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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부가 원하는 것은 인술인가 상술인가?

2020.05.22., 전공의협의회



우리는 긴 학업과 수련 기간 동안 의료의 기본은 환자를 직접 보고, 소리를 듣고, 신체를 진찰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최근 정부의 원격의료 확대 사업은 우리가 배운 의학의 기초이자 치료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원격의료 확대 사업을 통해 정부가 기대하는 것이 정말 환자들을 위한 ‘인술’인지 미지의 산업기반을 위한 ‘상술’인지 묻는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수많은 국민은 자택, 시설, 병원에 격리되어 힘든 싸움을 하였다. 수많은 의사는 위험을 무릅쓰고 병동으로 응급실로 길거리로 나섰다. 그 가운데 더는 안전한 장소에서 치료할 수 없을 정도로 환자 수가 많아지자 정부는 환자 일부에 한해 원격의료 시행을 허가하는 유권해석을 내렸으나 이는 의료계와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내놓은 미봉책에 불과했다. 의료진들은 원격의료가 위험한 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 초유의 재난으로부터 한 명의 국민을, 나아가 우리나라를 구하기 위해 참고 참았다.

고육지책으로 시행했던 한시적인 형태의 원격의료를 보고서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전 정부에서도 지겹게 들어왔던 단어들을 갖다 붙이며 원격의료를 정당화하였다. 현장에서 땀 흘리며 누구보다 국민을 위해 일한 의료진의 노력으로 정부의 모순을 급급히 감추며 마치 국민을 위한 양 원격의료를 만병통치약으로 둔갑시켰다. 도서벽지의 환자들을 위한 ‘선한’ 의료인지 ‘선도형 경제’를 이끌 산업인지 스스로 헷갈리는 설명을 쏟아내는 동안 우리에게 인술의 가치는 더는 당연한 일상의 이치가 아니라 정부로부터 지켜내야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제한된 형태의 원격의료를 시행하겠다는 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더라도 우리는 이 말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의료계와의 합의와 충분한 숙의 없이 시작하는 원격의료라면 다음 빗장을 여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 가운데 원격의료를 도입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진 이들만 살아남을 것이며 원격의료의 부작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여력조차 없는 의원들은 문을 닫을 것이다. 원격의료는 ‘선한 의료’, ‘선도형 경제’도 아닌 단순 전화 진료이며, 초대형 병원과 일부 기업의 의료 독점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재난의 징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전공의가 밤잠을 줄여가며 환자 곁에서 아픈 곳을 한 번 더 보고, 소리를 듣고, 두드리고 만지는 이유는 이것의 모든 치료의 시작이자 기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숫자로 환산된 수많은 검사결과로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다. 의학은 수치를 해석하는 일을 넘어 사람에 관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원격의료를 주장하는 이들의 얄팍한 단어 놀음과 상술에 넘어갈 시간과 여유가 없다. 그러니 다시 한번 분명히 묻는다. 정부가 주장하는 원격의료가 인술인가, 상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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