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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병원협회는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불법 진료보조인력의 합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올바른 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하라

2019년 12월 9일


전공의 혹사 및 질 낮은 수련 환경, 연구와 교육에 시간 투자할 여력 없이 진료에만 매달리는 교수들,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를 포함한 전체 의료 인력들의 과도한 업무량, 인건비 절감을 위해 불법임을 알면서도 운영되어 온 PA 의료행위 등 지금까지 대한민국 병원에서 생겨났던 각종 의료 왜곡 현상들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의료 왜곡의 주 책임은 당연히 잘못된 의료제도를 만들고 운영해온 정부에 있겠지만, 정부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은 채 편법과 불법으로 잘못된 의료제도를 유지시켜 준 병원계의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병원계는 자신들의 잘못을 망각한 채 당장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대한민국 의료 현실을 더욱 왜곡되게 만들려 하고 있다. 수년 전 전공의 특별법 제정을 가장 강하게 반대했던 집단이 병원협회(이하 병협)였고, 정부가 각종 포퓰리즘 의료 정책과 규제 강화 악법들을 추진할 때 의료계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적극 협조한 집단도 병협이었다. 이렇듯 지금까지 병협은 대한민국 의료를 정상화시키려는 노력은커녕, 오히려 의료 왜곡을 심화시키는 주범의 역할만을 해왔다. 병협의 이러한 무책임한 행태는 최근 불법 PA 의료행위 문제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본 회)의 불법 PA 의료행위 검찰 고발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불법 PA 의료행위 수사에 병원계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집단이라면 자신들의 불법 행위를 사죄하고, 정상적인 방향으로 병원이 운영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그러나 병협은 자신들의 불법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불법을 합법화 시키려는 시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최근 발표된 언론 보도에 의하면 병협은 '진료보조인력 실태 및 제도화 방안 연구' 및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에 대한 연구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연구가 PA 합법화의 명분으로 이용될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병협은 진료보조인력 실태 및 제도화 방안 연구에 1년간 1억 5천만 원 규모의 연구비를 책정하여, 국내 진료보조인력 관련 정책동향 조사, 실태조사, 필요 업무 조사, 국외 사례, 제도화 관련 방안 등을 연구에 포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또 다른 연구인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에는 7개월간 5천만 원 규모의 연구비를 책정했는데, 이 연구는 의대 정원 확충과 PA 합법화의 보조적인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연구로 보여진다. 두 연구에 약 2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으로 보았을 때, 병협은 PA 합법화와 저렴한 의사 인력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PA 의료행위는 의료 왜곡 현상을 심화시키고, 대리수술과 마찬가지로 국민건강에 심대한 위협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PA 제도를 일부 운용하고 있는 외국의 경우도 대부분의 의료 행위는 반드시 의사가 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외국의 경우는 의사를 비롯한 의료 인력들의 적정한 업무량과 인건비가 보장되어 있어, 현재 우리나라처럼 저렴한 인건비로 의사 업무를 대체할 목적으로 PA를 운영하지는 않는다. 현격한 수가 차이와 판이한 의료 시스템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외국에서 PA가 운용되고 있으니 국내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면, 정책 실패는 자명하다. 이에 정부와 병협은 PA 합법화를 논하기 전에 먼저 의료 정상화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야 마땅할 것이다.

2013년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김양균 교수가 발표한 '향후 10년간 의사인력 공급의 적정수준'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빠르면 2023년, 늦어도 2025~2026년 사이에 OECD 국가 평균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됐고, 의대 정원을 늘리면 2025년부터는 초과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즉, 지금은 의사인력 부족을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공급 과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의사가 부족한 이유는 저수가로 인해 병원들이 의사 인력을 추가 채용할 여력이 없고, 여력이 있어도 병원에서 더욱 인건비가 저렴한 PA 채용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의료 환경을 만든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단일공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에서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과 적정 수가 보장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도외시한 채로, 포퓰리즘 정책 추진에 재원을 낭비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전공의 수련 정책과 전문의 양성 정책을 운영하여 의사 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가져온 정부의 정책 실패가 현재의 문제를 만들었다. 정부의 근본적인 의료 정책 변화나 의료 시스템의 개혁 없이 추진되는 모든 정책은 성공하기 힘들고, 오히려 또 다른 문제만 파생시킬 우려가 높다. 따라서 병협은 미봉책에 불과한 PA 합법화 시도를 중단하고, 병원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올바른 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를 정부에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만약 병협이 이러한 태도 변화를 보인다면 본 회는 병협의 동반자가 되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다.

이에 본 회는 다시 한번 병협에 PA 합법화 시도를 중단하고, 올바른 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만약 본 회의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병협에서 PA 합법화 시도를 지속한다면, 축적된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불법 PA 의료행위 고발을 지속해 나갈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또한 병협이 발주한 PA 제도화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이 있다면, 본 회는 연구 내용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불법적인 부분을 면밀히 조사하고 분석하여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2019년 12월 9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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