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진료 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 시범사업 추진을 강하게 비판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진료 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타당성을 검증하고자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안이 제시하는 진료 지원인력 업무 범위에는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환자 안전 등을 고려하여 명백하게 의사가 해야 하는 업무 등이 진료 지원인력의 업무 범위에 포함된 것이다.
의사의 업무는 이미 여러 차례 법원 판례와 보건복지부 유권해석 등을 통하여 논란의 여지 없이 밝혀져 있다. 타 직역이 이를 수행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제시된 안은 ‘타당성 검증’이라는 그럴싸한 단어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정당화하고 있어 오히려 환자 안전을 고려할 때 이를 바로잡아야 할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역할을 망각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명백하게 의사가 해야 하는 행위를 진료 지원인력이 수행토록 하고 이러한 행위가 실효성이 있는지 검증하는 것은 업무 범위의 혼란을 줄이겠다는 본 사업의 취지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다. 의료법 위반의 소지가 다분한 해당 안의 시범 사업을 어떠한 법적 근거를 갖고 수행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실제 현장에서 문제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이 우선적인 조치가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보건복지부는 참여의료기관의 접수 마감일을 2월 28일에서 3월 11일까지 연장하면서 이 사업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기여한다고 전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대전협과 단 한 번의 논의조차 없이 참여의료기관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전공의 정원 배정을 추가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오랜 시간 동안 무분별한 진료 지원인력 확충으로 인하여 전공의 수련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입원전담전문의 확충 등 여러 가지 정책적인 제안을 지속한 바 있다. 이러한 목소리를 고려하지 않은 채로 주무 부처가 밀어붙이고자 하는 사업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전공의 정원을 마치 사은품 정도로 취급하며 유인책을 제시하는 보건복지부를 규탄한다. 이는 전공의 배정을 볼모로 정부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는 저열한 행태이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진정성 있게 고민한다면 해당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실제 전공의법을 준수하지 않고 교묘히 피해 가는 각 병원에 대한 현장 조사를 하여 제출 서류와의 비교부터 하길 바란다.
기존 단일건강보험 체계와 수많은 의료규제 속에서 2년간의 코로나 19 상황 지속은 의료인을 한계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무자비한 대한민국의 ‘의료인 갈아 넣기’ 속에서 대한민국의 선배 의사와 전공의는 아픈 몸을 이끌고 찾아오는 환자들을 결코 외면할 수 없었으며, 이 과정에서 진료 보조 인력의 잘못된 도움을 받은 부분도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전국의 1만4천 전공의들과 함께하는 대전협은 더는 이러한 부조리를 지켜볼 수 없다고 생각하여 총회를 통하여 뜻을 모으고자 한다. 우리는 우리의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양심의 가책 없이 떳떳하고 실력 있는 의사로 살아남고 싶다. 물론 전공의들에게 불필요하게 행해지고 있는 불분명한 업무에 관하여서 얼마든지 유관단체와 대화할 용의가 있다. 하지만 열악한 수련환경 속에서 묵묵히 환자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지켜온 우리 동료 전공의들을 위하여 불법적인 관행들이 난무하는 의료현장을 우리가 먼저 나서서 바로잡을 것을 선언하며,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본 시범사업의 행방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2022년 03월 21일
대한전공의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