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BA 조절 유전자 발견으로 뇌신경 질환 치료제 개발 기대
간질(뇌전증)로 고통 받는 국내 13만 환우들에게 희소식이 생겼다. 국내 연구진이 국제공동연구를 통하여 간질과 지적장애의 원인유전자를 발견하고 병이 일어나는 원인을 밝힌 것이다. 질환모델동물*로 제브라피쉬와 쥐 제작에도 성공하여 향후 관련 치료제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질환모델동물: 일부러 해당 질환을 앓는 동물을 만든 것. 이번 연구에서는 유전자가위기술을 이용함
충남대학교 생물과학과 김철희 교수(교신저자)가 주도하고 황규석 박사과정(제1저자)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자지원) 지원으로 수행되었고, 유전학 분야의 세계적 저널인 인간분자유전학지(Human Molecular Genetics) 6월8일자(한국시각 6월9일) 온라인 판에 게재되었다.
(논문명 : ZC4H2, an XLID Gene, is Required for the Generation of a Specific Subset of CNS Interneurons)
간질(뇌전증)은 현재 원인 치료가 불가능해 대안으로서 항경련제, 근육이완제 등을 처방하고 있다.
연구진은 GABA* 연합신경의 조절기능의 이상으로 중추신경계가 지나친 신경흥분 상태(뇌성마비, cerebral palsy)가 되어, 간질(epilepsy)과 같은 운동장애 증상들(tremor, seizures, spasticity, athetoid/dystonic movements)이 나타남을 밝혀냈다.
* GABA(γ-Aminobutyric acid): 감마 아미노뷰티르산. 중추신경계에서 신경흥분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신경전달물질
GABA 신경조절 이상은 결과적으로 운동신경에도 영향을 미쳐 근력저하증, 관절구축, 척추측만증 등의 발달장애를 동반하게 된다.
또한, 눈 운동신경 조절에도 문제가 생겨 안구운동실행증(oculomotor apraxia), 외사시(exotropia), 안검하수증(ptosis), 그리고 입과 턱관절의 비정상적 운동으로 인해 침을 많이 흘리는 상태 (drooling)가 되기도 한다.
GABA 연합신경세포에서 시작한 신경조절 및 중추신경계의 이상은 최종적으로 지적장애로 이어진다.
김철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간질의 근본원인이 GABA 신경전달에 있다는 사실을 유전자 수준으로 규명한 것”이라며, “새로운 개념의 간질 치료제 개발뿐만 아니라, 유사한 운동장애인 근위축증, 파킨슨병의 기전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또한 자폐증 환자의 1/3이 간질을 동반하므로 자폐스펙트럼장애(ASD)의 연구에도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 구 결 과 개 요
연구배경
뇌신경행동 관련 치료제 개발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분야이며, 간질(뇌전증)의 경우에도 현재 원인치료는 불가능하며, 대안으로서 항경련제, 근이완제 등을 병원에서 주로 처방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대규모 환자유전체 정보분석기술(NGS/GWAS)의 발달로 인하여 간질의 원인유전자 규명이 가능해짐으로써, 간질 연구 및 치료용 신약개발의 세계적 패러다임이 완전히 변하고 있다.
연구내용
본 연구는 X염색체 연관인 간질 및 지적장애 증상을 가지는 희귀유전질환인 Miles-Carpenter syndrome(MCS, 1991년 최초의 환자증상 보고)의 원인유전자를 밝히고, 세계 최초로 그 분자기전을 규명하였다.
특히 본 연구는 미국 그린우드 유전학연구소와의 국제공동연구(Dr. Charles E. Schwartz)로 진행되었으며, MCS환자 가계를 대상으로 대규모 환자유전체 정보분석기술(NGS/GWAS)을 바탕으로 MCS 후보유전자(ZC4H2)를 발굴하였다.
또한, MCS 후보유전자에 대한 생물학적인 검증을 위하여 세계적인 유전자 녹아웃 신기술인 ‘유전자가위기술’를 활용하여 질환모델동물(마우스, 제브라피쉬)의 제작에 성공하였다.
