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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한민국 전공의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가비상사태에서 환자 곁을 지키며 국민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진료하겠습니다.

2월 3일



새해와 함께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감염증 사태는 전 세계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습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2차, 3차 감염 우려와 함께 WHO의 국제비상사태 선포는 전 지구적인 불안감의 단면을 표상합니다.

이러한 신종감염병의 위협에 맞서 대한민국의 전공의들은 오늘도 밤낮없이 병원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응급실, 선별진료소, 격리병동을 총망라한 전장에서 24시간 환자 곁을 지키는 것은 우리 전공의들, 젊은 의사들입니다. 국가와 사회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신의와 성실의 원칙에 따라, 규정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오늘도 우리 전공의는 환자 곁에서 밤을 지새웁니다. 그러나 우리는 내부의 적에 발목 잡혀 있습니다. 바로 ‘EMR 접속 강제 차단’ 입니다.

EMR이란 병원에서 사용되는 전산시스템으로, 이 시스템을 통하여 의사는 처방을 내고 기록을 작성하고 진료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공의법에 규정된 주 80시간 근로 규정을 서류상으로 지키고자 많은 병원이 당직표상 근무시간이 종료되면 전공의의 EMR 접속을 강제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EMR 접속이 차단되면 병원 내 모든 처방과 지시와 기록작성 또한 불가능하기에, 전공의들은 환자 곁을 떠나는 대신 당직자인 타인의 아이디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를 온 병원이 묵과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 협의회는 회원을 예비 범법자로 만드는 불합리한 조치를 철회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청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사회적 조명을 받지 못한 끝에, 이제 EMR 차단은 작금의 국가비상사태 및 질병 확산 방지에까지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확진 수가 늘어남에 따라 접촉자, 유증상자, 의심환자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면 질병관리본부 지침에 따라 선별진료실로 이동, 이들을 직접 대면하고 문진, 진찰하는 의사는 바로 우리 전공의입니다. 전공의에게만 적용되는 EMR 차단은 이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킵니다. 제한된 근무시간이 종료되면 모든 처방과 기록작성이 차단되고, 환자를 두고 떠날 수 없는 우리 전공의는 궁여지책으로 타인의 아이디를 사용하게 됩니다. 즉, 전산에 입력된 의사와 실제 진료를 수행한 의사가 다른 상황이 벌어집니다. 추후 해당 환자가 확진자로 판명되었을 때, 기록에 의존하는 역학조사는 실제 진료를 수행한 이가 아닌 엉뚱한 이를 향하는 위험한 오류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미 일선에서는 확진 또는 의심환자와 접촉한 의사가 전산 기록에 남겨진 당사자와 일치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에 싸여 있습니다. 이는 정확한 접촉자 파악 및 역학적 대응을 방해하는 중대한 장애물로써 정부가 엉뚱한 의료진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동안 진짜로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이 다른 환자들을 보고 지역사회를 활보하게 된다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감염자 수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울러 환자들은 대학병원에 방문하면서 정확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실제로 진료, 처방, 기록한 의사가 누군지 알 수 없게 되면서 주먹구구의 의료행위를 피할 수 없게 됩니다. 내 주치의가 누군지 확인하고 싶어도 알 방법이 없습니다. 환자들은 누군지 확인도 못 하는 의사가 낸 처방을 받고,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감염자가 될 수 있다는 의혹과 공포에 사로잡히게 될 것입니다. 본 회는 이러한 시스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감염증 사태에 미칠 여파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합니다.

전공의들 또한 한 명의 인간으로, 두려움이 앞섭니다. 하지만 훌륭한 의사로 수련받기 위해, 무엇보다 환자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각 병원 전공의 대표자와 함께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총력 대응을 할 것을 결의했습니다. 열악한 근로조건을 딛고 국가 재난 사태를 극복하고자 우리 젊은 의사들이 최전선에서 앞장서겠습니다. 수준 높은 대한민국 의료에 대한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위기 상황을 해결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작금의 국가비상사태를 하루빨리 극복하고 국민의 건강을 지켜내고자 하는 젊은 의사들의 손발을 묶어두지 말아 주십시오.

젊은 의사들이 안전하게 환자 곁을 지킬 수 있도록, 그리고 모두 힘을 합쳐 더 이상의 확산 없이 국가비상사태를 속히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 그리고 병원 경영진께 EMR 차단을 해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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