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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병원의사협의회 성명서



의협은 문재인 케어 수용과 마찬가지인 의정대화 합의의 파기를 선언하고, 회원들의 민의에 반하는 독단적인 행보를 중단하라.

지난 9월 28일 의협 최대집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보건복지부와의 의정대화를 통해 합의문을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의협이 9월 30일까지 문케어 정책 방향을 점진적인 정책으로 변경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최대집 회장은 의료계가 강경한 투쟁을 하면 의료계뿐만 아니라 국민과 정부 모두가 불행해지므로, 의료계와 정부가 서로 진정성을 갖고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투쟁보다는 대화와 협상을 우선할 뜻을 내비쳤다. 

지난 39대 추무진 집행부가 대화와 협상만을 중시하고 친정부적 행태를 보이자, 이에 실망한 회원들의 상당수는 다른 공약에 대한 어필 없이 오로지 문재인 케어를 저지시킬 유일한 적임자가 자신임을 강조하면서 투옥까지 불사하는 강력한 투쟁을 펼치겠다는 최대집 후보를 의협회장으로 지지하였다. 이러한 회원들의 간절한 기대로 당선된 인물이 바로 최대집 회장이었다. 그러나 출범 후 지금까지 현 의협 집행부는 지난 추무진 집행부와의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하거나 오히려 더 미숙한 부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임기 초기부터 임원들의 잦은 말실수로 구설수에 올랐고, 공보험을 강화하자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과 다를 바 없는 ‘더 뉴 건강보험’ 정책을 들고 나와 회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탈퇴하면서도 막상 의정협의체는 그대로 유지하는 다소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한한의사협회와 의료일원화 합의문 초안까지 작성해서 비밀리에 진행하다가 발각되어 회원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또한 경향심사의 심각성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보건복지부와의 뇌·뇌혈관 MRI 합의를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는 자충수를 두기도 하였다. 이번 의정 합의서 역시 마치 의협의 요구가 관철된 듯이 주장하고 있으나,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본 회)가 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보니 다음과 같은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1. 합의문 내용에 대한 분석

합의문 1) 정부와 의료계는 국민건강을 위하여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필수의료 중심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의-정간 충분히 논의하여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간다.

의협은 문제인 케어의 정책 방향을 “급진적”에서 “단계적”으로 변경시킨 것은 나름의 성과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한마디로 말장난에 불과하다. 애초부터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발표할 때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비급여 항목들을 급여화 할 것이라 발표했으며, 그 세부계획까지 공개 했었다. 이를 “급진적인 보장성 강화"라고 명명한 것은 최대집 회장 자신이었고, 정부는 단 한 번도 급진적이란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 따라서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표현은 작년 8월 정부가 처음 문재인 케어의 시행을 발표했을 당시의 정책 방향과 동일하며, 최대집 회장 당선 직후 상복부초음파 급여화 강행부터 시작해 상급병실급여화, 뇌-뇌혈관 MRI급여화, 선천성대사이상 등의 필수의료 급여화까지 문재인 케어는 애초 정부의 로드맵 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단계적 추진”이라는 표현으로 마치 성과가 있었다는 식으로 발표하는 것은 의협 집행부의 실패를 숨기고 계속 회원들을 기만하려는 것일 뿐이다.

또한 “필수의료”라는 의미 및 범위 자체가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필수의료에 “한정하여” 보장성 강화를 한다고 해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보장성 강화에 합의했다는 것은 필수의료 이외의 부분까지 보장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는 문재인 케어를 그대로 수용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실제 일부 언론에서는 보건복지부와 의협이 문재인 케어의 단계적 추진에 전격 합의했다는 제목을 달았을 정도임을 보았을 때 문재인 케어의 정착에 의협이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기정사실화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합의문 2) 현재의 저수가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 상호 공감하고, 의-정 상호간에 진정성을 바탕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적정수가에 대한 논의를 10월 25일 개최되는 의정협의체 회의를 통해 진행해 나간다.

문재인 케어를 통한 무분별한 급여화 이전에 기존 수가에 대한 수가정상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었으며, 최대집 회장 역시 취임 초부터 수가정상화를 주장하며 지난 5월 30일 의협 임시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계를 기만하는 건강보험공단의 수가협상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며 건정심 탈퇴 선언이라는 초강경 조치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수가정상화와는 거리가 먼 2.7% 수가 인상이라는 어이없는 결과가 도출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에는 수가정상화에 대한 주장은 사라졌고, 상복부초음파, 뇌-뇌혈관 MRI 급여화 과정에서 기존 관행수가에 훨씬 못 미치는 수가를 합의해주면서도 의협은 보건복지부로부터 그 어떠한 구체적인 수가정상화 방안도 받아내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였다. 그런데 또다시 수가정상화 “방안”이 아닌 “논의”를 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술책에 의협이 다시 한 번 농락당했거나 아니면 농락당해주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현재 의사들에게 중요한 것은 명확한 수가정상화 “방안”이지 수가정상화 “논의”가 아니다. 따라서 이 합의문을 성과라고 평하는 것은 회원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합의문 3) 일차의료 기능 강화를 위해 교육상담·심층진찰 확대, 의뢰-회송사업 활성화 등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여 추진해 나간다.

