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시계(분자시계)를 맞추는 일, 왜 이리 어려울까?

  • 등록 2015.03.13 13:50:09
크게보기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3-12




 수학자들은 파이(π) 값을 12조 자리 이상 계산할 수 있지만 그에 만족하지 않고 있으며, 물리학자들은 중력상수를 유효숫자 4자리 이상 계산하려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 이에 반해 유전학자들은 `인간의 DNA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속도` 하나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돌연변이 속도는 진화사에서 일어난 사건들의 연대를 측정하는 분자시계(DNA 기반 연대측정)의 핵심이다. 따라서 2월 25~27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인간돌연변이에 관한 회의(Human Mutation Rate Meeting)」에서는, 10여 명의 과학자들이 나서서 "인간의 DNA에서 일어나는 시퀀스 변화속도의 추정치가 근년에 들어 종전보다 훨씬 더 줄어든 이유"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들은 또한, 그 속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이 모임은 진화유전학자들은 물론 암과 발생생물학에 관심이 있는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암과 발생생물학에서는 돌연변이가 중심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연변이는 궁극적으로 모든 유전질환과 생물학적 적응의 원천이다. 따라서 돌연변이의 속도를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근본적인 문제"라고 이번 회의에 참석한 콜럼비아대학교의 몰리 쉐보르스키 교수(개체군유전학)는 말했다.

유전정보가 DNA에 코딩된다는 사실을 알기 전부터, 과학자들은 인간의 돌연변이 속도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었다. 1930년대의 선구적 유전학자인 J.B.S 홀데인은 대가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혈우병 관련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과정을 측정함으로써 나름 훌륭한 추정치를 제시했다.

그 후에 제시된 추정치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계산되었다. 
① 인간과 (침팬지를 비롯한) 유인원을 대상으로 DNA와 단백질의 아미노산 배열 차이(개수)를 구한다. ② ①에서 구한 개수를 화석기록에 나타난 경과기간(최후의 공통조상이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의 기간)으로 나눈다. 

이 추정치는 화석기록이 자꾸 뒤바뀜에 따라 혼선을 빚었지만, 마침내 과학자들은 합치점에 이르렀으니, 그것은 'DNA 글자 하나는 평균 10억 년에 한 번씩 바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린다 비질런트 박사(분자인류학)는 2012년 Nature와의 인터뷰에서, 이 추정치를 '의심스러운 어림수'라고 평한 바 있다(Nature 489, 343–344; 2012).

지난 6년 동안에는 (차세대 DNA 시퀀싱기법을 이용한) 좀 더 직접적인 측정방법이 등장하면서, 매우 다른 추정치들이 제시되었다. 수많은 과학자들은 부모와 자녀들의 총유전체를 비교분석하여 일관된 속도를 제시했는데, 이는 기존의 최후공통조상방법(the last-common-ancestor method)으로 계산한 속도의 절반에 불과하다.

'느린 분자시계'는 인간진화의 핵심사건에 대한 유전학적·고고학적 연대추정(예: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세계로 퍼져나간 사건; 참고 1)과 잘 들어맞는다. 

그러나 느린 분자시계를 이용한 계산을 그 이상으로 확장할 경우 상식에 벗어나는 결과가 나온다. 예컨대 유인원과 원숭이의 최근 공통조상이 공룡과 맞닥뜨리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과학자들은 - 기존의 수치를 버리는 것을 주저하며 - 양다리를 걸치기 시작하고 있다. 

즉, 진화사적 사건의 연대를 측정할 때 분자시계의 속도를 여러 가지(빠름, 느림, 보통)로 가정한 후, 각각의 시계에 따라 다양한 연대를 제시하는 것이다.

작년에 하버드 의대의 데이비드 라이히 박사(인구유전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45,000년 전의 인간 유전체를 현대인의 유전체와 비교해 보고는, 좀 더 느린 돌연변이 속도를 제안했다(참고 2). 

