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2 (화)

  • 구름조금동두천 10.1℃
  • 구름조금강릉 6.6℃
  • 서울 8.5℃
  • 흐림대전 8.1℃
  • 흐림대구 10.0℃
  • 구름많음울산 8.6℃
  • 흐림광주 6.9℃
  • 구름많음부산 9.9℃
  • 흐림고창 5.3℃
  • 흐림제주 10.0℃
  • 구름많음강화 8.4℃
  • 흐림보은 6.6℃
  • 흐림금산 5.1℃
  • 흐림강진군 7.4℃
  • 흐림경주시 7.7℃
  • 흐림거제 9.7℃
기상청 제공

칼럼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성명서



외래 진료실에서 폭언 폭행을 넘어 살인까지
입법부, 행정당국은 뒷짐지고 보고만 있을 것인가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날아든 비보에, 우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모두는 큰 슬픔과 고통에 빠졌다. 대형종힙병원 외래의 진료현장에서 끔찍한 칼부림이 순식간에 벌어졌고, 40대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급소를 찔려 신속한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유명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30대의 젊은 환자가 왜 주치의를 해치게 되었는지의 동기와 범행과정 및 정신상태에 대한 세부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양극성 정동장애의 진단명과 과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해당 의사가 담당했었다는 기사만 전해지며 확실히 그 환자가 의사에게 원한을 갖고 계획된 위해를 가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형종합병원의 진료현장에서 의사를 대상으로 끔찍한 살해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은 자명하다. 

첫째로 의사는 대부분 진료현장에서 자기방어를 하기 매우 어렵다. 
의사들은 종종 환자가 공격적이거나 폭발하는 상황을 맞닥뜨린다. 정성스런 노력을 통해 설득과 이해를 얻어내기도 하지만 드물게는 급작스런 분노폭발 및 위험한 상황을 감수해야만 한다. 진료실의 전화 및 비상벨이 이번처럼 급작스런 행동화 앞에서는 턱없이 무력하기만 하다. 의사가 환자에게 죽임을 당한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8년 진료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비뇨기과 의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고 2011년에도 마찬가지로 치과의사가 환자에게 목숨을 잃었다. 이런 끔찍한 비극이 반복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책은 미흡하기만 하다.

둘째로 의사는 어려운 의료여건상 친절하고 환자가 원하는 만큼의 설명을 해주기 어려운 경우가 생기며 이것이 간혹 환자들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 진료수가 문제는 오래 전 단추가 잘못 꿰어져 긴 갈등으로 이어져 이제는 바로잡기 어려운 현실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많은 환자를 정해진 시간 내에, 그것도 비급여 검사 혹은 진료마저 함께 시행해야 하니 이 과정에서 환자들 불만이 종종 생긴다. 또한 이러한 불만과 함께 정신병적 증상 악화가 맞물릴 경우 더없이 위험한 상황이 전개되기도 한다. 

의료진에 대한 폭행, 폭언이 심해지고 급기야 살인까지 벌이는 현실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더욱이 불안정한 정서와 생각 하에서 충동성, 공격성이 갑자기 증폭되는 일부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의 경우, 진료 현장은 목숨을 담보해야 하는 상황마저 벌어진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의 특수성을 제대로 인정하고 발생 가능한 위험성에 대해 경비인력을 지원해주는 등 안전하고 소신있는 진료를 위한 정부차원의 의료진 보호 정책을 필수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우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는 무엇보다 먼저 진료현장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고 임세원 교수와 유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하는 바이다. 또한 다시는 이러한 끔찍한 참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회원보호에 앞장설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책임지고 있는 행정당국과, 법을 제정하는 입법부에게 의사들이 외래에서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도록 확실하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 이상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