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대의원회 의장 격려사

  • 등록 2018.07.08 17: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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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내 폭력 근절 범의료계 규탄대회
대의원회 의장 격려사

안녕하십니까 회원 여러분,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이철호입니다.
오늘 이곳 서대문 경찰청 앞에 서서 첫 말문을 어떻게 열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목불인견(目不忍見)!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을 2018년 7월을 시작하면서 보고 말았습니다. 

응급실이라는 진료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다가 느닷없는 피해와 큰 상처를 입으신 회원님께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그리고 회원 동료로서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깊은 연민과, 위로와, 그리고 조속한 회복을 바랍니다. 

그날 우리의사와 의료인들이 그저 피를 보고 놀랄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우리의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환자를 지혈하고 주의깊게 진찰하는 의술로써의 환자들 피를 볼 때면, 냉정하면서도 담담하게 그 피를 사랑합니다. 피가 생명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폭언과 함께 무자비한 주먹질로, 발길질로, 피할수도, 막을수도 없이, 그저 무방비 상태로 얻어맞을 수밖에 없는 상태의 “폭력”으로 흘러나오는 피는 증오합니다. 의사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몸속에서 피가 부글부글 끌어 오릅니다. 

저는 공중파에서 되풀이하여 보여주는 동영상을 여러 번 볼 때마다 치를 떨면서 지금도 이렇게 주먹이 불끈 불끈 쥐어져 있습니다. 여러분의 피는 지금 어떻습니까? 모두가 같은 피가 솟구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모이신 여러분께서는 어떤 심정으로 이곳에 오셨습니까? 이곳 경찰청 앞쪽에 ‘유관순 열사 기념관’이 있습니다. 그 당시 일제의 폭압에 항거하기 위해 우리 국민들이 앞 다퉈 거리로 뛰쳐나온 그 심정이 아니었을 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가 비단 진료실의 폭력 때문에 비분강개하여 뛰어 나온 것은 아닙니다. 우리 국민은 그동안 잘 보아 오지 않습니까? 잔인하고 맹목적인 폭력이 얼마나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고 우리사회를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는지를 살아오면서 넘칠 만큼 목격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뛰쳐 나왔을 때는 앞으로 나아지겠다는, 아니 나아진다는 희망이 있어야만 합니다. 칼이 칼집에서 나올 때는 그 쓰임이 있습니다. 나올랑말랑 하다가 되로 들어간다면 그 칼은 무뎌지기만 할 뿐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국민 청원 20만 이상이 불합리한 의료계의 모순들에 변화를 몰고 오기를 기대합니다. 오늘은 당당히 분노하고, 마음껏 외치십시오. 그렇지만 내일부터는 이런 일이 두번 다시 발생하지 않게 족쇄를 채우는 준비를 단단히 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저는 대한의사협회 13만 회원을 대표하는 대의원회 의장으로서 매일 매일 SNS를 통해 대의원 250명과 소통하면서 시시각각 회원들의 우려,  문제점과 개선책, 그리고 방향성 제시까지 여러 경로를 거쳐 취합된 목소리를 집행부에 조언과 분위기를 전달하였습니다. 

사안의 중대성에 대해서는 앞서 회장님께서도 언급하셨고, 다음에 직역 단체장님께서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리라 믿고 저는 그 중에서 세 가지만 간략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절차적 정의가 지켜져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왜 경찰청 한복판인 이 자리에서 제일 먼저 모였습니까? 우리 모두가 이번 사안에 대처하는 경찰의 진상파악이 불합리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동병상린입니다. 국민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은 우리의 몫이지만,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여기 앞에 계신 경찰 공무원이지 않습니까? 진료실에서 그것도 응급실에서 한 사람의 생명이 보호받지 못하였습니다. 의사는 국민이 아닙니까? 의사는 폭력의 볼모지에서 방치되어야 합니까? 우리가 더 특별한 대우를 바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평범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의 대우를 받고 싶었습니다. 다시 한 번 진료실에서 제대로 된 정의가 지켜지기를 바랍니다.  

둘째, 현행 의료인 폭행을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의료법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형법 등 원칙적인 적용입니다. 의사를 옥죄는 법안은 의료계와 충분한 상의 없이 서슴없이 발의하면서 의사를 보호해주는 법률에는 있는 조항마저도 관용의 잣대로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허울의 관행으로 종용당하고 맙니다. 무척 인색합니다. 단언하건데 의료인 폭행은 기존에 있는 관련법의 원칙적인 적용과 신뢰 없이는 또다시 어디서든 발생하게 되어 있습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발 이번에는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단서조항을 재정비하는데 정부와 국회는 힘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셋째, 의사협회의 노력을 주문합니다. 현재 국민청원이 6만을 육박하고 있습니다. 국민과 함께 하나의 이슈를 공감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의료인의 문제를 넘어, 직역과 지역을 넘어, 모든 의사 본인과 가족, 친지, 의대 및 의전원 학생과 가족, 친지, 대한병원협회, 대한간호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모든 의료인이 함께하여 변화가 반드시 이뤄질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불행한 피해를 당한 회원과 의료인을 깊이 위로하고 현명한 해결을 위한 지원을 아낌없이 집행하여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존경하는 국민여러분께 한 말씀드립니다. 대한민국 건강지킴의 최전선인 응급실이 폭력으로 멈춰서면 절대로! 절대로! 안됩니다. 어느 한곳의 응급실도 폐쇄되어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 그곳에 의사와 의료인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환자를 살리는 사람이 있고, 또 다른 응급 환자가 살 수 있는 숭고한 권리가 훼손되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하여, 폭력에 좌우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함께 폭력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국민청원”에 동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3만 회원의 열망을 담은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기회에 재발되지 않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는 변화를 간절히 원합니다. 격려사를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2018년 07월 08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이 철 호
기자 news@md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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