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아의 뇌발달을 자극하는 엄마의 음성

  • 등록 2015.02.26 10: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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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2-25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들은 만기출산아보다 언어를 듣고 처리하는 능력이 두 배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마도 뇌의 청각영역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런데 40명의 미숙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엄마의 심장박동 소리와 음성을 녹음하여 아기에게 들려줌으로써 자궁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 준 결과,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태아의 뇌발달에 대한 과학자들의 지식과 부합하는 것으로,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고 럿거스 대학교의 카린 스트롬스월드 교수(인지과학)는 논평했다.

태아는 임신 24주 만에 청각피질에서 뉴런이 이동하여 시냅스를 형성하면서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일단 청각피질이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태아는 대부분의 저주파음(예: 엄마의 심장박동 소리)과 엄마 음성의 멜로디 및 리듬을 듣게 된다. 이에 반해 엄마의 몸 밖에서 생기는 고주파음(예: 자음)은 대부분 들리지 않는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개별 단어에 앞서서 음성의 멜로디와 리듬에 익숙해지는 것이 초기 언어습득의 핵심부분인데, 아기가 분만예정일보다 너무 일찍 태어날 경우 이러한 과정이 교란될 수 있다"고 한다.

"병원의 신생아집중치료시설에서 발생하는 밝은 빛, 화학물질 냄새, 날카로운 소리에 노출되는 것 외에, 미숙아들은 엄마의 자궁에서 느끼던 감각(엄마의 심장박동 소리와 음성)을 대부분 경험하지 못한다. 이에 병원에서는 엄마들에게 잠깐 동안 미숙아를 안고 있도록 허용하기도 하지만, 미숙아들은 너무 연약하여 항온항습이 유지되는 인큐베이터를 떠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고 하버드 의대의 아미르 라하브 박사(신경과학)는 말했다. 또한 병원에서는 종종 미숙아들의 눈을 가려 강렬한 빛을 차단하거나, 신생아집중치료시설 내의 인큐베이터 수를 줄이거나 귀마개를 씌움으로써 고주파 소음을 줄이기도 한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이런 방법으로 미숙아들의 예후를 개선했다고도 하지만, 실제로 자궁과 유사한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하여 수행된 연구결과는 발표된 적이 거의 없다.

태아가 자궁 안에서 듣는 소리가 미숙아게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라하브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브리검 여성병원에 입원한 미숙아 40명의 엄마들에게 연구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그중 절반(스물한 명)의 엄마들을 스튜디오로 데려가 "반짝 반짝 작은 별" 노래를 부르고 "굿나잇 문(Goodnight Moon)"이라는 동화를 읽어 달라고 하여 녹음했다. 또한 마이크에 연결된 청진기를 이용해 엄마들의 심장박동 소리도 녹음했다. 연구진은 마지막으로 녹음 소리에 포함된 고주파 소음을 제거하여 45분짜리 사운드클립으로 편집한 다음, 스물한 명의 미숙아들에게 하루에 3시간씩 30일 동안 들려줬다. 한편 나머지 열아홉 명의 아기들에게는 표준치료를 받게 하고, 30일 후에 두 그룹의 뇌영상을 초음파로 촬영하여 비교해 봤다.

비교분석 결과, 엄마의 음성에 노출된 아기들은 그렇지 않은 아기들에 비해 뇌의 청각피질이 유의하게 두꺼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2월 23일자 PNAS 에 기고했다. "청각피질의 성장이 이후의 언어 듣기 및 처리능력을 향상시키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선행연구에 의하면 청각피질이 두꺼울수록 언어 듣기/처리 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 참가한 아기들을 학령기까지 정기적·지속적으로 관찰함으로써, 아기들이 성장함에 따라 청각 및 언어능력이 개선되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연구진이 30일 후에 뇌구조의 차이를 확인한 결과는 미숙아의 뇌발달에 대한 기존의 연구결과와 잘 부합된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실험군과 대조군 아기들의 성비(性比)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실험군에 포함된 여자아기가 대조군보다 다섯 명 많았다고 한다. 언어능력에 관한 한, 여자아기는 남자아기보다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성비 불일치가 연구결과를 왜곡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둘째는 동일한 아기들을 대상으로 전후비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모든 미숙아들은 출생 직후에 뇌손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 촬영을 했지만, 화질이 너무 조악하여 비교대상으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대규모의 심층적인 후속연구가 필요하며, 엄마의 음성과 심장박동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미숙아의 다양한 건강문제를 해결하는 데 충분한지는 분명치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하루 3시간 동안 엄마의 자궁 속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미숙아의 뇌를 정상적으로 발달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원문정보: Amir Lahav, "Mother’s voice and heartbeat sounds elicit auditory plasticity in the human brain before full gestation", PNAS, Published online before print February 23, 2015, doi: 10.1073/pnas.1414924112



기자 news@md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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