정 관련 교육 등을 병행하면, 복무 기간 이후에도 관련 분야에 종사할 의사들을 육성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해서 인력이 부족한 분야에 의사가 늘어나지 않고, 의료취약지에 의사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건실한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현실에 맞는 적절한 의사 수 및 의료 인력 수급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수가 현실화 및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통해 왜곡된 의료 이용량과 공급량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지역 의료 활성화를 위해서는 실질적이고, 강력한 유인책을 펼쳐야 한다. 비효율적으로 운영되어 오던 공공의료기관의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벽오지 의료 공급을 위해 기존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인력을 활용한 ‘공공복무의사’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현재 배출되는 의사 인력 규모 내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인력 배치를 통해 운영을 해보고, 5~10년 간격으로 의료 인력 수요와 공급의 적정성을 평가하여 의사 및 의료 인력 공급량을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을 할 때는 교육부, 보건부, 국방부 등의 관련 부처와 의협 및 의학교육협의회 등의 전문가 단체가 참여하면서 독립성이 보장된 협의체에서 일관된 결정이 도출되어야 한다. 정부는 선진국들이 왜 의사 수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쿠바와 그리스가 의료 후진국이 된 이유도 분명히 알고, 같은 실수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20년 8월 12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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