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명이 넘는 소중한 생명을 앗아 간 이태원의 참사에 대해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참담한 사고로 인해 많은 분들이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트라우마의 확산을 막고, 추가적인 심리적 어려움을 최소화 해야 하는 시기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다음과 같은 제안을 드립니다.
누군가 탓하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불운의 사건이 일어나면 사건의 발생과 이후 감정에 대해서 자기든 남이든 탓합니다. 자기를 혐오하든 타인을 증오하든 잠깐은 마음이 편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부정적 감정이 팽배합니다. 그 날 그 시간에 사고를 바라고 참석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리 가볍다고 해도 혐오나 조롱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는 오랫동안 무겁게 남습니다. 이럴 때일 수록 말을 아끼고 서로의 감정을 배려해야 합니다.
영상이나 뉴스에 대한 반복된 노출은 트라우마를 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소식이나 영상이 전달되면서 자극적인 부분만 확대 및 왜곡될 수 있습니다. 혼란 속에서 그러한 경향은 더 심해집니다. 예를 들어 인명피해가 발생하는데도 관심이 없었다는 식의 잘못된 소식은 앞으로 우리 삶 속에서 대인 관계나 외부 세계에 대한 불신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공포 속에서는 미담보다 나쁜 소식이 더 뇌리에 박히므로 더 주의해야 합니다.
직접 사건을 겪거나 목격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노출되기만 해도 심리적 트라우마를 충분히 겪습니다. 미디어 유발 트라우마(media induced PTSD)에 대한 연구 결과도 많으니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영상 접촉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언론은 보도에 있어서 이 부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사건에 대한 과도한 몰입은 자제하는 게 좋습니다.
워낙 참담한 사건이다 보니 하루 종일 할 일을 잊는 상황도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당장 부상자나 실종자의 가족도 아닌데, 사건에 대해 몰입한다고 실제로 피해를 입은 분들께 도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께 도움될 수 있는 역할을 찾는다면 그 때 실천하고 행동하면 됩니다. 단지 불안을 떨치기 위한 행동인지,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재발을 막기 위한 행동인 지를 구별해본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재난의 피해자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건으로 특히 심리적 타격을 입은 사람이 없는지 내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과거에 비슷한 사건을 겪었던 경우, 이번 사건으로 기억이 증폭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 많은 장소에 대한 두려움, 불안, 불면, 공황발작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스스로와 가까운 사람에게 트라우마로 인한 심리적 증상이 지속된다면 치료나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도 이런 상황에서 심리적 어려움이 방치 및 악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재난을 극복하고 건강한 마음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분들의 명복을 빌며, 악몽 같은 사건의 기억을 간직한 분들, 소중한 분을 잃은 분들을 비롯해서 일상에 상처를 입으신 많은 분들이 신체적 심리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저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 김동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