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기 이상 동안 유전의 원리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져왔다. 좋은 유전자는 부모의 생존과 생식에 도움이 되고, 부모는 이들 유전자를 자식에게 물려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 결과는 그 실체가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이다. 환경이나 다른 인자에 대한 반응으로 유전자 발현이 차단되거나 침묵화될 수 있으며, 때때로 이들 변화는 한 세대에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후성유전체적 유전(epigenetic inheritance)이라 불리지만, 잘 이해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침묵화된 유전자들(silenced genes)이 부모로부터 그 자손에게 전달되는 특이적 메커니즘이 UMD의 유전학자 죠스(Antony Jose) 박사 등에 의해 최초로 확인되었다. 중요한 점은 이 침묵화(silencing)가 다중의 세대 동안, 이번 연구에서는 적어도 25세대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학술지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의 인터넷 판에 실린 이번 연구 결과는 동물의 진화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바꿀 수 있다. 더욱이, 이번 이해는 광범위 유전질환의 치료법에 대한 디자인에 언젠가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생물학자들은 오랫동안 환경에 대한 정보가 종종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방법을 이해하고 싶었다는 것이 세포 생물학 및 분자유전학과 죠스 교수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환경에 대한 정보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방법에 대한 메커니즘적 입증이 처음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전에는 우리가 동물에서의 그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던 도구라고 한다.
죠스 팀은 실험에 흔히 이용되는 선충 Caenorhabditis elegans를 이번 연구에 이용했다. 이 팀은 이 선충의 신경 세포가 특정 유전자와 매치되는 이중 나선의 RNA (double-stranded RNA, dsRNA)를 만들게 했는데, RNA는 DNA의 사촌에 해당되는 것으로 dsRNA를 비롯한 다수의 서로 다른 변이체로 존재한다. dsRNA 분자는 생식세포를 제외한 인체 세포들 사이를 이동하며, 그 dsRNA 서열이 세포 DNA 중 그에 상응하는 부분의 서열을 가진 유전자를 침묵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팀의 가장 커다란 발견은 dsRNA가 체세포에서 생식 세포로 이동하여 생식 세포 내부의 유전자를 침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침묵화가 25세대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메커니즘이 사람을 비롯한 다른 동물에도 존재한다면, 어떤 생물 종이 환경에 따라 진화하는 방법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 메커니즘은 어떤 동물이 훨씬 더 빠르게 진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죠스 교수의 말이다. 이 도구가 그러한 방식으로 이용되는지 여부에 대해서 더 밝혀져야 하지만, 적어도 가능성은 있다고 한다. 동물이 이 RNA 수송(transport)을 환경적응에 이용한다면, 진화가 일어나는 방법에 대한 이해가 새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침묵화 효과의 장기 안전성은 유전 질환의 치료법 개발에 핵심이 될 수 있다. 그 핵심은 RNA 간섭(interference) 또는 RNAi라고 하는 프로세스이다. 이 프로세스는 어떤 세포에서 dsRNA가 유전자를 침묵화시키는 방법이다. 이 프로세스는 가능성 있는 유전자 치료법으로 십여 년 이상 연구되어 왔는데, 그 이유는 dsRNA와 매치되는 어떤 질환 유전자라도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주요 장애물은 안정한 침묵화를 도모하는 것이었고, 그렇게 되면 반복적으로 높은 도스의 dsRNA를 처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RNAi는 치료법으로 매우 유망하지만, 새로운 세포분열로 인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치료 효과가 감소한다. 선충의 신경 세포에서 유래된 이 특정 dsRNA는 수 세대 동안 안정적인 침묵화가 가능한 어떤 화학적 변형이 일어난 것일 수 있다고 한다. 이 dsRNA 분자에 대한 추가적 연구는 RNAi 요법에서의 효능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선충과 사람 간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죠스 교수는 인정한다. 더 단순한 동물과는 달리, 포유류는 매 세대마다 침묵화된 유전자를 재프로그래밍하는 것으로 알려진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것이 후성유전체적 유전이 일어나는 것을 차단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포유류에서도 환경이 일종의 세대에 걸친 영향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선행 증거들도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후성유전체적 유전이 일어나는 방법에 대한 연구에 있어 유망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이 연구팀의 생각이다.
이 분야는 향후 10년 이상 이들을 바쁘게 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의 연구 목표는 동물이 진화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