교육상담, 심층진찰, 의뢰-회송사업 등은 이미 추무진 집행부 때 논의되었던 사안으로, 각 직역과 직능에 따라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분이 아주 많다. 따라서 상당 기간 다양한 논의를 통한 컨센서스 형성이 필요함에도 의협은 마치 이 사안들을 찬성하는 양 정부와 합의를 했다. 과거 추무진 회장은 위 사안들을 포함한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추진하다가 최대집 회장에 의해 강한 반대를 받으며 탄핵까지 당할 뻔 하였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최대집 회장이 회원들과 논의도 없이 정부와 이 문제를 합의한 의도와 목적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합의문 4)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에 공동으로 노력하고, 의료인의 자율규제 환경을 조성해 나간다.

이 항목은 의정합의문이라는 큰 문서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현재 강하게 이슈화되는 문제들도 아닌 세부적인 문제임에도 합의문에 포함되었다. 3번과 4번은 복지부의 요구에 의해 현재 복지부에서 추진하려고 하는 사업들을 집어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다양한 사안들 중에서 왜 유독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과 의료인 자율규제가 합의문에 들어갔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의협의 또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2. 합의절차에 대한 문제제기

이번 의정합의문은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협의 전체적인 입장변화, 향후 수가정상화, 의료전달체계 개편,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 등 중요하고 포괄적인 이슈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에 반해서 그 내용이 상당히 부실하다. 따라서 이러한 합의문이 작성된 절차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체 회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차치하더라도, 과연 이 의정대화 합의문이 상임이사회나 기타 공식적인 논의절차를 거친 것인지 의문이다. 회원들은 불과 몇 주 전 의료일원화 조항을 담은 의한정협의체 협상안 초안이 의협 집행부 내 몇몇 사람들에 의해 밀실에서 졸속으로 추진되다가 회원들의 강한 반발로 파기됐지만 그 누구도 그 결과에 책임지지 않았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의정합의문 또한 의한정협의체 협상안처럼 진행된 것이 아닌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이번 의정합의문 도출이 충분히 논의와 절차가 담보된 사안이라면 더 이상 의사협회에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충분한 논의 없이 집행부내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 진행된 일이라면 독단적인 회무를 주도한 당사자들은 회원들 앞에 무릎 꿇어 사죄하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3. 대의원회 임시총회에 영향을 주기 위해 졸속으로 진행된 합의일 가능성

합의문의 발표 시기와 내용을 보면, 그 목적이 순수하지 못하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나 28일에 의정대화 합의문을 발표한 것은 시기적으로 10월 3일로 예정되어 있는 대의원회 임시총회를 의식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임시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의결되면 대정부 투쟁이나 협상의 권한을 비대위로 넘겨줘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임시총회가 임박한 시점에서 이슈 몰이를 위해 졸속으로 합의문 발표를 강행한 것이라는 의심은 충분히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이번 의정대화 합의문은 아무런 구체적인 수가정상화 방안이나 약속도 없이 단순히 '의-정간 충분히 논의하여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간다', '적정수가에 대한 논의를 10월 25일 개최되는 의정협의체 회의를 통해 진행해 나간다', '일차의료 기능 강화는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여 추진해 나간다',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에 공동으로 노력하고, 의료인의 자율규제 환경을 조성해 나간다' 등 선언문적 성격이 아주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효력도 없고 아전인수식 해석이 가능한 선언문 형태의 합의를 하필이면 임시총회를 앞둔 시점에 해서 대의원들을 자극시킬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고, 그 의도에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4. 결론 

의협은 이번 협상안이 의협의 점진적인 보장성 강화대책 추진 주장에 보건복지부가 동의한 것인 양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애초 최 회장의 요구에 훨씬 못 미치는 참담한 결과이다. 최대집 회장은 "9월 30일까지 문재인 케어 항목을 3600개에서 100개로, 예산을 30조원에서 2~3조원으로 변경해달라"라며 정부가 답변하지 않으면 강한 투쟁을 예고했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문에는 이러한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정부에 요구한 구체적인 답변이 들어있지도 않은 합의문을 회원들에게 내밀면서 의협의 성과라고 발표하면 도대체 회원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본 회는 전혀 실효성도 없고 알맹이도 없는 이번 합의문에 왜 의협이 도장을 찍어주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번 합의 때문에 의협은 더 이상 문케어 저지 투쟁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수가정상화 역시 정부는 계속 논의만 할 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본 회는 지금이라도 의협이 의정대화 합의문의 무효와 파기 선언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조치 없이 지금처럼 회원들의 민의를 무시하고, 대화와 협상 운운하면서 친정부적 행태를 보이면 회원들은 더 이상 의협 집행부를 신임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회는 앞으로도 어떠한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진정한 의료계의 발전과 올바른 의료 시스템 정착을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투쟁도 불사할 것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2018년 10월 1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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