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기는 강력한 무기, 수면
오는 3월 13일은 ‘세계수면의 날’로, "더 나은 수면, 더 나은 삶, 더 나은 세상 (Better sleep, better life, better planet)’을 슬로건으로 전세계적인 수면개선 캠페인을 진행한다. 대한수면학회(회장, 서울의대 정기영 교수, www.sleepmed.or.kr)에서는 세계수면의 날을 맞이하여, 면역력을 증진하기 위한 5가지 수면지침을 발표했다.
'세계 수면의 날'은 세계수면학회(WASM, World Association of Sleep Medicine)가 수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수면질환 예방 및 관리의 중요성을 알려 수면장애 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질병 부담 등을 줄이고자 2007년에 제정했다.
코로나 19 감염자 수가 증가면서 일반 시민들의 생활패턴에도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외출을 자제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증가하였으며, 불필요한 모임, 회식도 취소되는 분위기이다. 외식이 줄면서 배달음식 의존도가 높아졌고,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항간에서는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인해 살이 체중이 증가 한 사람이 “확찐자”라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하고 있다.
그럼 당신의 수면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코로나 19가 대유행하는 이 시점에 수면은 왜 중요한 것일지? 2020년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코로나 19이 유행하고 있는 현재,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 대해 다음과 같이 간략히 기술해본다.
1. 활동량 감소, 비만 및 수면의 관계
신체적 활동이 사람의 자고 깨는 24시간 일주기리듬을 유지하는데 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신체적 활동이 감소하게 되면 이 일주기리듬 유지를 저해될 수 있다. 또한 부신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일주기리듬과 연동되어 있기에, 신체적 활동 감소와 함께 이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 형태에도 변화가 생기게 된다. 이에 따라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받는 식욕, 기분, 수면에도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수면 부족은 비만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실제로 적은 수면량이 비만의 위험을 높인다는 일관된 연구결과가 있다. 수면은 신경내분비 기능, 당대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에, 수면 박탈은 내당능의 저하와 인슐린 감수성의 저하, 야간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식욕 억제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렙틴의 분비를 감소하여 배고픔을 자주 느끼고 식욕이 증가할 수 있겠다. 이렇듯 활동량 감소와 수면, 비만 간에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로 환자들 중 코로나 19 유행 이후 수면 장애, 식욕 증가, 체중 증가를 보고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2. 일조량 감소와 수면, 우울증과 관계
코로나 19 유행으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증가하고 외출을 자제하게 되면 일조량 감소하는 필연적일 수 있겠다. 일조량과 수면 관련한 연구들은 일조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북극 종사자들, 요양시설에 입소해 있는 노인 인구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왔다. 연구 결과 장기간 일조량 감소에 노출되게 되면 입면까지의 시간이 길어지고 수면분절을 유발시킬 수 있으며, 수면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3. 수면과 면역의 관계
수면이 면역계에 미치는 중요 역할에 대해서는 다수의 논문에서 보고하고 있다. 즉 수면박탈이 면역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수면 박탈이 선천 면역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NK 세포 수와 기능을 감소시키며, 후천 면역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CD4+ T 세포의 수 감소를 일으킨다고 한다. 일례로, 인플루엔자 A 및 A형 간염 백신 후에 면역 반응이 수면박탈군에서 현저히 감소함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수면 시간이 짧을수록 면역기능의 주요한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약화시켜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의 위험도를 높인다. 아직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예방 백신이나 치료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감염증을 스스로 이겨내고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잠을 잘 자는 것이다.
4. 불안, 분노와 수면의 관계
다수의 매체를 통해 보도된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달 간의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시민들이 1차 조사에서 가장 흔하게 느끼는 감정이 불안-공포 순이었고, 한 달 후에 시행한 2차 조사 때는 불안-분노 순이었다. 한 체계적 문헌 고찰 연구에서 불면증과 불안, 우울증에는 상호연관성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불안이 불면을, 불면이 불안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현재 시민들이 보고 하고있는 불안이라는 감정 자체가 수면 건강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노와 관련한 종전 연구들에서는 기질적으로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하는 군에서 객관적으로 수면량이 감소하여 있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분노를 반추하는 것이 수면의 질 저하에 영향을 끼친다는 최근 보고도 있었다. 단순히 분노, 불안 자체의 감정도 중요하지만 그 감정에서 파생할 수 있는 수면 건강의 저하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2020년 세계수면의 날 슬로건은 ‘"더 나은 수면, 더 나은 삶, 더 나은 세계(Better sleep, better life, better planet)’이다. 세계적으로 코로나 19가 유행하고 있는 현재, 이 슬로건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겠다. 더 나은 수면, 더 나은 인생, 더 나은 세계를 위해, 건강한 수면 증진을 통한 코로나 19 극복 의지를 다져야 할 것이다.
대한수면학회 정기영 회장(서울의대 신경과)은 “잠을 잘 자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마스크 착용이나 손씻기와 같이 수면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대한수면학회는 국민들의 면역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잠을 충분히 자고 좋은 수면의 질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독려하는 활동에 지속적으로 앞장서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