질환모델동물과 수백종의 유전자마커를 이용한 기능분석 연구에 성공하여, 발병의 원인이 간질 발병기전의 최상위(up-stream)에 위치한 GABAergic inhibitory interneuron의 생성에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신경의 종류는 크게 감각신경, 운동신경, 연합신경으로 나뉘는 데, 인간의 뇌는 대부분 연합신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연합신경의 생성과 분화에 대한 분자기전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본 연구의 GABA성 연합신경의 생성기전에 대한 연구성과는 생물학적 기초연구 분야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연구성과의 의미
▶ 간질에 대한 분자수준의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시작단계에 불과하고, 발굴된 분자타겟 및 질환모델동물은 치료제 개발 및 원천기술로 활용
현재까지 세계적으로도 간질 연구를 위한 유전적인 질환모델동물이 알려진 것이 거의 없으며, 본 연구를 통하여 얻어진 녹아웃 동물모델은 시급히 국내 간질 치료제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보급, 활용되어지기를 바란다. 앞으로 간질 관련 전문임상연구진, 치료제 개발기업들과의 협력연구를 통하여 신규 간질 분자타겟 및 동물모델에 대한 임상 및 신약개발 차원에서의 빠른 검증과 함께 실전에서의 활용이 절실하다.
특히, MCS환자에서 보여지는 지적장애, 운동장애, 그리고 관절만곡증의 다양한 신드롬의 근본적인 원인이 억제성 GABA 신경신호전달의 부재에 따른 것이고, 그에 따라 초기에는 매우 심한 소아성 간질 증상을 나타내며, 그리고 지적장애, 운동장애, 관절만곡증 등은 부차적으로 형성된다는 구체적인 병인의 기전을 밝히게 되었다.
본 연구를 통해 확보된 간질의 새로운 분자타겟 및 질환모델동물을 이용하여, 간질의 유전자진단 바이오마커, 새로운 간질치료제의 탐색, 약효평가 및 검증을 위한 상용화기술 개발이 가능하다.
▶ 자폐증 환자의 1/3이 간질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음
자폐증 환자의 1/3이 간질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관련된 지적장애, 자폐증의 연구모델 및 운동장애 이상인 근위축증 (루게릭병), 관절만곡증, 파킨슨병의 기전연구에서의 활용도 기대된다.
본 연구진은 향후 국내에서 본격적인 자폐연구를 위하여 최근 관련 연구자들의 모임을 구성하였다 (자폐프리즘연구회, http://cafe.daum.net/autism-prism)
연 구 결 과 문 답
이번 성과 뭐가 다른가
1. 간질에 대한 기존의 치료제는 항경련제, 근육이완제 등 대부분이 원인치료가 아닌 대안치료제였고, 이는 세계적으로도 그 분자적 기전을 몰랐기 때문
2. 간질 및 지적장애를 가지는 환자가계의 질환유전체정보, 최신의 유전자가위기술, 모델동물을 이용하여 간질의 새로운 원인유전자를 발견하고 그 발병의 기전까지 밝힘
어디에 쓸 수 있나
1. 그동안 세계적으로도 간질에 대한 유전적인 질환모델동물이 거의 없었으나, 본 연구를 통해 새로운 분자타겟 및 녹아웃 질환모델동물을 확보
2. 분자타겟에 대한 기전연구를 중심으로 신개념의 간질 치료제 검색, 약효평가 등을 통해 신약개발에 직접 활용 가능
실용화까지 필요한 시간은
간질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초고속, 대단위 검색법에 대한 상용화 기술은 곧바로 사용이 가능하며, 이를 이용한 간질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스크리닝이 조만간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임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모델동물을 이용한 신약개발에 대한 인식의 변화 필요. 간질 치료제 관련 국내 신약개발 연구자, 기업체들에 대한 신속한 보급확대. 국제 수준의 신약개발을 위한 분자타겟 및 모델동물의 지적소유권 확보 및 국제적인 전문가 네트워크 형성 및 기술협력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2009년부터 하바드의대 게놈연구센터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신경정신질환 관련 원인유전자의 발굴, 제브라피쉬 모델동물을 이용한 후보유전자의 신속한 기능분석을 통하여, 2010, 2012년 국제적인 연구성과를 연이어 달성하고 있음. 이러한 결과들을 바탕으로 금번의 연구는 미국 그린우드유전학연구소와의 공동연구로까지 확대하여 진행된 성과임
에피소드가 있다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는 대규모 질환유전체정보, 최신의 유전자 녹아웃 방법인 유전자가위기술, 그리고 척추동물모델인 제브라피쉬 3박자로 연계한 연구성과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국내에서의 전문연구집단들 사이의 연계연구가 매우 부족한 실정임. 특히, 국내 범부처유전체사업의 모델동물에도 빠져 있음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간질 및 운동장애에 대한 새로운 분자타겟, 모델동물을 최대한 보급하여 신약개발 전선에 실질적으로 활용되어 간질 환자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성과를 내도록 노력
신진연구자를 위한 한마디
연구를 위한 연구, 논문이나 연구비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어려운 여건의 현실에 굴복하지 말고, 작더라도 더 의미있고 하고싶은 연구에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투자하여 노력한다면, 결국에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것으로 생각됨.
