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유행 급증에 따른
대한감염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공동 성명서
‘의료 대응 체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신속하고 적극적인 코로나19 유행 감소 대책이 필요하다.’
대한감염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는 2020년 1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국내 유행이 시작할 때부터 정부의 유행 대응을 최선을 다해 돕고 있으며, 소속 의료기관에서 환자 진료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고, 특히 위중증 환자 숫자도 빠르게 늘어나면서 의료 체계의 대응한계를 실감하고 있다. 만약 이런 국면을 전환할 강력한 정책이 적시에 발표되고 실행되지 않는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전문 학술 단체로서 깊이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한감염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는 다음과 같은 성명을 공동으로 발표한다.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6주간 코로나19 유행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11월 첫 주 2,000명대를 유지하던 일평균 확진자 수는 12월 2주차 6,000명 대로 3배 이상 급증하였으며, 12월 7일 이후 연일 7,0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의 핵심 지표로 제시한 중환자 병상가동률도 수도권 90%에 도달하여 사실 상 포화 상태이다. 현장의 의료대응 및 방역역량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으며, 일선 의료와 방역인력은 한계로 내몰리고 있다. 지역사회와 요양시설 등에 많은 수의 병상 대기자가 존재하고, 중등증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의 병동에서 증상이 악화된 위중한 환자를 상급 의료기관에 전원하는 과정도 원활치 못한 것이 실제 현실이다. 현장의 많은 정보들은 초과 사망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현실을 증언하고 있다.
정부의 행정명령을 통해 코로나19 진료를 위한 병상이 빠른 속도로 동원되면서 의료기관의 다른 진료 영역에 부가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감염병 국가 위기 상황에서 의료역량을 코로나19 진료에 배분하는 것은 당연한 사회적 필요이지만 이 또한 정밀하고 체계적인 전략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못한 조건에서 의료자원 배분 규모와 속도 조절의 균형을 잃게 된다면, 그 역시 팬데믹 위험 관리의 실패일 수밖에 없다.
단계적 일상회복은 사회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의료, 방역 상의 손실을 감수하는 정책으로 유행 규모의 증가는 이미 예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과 의료 현장에 대한 배려는 충분하지 않았다. 또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1단계에 집중되며 급격한 확산의 원인이 되었으며, 시간 경과에 따른 코로나19 백신 효과의 감소에 대한 예측과 대응도 늦었다. 가장 위험한 현장인 노인요양시설 등의 집단 감염에 대한 대비도 미진하였다.
12월 6일 정부는 사적모임인원 제한 등의 조치를 발표하였으나 전체적인 대책의 강도가 낮고, 이동량 감소 등의 객관적 지표로 이어지지 않아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 발생까지는 2주 이상의 시간이 걸리며 즉시 유행 규모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곧 의료체계의 대응 역량을 초과하는 중환자 발생으로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즉각적인 정부의 대응이 시급하다.
이에 대한감염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는 다음과 같은 대책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한다.
1. 단계적 일상회복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비상조치의 조속하고 의미 있는 시행이 필요하다.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유행에 대한 비상대응계획은 이미 단계적 일상회복 계획에 포함되어 있으며 국민과의 약속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은 방역과 일상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으로 어느 한 방향으로만 추진될 수 없으며, 지금은 의료체계의 대응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멈춤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긴급 멈춤을 통해 유행 증가속도를 억제하고 확진자와 중환자 규모를 줄일 수 있는 의미 있는 대책을 추진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시적으로 강력히 시행하고 이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적극적인 보상을 실시하여 국민적 참여를 이끌어 내야한다.
2. 백신 접종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고 속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백신 접종은 여전히 코로나19에 대응의 가장 중요한 보호 수단이다. 감염 전파 차단 효과나 방어력의 지속 기간 등이 기대에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 가치가 평가절하 되는 것은 위험하다. 유행의 급격한 확산 시기에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겐 특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정부는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시간에 따른 2회 접종 효과의 감소, 변이바이러스 등장 등에 따른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백신 접종의 효과와 이상반응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고 지속적으로 공개하는 한편 시민들이 걱정하는 목소리를 경청하며 진실되게 소통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3.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전략 수립과 지속가능한 대응 역량 확보가 시급하다.
코로나19 유행은 향후 수년간 국민의 삶에 영향을 줄 것이며, 지금의 유행이 일시적으로 통제된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국민의 일상을 위협할 수 있다. 코로나19 유행 대응은 매우 역동적인 특성을 지니며, 정부는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적시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장기적인 전망 아래 지속 가능성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의료대응 및 방역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확한 현장 정보와 과학적 근거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보다 체계적인 틀 안에서 정부 정책 수립에 참여하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코로나19 범유행 속에서 국민과 현장 의료진은 최선을 다해 위기 극복에 동참해왔다. 이러한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정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대한감염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정부 정책 수립과 실행을 최선을 다해 도우며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다.
2021년 12월 13일
대한감염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