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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병원의사협의회 성명서

불법 PA를 양성하고 묵인해온 병협 및 의학회는 국민 앞에 사죄하고, 의협과 정부는 불법을 저지른 해당자, 학회 및 관련 의료기관을 강력히 처벌하라. 

지난 12일 대한심장학회 기자간담회에서 심초음파학회 기획이사를 맡고 있는 모 정책위원은 내년 3월부터 심초음파 보조인력을 대상으로 인증 제도를 확대하겠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하였다. 현재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PA(Physician assistant)를 없애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인증의 대상으로 삼겠다고 한 것이다. PA는 의사의 지도 및 감독하에서 의료 관련 업무를 행하는 진료 보조 인력으로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하는 의료행위를 PA가 행하는 것은 엄연한 무면허 의료행위이다. 그럼에도 이들을 인증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발언을 한 것은 심장학회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음을 자인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잘못을 하고 있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는 파렴치한 면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주로 3차 의료기관에서 의료법상 의사의 업무인 수술, 초음파 진단검사, 병동환자 치료 등의 불법적인 무면허 의료행위를 PA가 행하는 것은 의료질서를 어지럽힐 뿐 아니라 환자의 건강을 심각히 위협하고 있으나 복지부의 묵인 하에 제대로 된 처벌은 거의 전무했고, 이로 인해 PA 문제는 더욱 악화되어 왔다. 이에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본 회)는 불법 PA 문제의 원인과 악영향에 대해 언급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 수립 및 관련자 및 기관의 강력한 처벌이 필요함을 주장하고자 한다.

1. PA 허용은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것이다. 
의료법상 의료인은 법에 규정된 범위 내의 업무만을 할 수 있다. 의료인 면허의 배타성은 면허를 벗어난 행위를 했을 때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인은 면허의 배타성을 부여 받음과 동시에 자신의 의료행위에 대한 책임도 함께 지기 때문에 국민들은 의료인들을 신뢰하고 몸을 맡길 수 있다. 그러나 PA 허용은 이러한 배타성을 훼손하는 행위이다. 의사는 의료법상 의료 및 보건지도를 하게 되어 있고, 의사가 행하는 처방, 시술, 수술, 처치, 검사 등의 행위는 모두 의료행위이며, 심장초음파 검사 역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다. 의료행위는 의료인이지만 간호 또는 진료보조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만을 할 수 있도록 규정된 간호사나 의료기사법의 의한 방사선사조차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장학회는 명백한 불법 행위를 인증제를 통해서 오히려 양성화시키려는 황당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비판 받아 마땅하고, 대놓고 불법 행위를 인정했으므로 수사를 통해 법적인 처벌도 받아야 한다.

