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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병원의사협의회 성명서

2019년 3월 12일

무리한 원격진료 시행을 위해 국민과 의료계를 기망하고 우롱한 
보건복지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수 년전부터 원격진료의 문제는 의료계 내에서 논란이 많은 이슈였다. 의료인간 협진을 목적으로 하는 원격의료는 아주 제한적으로 인정되고 있었지만, 의사-환자간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원격진료는 현행법상 불법이었다. 일부 의료기기업계와 이와 결탁한 의료인 및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원격진료를 합법화 시키려는 시도를 여러 차례 하였지만, 원격진료는 의료계뿐만 아니라 국민적인 여론의 저항에도 부딪혀 지금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원격진료를 받아들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직접 대면진료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여러 가지 의학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지만, 정부가 원격 진료를 추진하려고 의도가 매우 불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복지부는 이러한 원격진료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본 회)는 복지부가 그 동안 원격진료를 추진하지 않을 것처럼 거짓 행동한 것에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끼며, 원격진료가 절대로 불가한 이유까지 밝히고자 한다.


1. 원격진료는 국내 실정에 맞지 않으며, 많은 문제들이 파생될 위험이 높다.

대부분 외국에서 원격진료가 이용되는 경우는, 넓은 국토로 인해 의료접근성이 극도로 떨어지는 지역에 한해서 의사들이 필요성을 먼저 인식하고 정부 등에 요구하여 이루어지는 경우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현재도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국민들의 건강을 위하여 이를 엄격하게 관리한다. 일부 우리나라 언론에서 기사화되는 외국의 원격진료 사례들은 앞에서 말한 매우 제한적인 케이스들을 마치 일반적인 것처럼 호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의료접근성이 좋은 우리나라에서 원격진료를 추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원격진료는 환자를 직접 보면서하는 시진, 청진, 촉진, 타진과 같은 기본적인 진찰이 불가능하기에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진단이 잘못되거나 늦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특히 원격진료의 대상자가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 노인들이라면 이는 더욱 위험할 수밖에 없다. 노인들은 대면진료를 통해서도 정확한 정보를 얻어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에 원격진료를 하면 추가적인 합병증을 진단하거나 환자 상태 악화를 조기에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원격진료는 환자로 하여금 의료기관 방문을 등한시하게 만들고, 환자가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의사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그리고 환자 정보의 무분별한 유출, 데이터 전송의 오류나 의도적인 조작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 시스템 해킹 등으로 인해 범죄에 악용될 위험성이 항상 있다는 점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


2. 정부는 재정 절감을 주 목적으로 원격진료를 추진하는 것이며, 이는 급격한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가 원격진료를 강행하려고 하는 이유는 의료기기업계에 당근을 주어 규제를 철폐한다는 이미지를 주면서도, 대면진료보다 낮은 원격진료 수가 책정을 통해 건보재정 지출을 줄이겠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정부가 생각하는 원격진료는 스마트폰을 통한 의료데이터 전송, 의사-환자간 음성 및 화상 통화 정도 수준이다. 현재 거의 전국민에게 보급되어 있는 스마트폰을 진료에 이용하고, 정부는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는데, 이 부분에서 규제가 풀린다고 하여 산업계에 얼마나 부가가치가 더 창출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산업의 발전이나 부가가치의 창출 없이 스마트폰을 통한 값싼 저질의료만 양산될 우려가 높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기에 노인층에 대한 의료비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 동안 정부는 저수가 및 저보장 정책으로 의료비 증가를 막고 있었으나, 고령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에 따라 의료비 지출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과정은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겪는 것이지만, 이 문제에 대한 대처를 우리나라 정부처럼 하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고령화로 인해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여도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 의료의 질을 극단적으로 훼손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지는 않는다. 이미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은 저수가 체계로 인해서 박리다매식 진료를 하지 않으면 유지가 되지 않는 상황에까지 내몰리고 있는데, 이를 더욱 부추기는 원격진료의 도입은 의료의 질을 극단적으로 떨어뜨려 국민 건강에 심대한 위해를 끼칠 것이다.


3. 보건복지부는 그 동안 거짓말로 국민과 의료계를 철저히 우롱하였다.

지난 3월 11일 2019년 보건복지부 업무계획 발표에서 박능후 장관은 “원격의료는 고정관념이 많아 다른 뜻으로 쓰기 위해 스마트 진료라는 용어를 쓰고자 한다. 스마트진료는 종국적으로 원격진료의 내용을 띠고 있지만 주어진 법의 범위 내에서 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 장관은 “(스마트진료는) 의사와 의료인 간에 하는 협진이나 격오지 부분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하겠다. 향후 스마트진료 부분을 진행하고 확대해 나갈 때 상급병원 중심으로 하지 않고 1차 의료기관 중심으로 하겠다"라며 "1차 의료기관들이 동네에 있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주로 대하거나,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원격진료를 활용할 수 있게 초점을 맞추겠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날 배포된 보도자료에서 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서 도서‧벽지, 원양선박, 교도소, 군부대 등 의료사각지대에 한해 의사-환자간 스마트진료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의 이번 스마트진료 추진 계획은 복지부가 기존에 원격진료 추진에는 선을 긋던 모습에서 크게 바뀐 것이다. 지난해 12월 17일 대통령 주재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기획재정부가 의사-환자간 원격진료 도입을 언급하고, 만성질환관리제(이하 만관제)를 통해서 이를 추진할 계획임을 발표하자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실제로 만관제 시범사업과 관련하여 주치의제 및 원격진료 우려가 커지자 지난해 12월 20일 복지부의 모 보건의료정책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만관제는 원격의료와 주치의제와 별개의 것이고, 원격의료 및 주치의제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많은 의료계 단체들은 이 말을 믿을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당시 만관제 시범사업을 추진하던 의협 집행부와 일부 시도의사회는 의료계 내부의 우려를 외면하고, 시범사업 참여를 강행했다.

그런데 지난 2월 13일 박능후 장관의 발언을 통해서 만관제가 주치의제 시행을 위한 도구임이 드러난 데 이어서 이번에는 원격진료 추진 발언까지 나옴으로써 복지부가 그동안 거짓말로 국민들과 의료계를 기망해 왔음이 드러났다. 물론 복지부는 이번에도 아주 제한적인 경우에만 허용할 것이며 1차 의료기관 위주로만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일단 의사-환자간 대면진료 원칙을 허무는 이러한 법 개정은 점차 범위를 확대시키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스럽고 받아들일 수 없다. 기획재정부의 원래 계획대로 만관제에 원격진료 도입이 확대될 것이고, 처음에는 1차 의료기관에만 허용하던 원격진료가 3차 의료기관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여러 증거들을 통해서 만관제 시범사업은 주치의제 시행 및 원격진료 도입의 도구이자 지불제도 개편의 단계임이 드러난 상황에서 의료계가 만관제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결국, 만관제 시범사업을 유지하는 것은 의료계가 대정부 투쟁을 할 명분조차 갖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따라서 의협과 시도의사회가 의료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대정부 투쟁을 할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복지부의 이번 원격진료 발언을 계기로라도 만관제 시범사업 참여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 또한 복지부는 그 동안 거짓말로 국민들과 의료계를 속인 것에 대해서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과 의료계를 기망한 것에 책임을 지고 원격진료 추진 철회와 함께 만관제 시범사업도 철회해야 마땅할 것이다.




2019년 3월 12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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