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커지는 환절기에는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다양한 신체 이상이 나타나기 쉽다. 이 시기에는 특별한 통증 없이 갑자기 얼굴 근육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안면신경마비가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느 날 입이 한쪽으로 잘 움직이지 않거나 물이 입 밖으로 새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일시적인 증상으로 넘기기보다 원인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안면신경마비는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안면신경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안면신경은 표정, 눈 감기, 입 움직임뿐 아니라 눈물, 침 분비, 일부 청각과 미각 기능에도 관여한다. 이 신경에 염증이나 손상이 생기면 한쪽 얼굴 근육이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김영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안면신경마비는 대부분 갑작스럽게 발생하고 초기에는 증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발생 후 72시간 이내 정확한 감별 검사와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회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안면신경마비의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형태인 ‘벨마비(Bell palsy)’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단순포진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안면신경에 염증과 부종이 발생하면서 기능이 저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대상포진, 중이염 등 귀 주변 염증, 종양에 의한 신경 압박, 두부 외상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드물게는 뇌 질환 등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면역력 저하 상태에서도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한쪽 얼굴의 움직임이 둔해지거나 마비되는 것이다. 눈을 완전히 감지 못하거나 입꼬리가 처지고, 웃을 때 얼굴이 비대칭으로 보인다. 음식이나 물이 입 밖으로 흐르거나 발음이 어눌해지는 증상도 흔하다. 일부에서는 귀 뒤쪽 통증, 미각 변화, 눈물 감소, 소리 울림 등이 동반되기도 하고, 증상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안면신경마비와 혼동하기 쉬운 질환으로는 뇌졸중이 있다. 얼굴이 마비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뇌졸중은 한쪽 팔다리의 힘이 떨어지거나 언어장애 등 전신 신경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안면신경마비는 증상이 얼굴에 국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영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얼굴 마비 증상과 함께 팔다리 힘이 떨어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경우에는 뇌졸중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정확한 감별을 위해서는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진단은 환자의 증상과 신경학적 검진을 통해 이뤄진다. 이마 주름을 잡거나 눈을 감고 입을 움직이는 기능 등을 확인해 안면신경 손상 정도를 평가한다. 특히 얼굴 전체가 함께 마비되는지, 이마 움직임이 유지되는지 여부를 통해 뇌 병변과의 감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뇌졸중 등 다른 질환이 의심될 경우 CT나 MRI 같은 영상검사를 시행한다. 원인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지는 만큼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치료는 원인과 마비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급성기에는 염증을 줄이기 위한 스테로이드 약물치료가 기본이고,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면 항바이러스제를 함께 사용한다. 안면신경의 부종을 줄이고 신경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눈이 잘 감기지 않는 경우 각막 손상을 막기 위한 인공눈물 사용, 안대 착용 등 보호 치료가 필요하다. 이후 회복 단계에서는 안면 근육 기능을 되살리기 위한 재활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하고, 근육 위축이나 비대칭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안면신경마비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회복이 가능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마비 정도가 심한 경우 안면 비대칭, 연축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방치하지 않고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영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안면신경마비는 조기에 치료할수록 회복 가능성이 높고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며 “환절기에는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만큼 충분한 휴식과 건강관리를 유지하고, 얼굴의 작은 변화라도 느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