2. 불법 PA 허용은 대리수술과 같은 악질적이고 비윤리적인 무면허 의료행위를 양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최근 대리수술 문제가 보도된 후 국민들은 환자들을 기만하고 불법을 저지른 의사들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고, 의료계에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리수술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맡기고 환자를 기만한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점에서 PA 문제와 다를 바가 없다. 결국 PA 문제는 대리수술 문제와 같은 잣대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술뿐만 아니라 의사가 하는 행위들은 모두 환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검사자의 진료 경험이나 의학적 지식 등이 반영되어 진단 과정의 하나로 진행되는 심장초음파의 경우에도 무면허자에 의한 잘못된 진단으로 환자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갈 수 있다. 이에 심장초음파검사는 의료행위로 분류되어 오로지 의사만이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불법적인 PA를 허용하고 묵인해온 의료기관 및 의사를 비롯한 관련자들은 행정적으로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강력히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3. PA 허용은 전공의의 수련 기회를 박탈하고, 의사 노동자의 권리와 생존권을 침해한다
PA의 활동영역은 기존의 보조의 영역을 벗어나 초음파나 수술을 직접 시행하는 명백한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로까지 확대되었고, 그 종류도 매우 다양화되어 거의 의료 전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PA의 허용은 전공의들의 수련을 통한 교육의 기회조차도 박탈하고 있다. 실제로 전공의를 마치고 전문의가 되어도 초음파나 기본적인 수술을 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전임의를 하는 것이 이미 일반화 되었고, 심지어는 특정 분야나 질환을 아예 배우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는 교수나 지도전문의들이 교육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자신이 소속된 병원의 수익 증대만을 위해 PA를 선호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법 PA를 허용하면 대한민국에서 올바른 의사 수련은 이루어질 수 없고, 결국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PA의 확대는 의사의 영역을 침범함으로써 의사 노동자의 일자리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다. 입원 환자를 돌보고, 초음파를 하고, 수술을 하는 자리에는 당연히 의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병원들은 의료 업무 증가 시 그 일을 비용 문제를 핑계로 의사를 추가로 고용해서 해결하기보다는 PA를 고용하여 해결하고 있고, 이로 인해 많은 의사들은 자신의 꿈과 전공을 포기한 채 봉직과 개원 자리들을 전전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PA 고용 확대의 일차적인 책임은 병원들에 있고, 불법 임을 알고도 일을 하고 있는 PA 당사자들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의료 행위에 대한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의사 노동자의 일자리를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PA 문제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회복 및 생존권 확보의 측면에서도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4. PA 문제는 의료 영역의 혼란을 가져오고, 이는 국민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PA 허용은 타 직역의 의료 영역 침해의 명분이 될 수 있다. 최근 한의사들은 자신들의 면허 외 행위인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다양한 직역에서 의사의 의료행위 영역을 침탈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PA를 허용하게 되면 타 직역의 의료 영역 침범을 막을 수 없게 되고, 이는 의료 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지게 된다. 비전문적 또는 사이비 의료 등 저질 의료가 판치게 되면 급격한 의료의 질 저하는 불가피하게 되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PA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5. PA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병협 및 의학회의 반성과 함께 의협과 정부의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저수가 체계에서 병원들은 수가 인상을 요구하며 정상적인 경영을 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정부의 압박에 이기지 못하여 편법과 불법을 통해서 경영을 유지시켜왔다. 특히 병원의 운영을 위해 전공의들은 격무에 시달려야 했고, 이후 전반적인 의료환경 악화로 인해 특정 과에는 전공의 지원이 미달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병원들은 전공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전문의 고용을 늘리는 대신, 비용 부담을 이유로 불법 PA를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전공의 특별법 시행 후 전공의 근무시간이 줄어들자 PA 활용은 거의 모든 과로 확대되었다. 따라서 PA 확대 문제는 병원에서 일할 의료인력이 부족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병원들이 수익 증대를 위해서 만들어낸 비정상적인 선택으로 생각된다

6. 결론 
결국 PA 문제는 근본적인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편법과 불법으로 넘기려 한 병원, 불법을 묵인하고 오히려 이를 악용하여 자신들의 안위만을 도모한 의학회, 그리고 이러한 구조적이고 불법적 행태를 알고도 징계하거나 처벌하지 않은 의협과 정부 모두에 책임이 있다. 따라서 병협과 의학회는 자신들의 불법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모습을 통해 반성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의협은 실태조사를 통해서 수사기관에 의뢰하고, PA 문제와 관련된 회원들에 대한 윤리위 회부 및 징계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심장학회처럼 불법 PA와 관련된 학회들의 의협연수평점 취소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부는 불법 PA 운영에 연루된 관련자와 의료기관에 면허 정지 및 취소, 영업 정지 등의 행정적 처벌뿐만 아니라 법적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엄정한 수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가칭) 의사·간호사 직무범위 조율 협의체'에 의협과 병협, 의학회, 전공의협의회뿐만 아니라 본 회를 포함한 직접 이해 당사자들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이전의 몇몇 협의체들처럼 밀실에서 합의가 이뤄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근절하고, 저수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포함된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회는 불법 PA 문제는 대리수술과 다르지 않은 악질적인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불법행위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하고자 한다. 불법 PA 문제는 더 이상 방치되어서도 안 되고, 묵인되어서도 안 된다. 따라서 이번 심장학회 관련자들을 시작으로 강도 높은 수사와 처벌이 시작되어야 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PA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는지 본 회를 비롯한 전체 의료계가 똑똑히 지켜 볼 것이다. 만약 의협과 정부가 이에 대한 처벌이나 대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본 회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PA 뿐만 아니라 불법 PA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고발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PA 문제 해결에 앞장 설 것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2018년 10월 15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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