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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대정원 확대 정책의 문제점과 올바른 의료 인력 수급 정책의 방향(8-본론)

2020년 8월 11일



의사 수 증가에 따른 의사 일자리 문제 및 의료 시장의 혼란과 의료비 증가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올해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의사가 일하고 있는 병원은 서울아산병원으로 1,656명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렇게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의사를 고용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조차도 비슷한 규모의 외국 병원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고용 인원이 적다. 세계 최고의 병원으로 불리고 있는 메이요클리닉의 경우를 보면, 연간 환자 수는 130만 명으로 서울아산병원의 430만 명보다 훨씬 적지만 의사 4,700명과 직원 및 관계자 5만 8천 명을 고용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직원 수가 8,000명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아예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서울아산병원의 연 매출액이 1조 원 규모인 것에 비해 메이요클리닉은 13조 원 규모로 두 병원의 매출액 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민소득 수준과 의료제도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 의사와 보건의료 인력들이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 상황은 대도시 중심, 대형병원 중심으로 더욱 빠르게 재편되고 있고, 국민 대다수가 대도시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들도 대도시로 집중될 수밖에 없으며 의사 및 보건의료 인력들의 일자리도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대도시 의료 공급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병원급 의료기관들은 서울아산병원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저수가 등의 이유로 병원 규모나 진료량에 비해 의사 및 보건의료 인력 고용을 최소화하고, 많은 업무량과 함께 PA 및 대체인력 등을 통해 부족한 인력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혹자들은 대도시 병원들이 고용을 적게 하면, 일자리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의사들이 일자리를 찾아 지방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의사 및 보건의료 인력들이 대도시에 거주하는 이유는 소득의 문제만이 아니고 주거, 교육, 육아, 교통 등 다양한 생활 인프라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의사 및 보건의료 인력들은 임금이 적더라도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대부분 지방보다는 대도시 일자리를 선택하게 된다. 특히 의사의 경우에는 봉직 일자리가 없어도 대도시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병의원 개원을 선택하거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대도시에 있는 의사들은 어떻게 해서든 도시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고, 지방에 있는 의사들은 경제적 여유가 생기게 되면 보다 나은 생활 인프라를 찾아 대도시로 이동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리 의사를 늘려도 의사 인력의 지역 편중 현상은 해결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의대정원을 확대하여 의사 수를 더 늘리게 되면, 의사 인력의 지역 편중 현상이 악화되면서 의사 일자리 및 전체 의료 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하고 국민 의료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역의사제와 지방 공공병원 설립 등으로 지방의 의사 일자리 및 의료 시장을 정부가 통제하면, 지방에서 일하는 거의 유일한 장점이었던 경제적 이득이 사라지게 되어 의사들은 지방을 더욱 기피하게 된다. 여기에 의한방일원화나 한방의 의과의료기기 사용이 허용되면, 지역에 상관없이 의사들은 넘쳐나는데 정작 필요한 분야의 의사 부족 현상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미용 및 성형으로 대표되는 비급여 의료시장 확대와 한의사들에 의해 만들어질 검증되지 않은 의료 행위의 증가로 인해 의료 공급자들의 출혈 경쟁은 가속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공급자 유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 국민 의료비는 늘어나지만, 정작 의료의 질이나 국민 건강 수준은 전혀 개선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지난 2008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고서를 통해서 의사 수가 증가할수록 국민의 의료비 지출이 늘어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당시 OECD 25개 회원국의 30여 년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 증가하면 1인당 의료비는 2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당시 건강보험공단은 급격히 늘고 있는 의료비 지출을 막기 위해서는 의사 수의 증가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OECD 평균보다 높은 의사 수 증가율과 의료비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사 수 감축 정책을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전체 의사 수의 3%가 넘는 4,000명 의대 증원을 발표하고, 공공의대 및 신설 의대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의한방일원화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의대정원 확대 정책이 국민 의료비 폭증은 개의치 않고, 정치적 목적만을 위해서 이루어지는 포퓰리즘 정책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필수 의료나 지방에서 의료 행위를 하는 의사들은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에 시달려야 하고, 대도시에서 의료 행위를 하는 의사들은 생존을 위해 비정상적 과다 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왜곡된 의료 현실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 이런 왜곡된 현실이 의대정원 확대, 의한방일원화, 공공의료 확충 등의 정부 정책으로 인해서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최근 ‘정부가 정책을 만들면 국민들은 대책을 만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현 정부의 막무가내식 정책 추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중에서 의료 정책은 가장 막무가내로 진행되고 있으며, 문제의 근본 원인에 대한 고찰이나 정책 추진 시에 파생될 부작용 및 파장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식으로 정책이 추진되면 의도한 방향과는 다른 결과가 도출되어 후유증만 남기고 실패한 정책으로 남게 되며, 정책 실패의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입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020년 8월 11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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