그러나 이번 라이프치히 회의(라이히 박사와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카이 프뤼퍼 박사가 공동으로 주최함)가 열리기 직전 라이히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bioRxiv에 예비논문을 하나 발표했다(참고 3). 그들은 이 논문에서 현대인의 염색체쌍(이것은 두 개인 간의 DNA와 마찬가지로 궁극적으로 공통조상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간의 차이를 비교하여 중간 수준의 돌연변이 속도를 제안했다. 라이히 박사는 이 같은 차이를 설명하지 못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시계가 불확실하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그것은 우리가 유전학을 바탕으로 추정한 연대들이 불확실하거나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라이히 박사는 말했다.

이번 라이프치히 회의에서 과학자들은 돌연변이 속도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지만, 라이히 박사는 이번 회의가 향후 연구에 이정표를 제시했기를 바라고 있다. 그와 프뤼퍼 박사는 참가자들이 선호하는 속도를 조사하는 투표로 회의를 시작했는데, 투표 결과는 좀 더 느린 속도를 지지하는 쪽으로 나왔지만, 의견의 폭이 매우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라이히 박사를 비롯한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인간의 돌연변이 속도가 수백 년간에 걸쳐 들쭉날쭉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라이프치히 회의에서 언급된 사항들 중 상당 부분은 `돌연변이 속도가 증가했던 시기와 감소했던 시기와 그 이유`에 관한 것이었다. 인간의 돌연변이 속도가 시간에 따라 변화한 이유로는 '대사'와 '생식생물학'이 진화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에일린 스컬리 교수(개체군유전학)에 의하면, 2,000만~1,200만 년 전에 살았던 유인원의 공통조상은 (영장류에 속하는 원숭이 계열의) 다른 친척들보다 세대가 길었다고 한다. 요컨대 "세대가 길면 매년 발생하는 돌연변이의 수가 줄어들므로, 돌연변이 속도가 감소했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의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유전학자들은 돌연변이 속도 때문에 조바심을 내고 있다. 이번 회의에 참가한 웰컴트러스트생어연구소의 마이클 스트래튼 소장은 암 유전학자로, DNA 돌연변이의 원인을 연구하고 있다. "어떤 암은 흡연과 같은 환경요인에 의해서도 발생하지만, 어떤 암은 세포의 정상적인 생화학적 작용에 의해 - 미지(未知)의 메커니즘을 경유하여 - 발생하기도 한다. 이 메커니즘을 밝혀내면 돌연변이 속도가 요동치는 원인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스트래튼 소장은 말했다.

생식생물학자들도 인간의 돌연변이 속도에 관심이 많다. 왜냐하면 일부 질병의 경우 젊은 남성의 자녀들보다 나이든 남성의 자녀들에게 더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남성은 평생 동안 정자를 생성하지만, 여성은 평생 동안 사용할 난자 일습(一襲)을 갖고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자 전구세포가 일정하게 분열한다는 것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2012년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4배라고 한다; 참고 4) 돌연변이를 자손에게 물려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나이든 여성은 젊은 여성보다 더 많은 돌연변이를 자손에게 물려주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하면, `진화사에 걸친 정자생성의 생물학적 변화 또는 부모의 나이 변화가 돌연변이 속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돌연변이 속도는 아직 불확실하고 불안정하지만, 라이히 박사는 과학자들에게 "좀 더 확실한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는 느린 속도를 사용해 달라"고 주문했다. "상수를 생각하지는 말아 주세요. 생물학은 물리학과 다릅니다. 이건 광속이 아니에요"라고 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Scally, A. & Durbin, R. Nature Rev. Genet. 13, 745–753 (2012).
2. Fu, Q. et al. Nature 514, 445–449 (2014).
3. Lipson. M. et al. Preprint at http://dx.doi.org/10.1101/015560 (2015).
4. Kong, A. et al. Nature 488, 471–475 (2012).



기자 news@mdon.co.kr
Copyright @이엠디(메디컴)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주)메디컴 ​서울특별시 금천구 벚꽃로 254 월드메르디앙1차 1405호 등록번호 : 서울 아03115 ㅣ등록연월일 : 2014.4.21ㅣ발행인 : 박경미 | 편집인 : 설명희ㅣ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경희 전화번호 : 02-6958-5434 ㅣ 팩스번호 : 02-6385-2347ㅣ 이메일 : news@mdon.co.kr Copyright @이엠디(주식회사 메디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