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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의협 성명서



의료 본질 무시하는 '오판' 저지른 재판부도 구속하라!


2013년 5월 성남의 한 병원에서 8세 어린이가 횡격막 탈장 및 혈흉을 원인으로 사망하는 불행한 사건이 있었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은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먼저 애도를 표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해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관련 진료의사 3인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전원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민사에서 이미 심판을 받았는데 형사에서 금고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까지 한 것이다. 법원은 이 사건의 책임을 진료의사들에게 전가했다. 의사들이 아이를 사망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의사들을 가해자로 지목했다.

우리는 참담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 땅 곳곳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13만 의사 전체를 구속한 것과 다름없는 판결이다. 어떤 의사도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선한 의도를 갖고 최선을 다해도 나쁜 결과를 맞닥뜨리게 되는 게 의료다. 예측불허의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재판부에 묻는다. 당시 현장의 의사들이 정말 환자를 사망케 하려 했다고 보는가? 의사들은 각자 맡은 진료과와 파트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항상 좋은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며 항상 정답일 수도 없다. 그것이 의료의 본질이고 특수성이며 또한 한계다.

이를 무시하고 외면한 채 의료사고와 오진마다 의사를 범죄자 취급한다면 대한민국 의사들은 의료를 포기하고 멈출 수밖에 달리 길이 없다. 의사들은 지금 생명을 살리는 최일선의 진료현장에 서 있는 게 아니라, 교도소 담벼락을 걸으며 살고 있다.  
 
도대체 어떤 직업군이 통상적 직무수행 중 과실이 있다 하여 구속되는가? 소방관이나 경찰관이 생명의 위기에 빠진 사람을 모두 구출해 내지 못했다고 구속되는가? 판사가 잘못 판결하거나 검사가 잘못 판단했다가 최종 무죄판결 났을 때 과실로 구속하는가? 어떤 책임을 지는가? 왜 의사들에게만 과도한 의무와 책임을 요구하는가? 오진이라고 구속해야 한다면 오심이나 오판도 구속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의사는 면허를 취득하는 순간부터 강제적으로 건강보험에서 정해 놓은 기준에 따라 진료해야 한다. 교과서대로 진료해도 나라에서 허락하지 않으면 불법이 된다. 이렇게 의사들을 압박하고 규제하면서 한편으로 진료 결과는 무조건 좋아야 한다는 것인가? 심지어는 의사의 과실이 없어도 환자에게 일부를 보상하게 하고 있다. 이제는 환자가 사망하면 의사에게 감옥까지 가라는 것이다. 더 이상 이런 환경을 방치할 수 없다.

사법부에 요구한다! 의료에 대한 몰이해를 반성하라! 누구에게나 부여된 인권의 문턱이 왜 의료인에게만 유독 높은 것인가? 의료인에게는 법 이상의 국민정서라는 잣대까지 들이대 심판해야 하는가?

열악한 의료환경과 불합리한 의료제도, 기형적 의료시스템들이 난마처럼 얽혀있는 가운데 혼신을 다하는 의사들의 노고를 인정하기는커녕 의사들에 과도한 업무량을 요구하면서도 책임을 묻고 있는 가혹한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우리사회가 의사들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맞다면, 재판부가 다시 올바르게 판단하길 엄중히 촉구한다. 구속된 의사들을 당장 석방할 것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13만 의사들이 총 궐기하여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설 것이다. 가히 ‘사태’라 할 만한 일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018. 10. 26.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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