용 어 설 명
1. 간질/뇌전증(epilepsy)
형태적으로 신체적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뇌신경세포의 과흥분으로 인한 발작(seizure) 증상이 1회 혹은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만성화된 질환군을 의미한다.
2. NGS/GWAS(Next Generation Sequencing/Genome-Wide Association Studies)
NGS :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으로 전통적인 방법들에 비해 저비용 고효율의 대용량 염기서열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다.
GWAS : 각기 다른 개체의 유전체 수준의 염기서열 다양성을 비교, 분석하는 전유전체(whole genome) 기반 연구이다. 최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GWAS의 성과로 질병 원인유전자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3. 가바 신경전달물질(GABA neurotransmitter)
GABA (gamma-aminobutylic acid)는 GAD 효소에 의해 glutamic acid에서 생성되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다.
중추신경계 수용기의 약 40%가 GABA 수용기일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GABA에 의한 억제성 통제는 신경계 활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림 설 명
그림 1. Miles-Carpenter syndrome (MCS, 1991년) 환자와 가계도 분석
1991년에 처음 보고된 MCS는 X염색체 연관의 지적장애, 안구운동 장애, 외사시, 간질 등의 표현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NGS/GWAS 연구를 통해 그 원인유전자(ZC4H2)의 발견에 성공하였음.
그림 2. 녹아웃 제브라피쉬 모델동물을 이용한 운동장애 기전 규명
(A) 정상 제브라피쉬의 앞지느러미의 운동성 관찰. (B) 녹아웃 제브라피쉬의 비정상적 운동과 앞지느러미의 만곡증 형태. (C) 정상 제브라피쉬의 시각에 따른 눈운동 관찰. (D) 녹아웃 제브라피쉬는 시각 및 초점 눈운동을 못함. (E) 정상 제브라피쉬에서 연합신경 분자마커인 vsx2 발현분석. (F) 녹아웃 제브라피쉬는 vsx2 분자마커가 발현되지 않음.
그림 3. 중추신경계에서의 GABA 연합신경의 발생과 분화 관련 분자마커 분석
(A) 정상 제브라피쉬에서 신경발생/분화 마커인 dbx2의 발현. (B) 녹아웃 제브라피쉬의 dbx2 마커 발현영역이 증가함. (C) 정상 제브라피쉬의 신경발생/분화 마커인 nkx6.1의 발현. (D) 질환모델 제브라피쉬의 nkx6.1 마커 발현영역이 감소함. (E-H) GABA 연합신경 분자마커인 gad1과 gata3의 발현 분석.
그림 4. 중추신경계에서 연합신경세포의 발생과 분화에서 zc4h2 유전자의 기능
(좌) 중추신경계의 발생과 분화에서 신경전구세포(줄기세포) 마커인 Dbx2와 Nkx6.1의 발현영역을 조절하여 특정한 종류의 연합신경세포의 분화를 결정함. (우) zc4h2 녹아웃 제브라피쉬에서는 Dbx2와 Nkx6.1의 발현영역 결정에 영향을 주어, 결과적으로 V2 연합신경세포의 생성과 분화에 특이적인 변화를 일으킴.
그림 5. 연합신경의 생성과 운동장애 질환까지의 병인의 관련성 설명. 연합신경의 억제 조절능력 이상에 따른 중추신경계에서의 과잉 흥분상태(간질, 발작), 그에 따른 운동장애의 발생, 근력저하증, 근위축증, 그리고 최종적으로 관절 이상 형성 및 지적장애를 가지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