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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병원의사협의회 성명서



의료인 면허체계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서한을 작성한 보건복지부 장관은 즉각 사죄하고, 이를 감추려 하는 보건복지부와 한의계는 서한의 내용을 공개하라

지난 10월 31일 서울 허준박물관에서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한의약 글로벌 헬스케어 정책기획 토론회'에서는 해외에서 한의사 면허를 인정받기 위해 한의계가 세계의학교육기관 목록 (World Directory of Medical Schools, WDMS)에 한의대를 등재하려고 했으나 불발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의학이 아니라 한의학을 가르치는 대학을 의학교육기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너무나 당연한 국제적인 기준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한의사협회 부회장은 매우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WDMS에 한의대를 등재시키기 위해서 “복지부 장관이 ‘한의사는 대한민국에서 의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서한까지 작성해 줬다.”라고 밝혔기 때문이었다.

한의사가 의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 담긴 내용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일종의 외교문서로 볼 수 있는 서한으로 만들어 보냈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을 국제적으로 알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의료법상 규정된 의료인의 면허 범위를 정부 스스로가 부정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료법상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하는 것으로 되어있고,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법적으로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면허의 범위를 부정하고, 한의사가 의사의 역할을 한다고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기본적인 자질조차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법적으로 잘못된 내용을 외교문서로 만들어 보낸 것은 엄중히 문책해야 할 사안이다. 

‘한의사가 의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서한이 작성되어 발송된 일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본 회)는 곧바로 보건복지부에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하였다. 보건복지부에 한의사협회 부회장의 발언 내용이 포함된 기사를 근거로 관련 서한이 실제로 작성되었는지 여부와 작성되었다면 그 내용을 공개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보건복지부는 다음과 같이 회신을 하면서 공개를 거부하였다.

“귀하께서 요청하신 정보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제1항제2호 및 제7호, 동조제3항에 의한 비공개 대상 정보의 범위에 관한 세부기준에 해당된다고 판단됩니다.
※ 요청하신 사항은 국민과 함께 한의약 글로벌 헬스케어 종합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포용적 정책결정(Inclusive Policy Making)으로서 이해관계자 및 일반 시민의 참여가 보장된 정책기획 토론회에서 참석한 전문가가 개인적인 토론의 자유로서 발언한 내용을 <OOOO> 신문의 기자가 헌법상 보장된 언론의 자유의 일환으로서 취재하여 보도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보건복지부가 비공개의 사유로 언급한 법의 내용들을 보면 전혀 이번 사안과 맞지 않았기에 본 회는 보건복지부의 답변이 비공개의 사유가 전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아래의 내용으로 이의신청을 하였다.

1. 본 질의는 “OOOO”신문 기자의 취재 내용 중, "보건복지부가 장관명의로 한의사는 대한민국에서 의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세계의학교육단체로 보냈다"는 데 대한 사실 확인 요청임 

2. 귀부에서는 정보공개 거부 사유로 밝힌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1항제2호 및 제 7호, 동조 제3항을 근거로 들고 있음. 

3. 해당 법률을 살펴보면 제9조제1항제2호 국가안전보장ㆍ국방ㆍ통일ㆍ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로 규정되어 있으나, 보건복지부 명의로 세계의학교육단체로 나간 서한의 내용은 국가 안보, 국방, 통일, 외교 중 어떤 분야에도 속한다고 보기 힘 들 뿐 아니라, 해당 내용은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인 의료인의 면허 범위를 규정하는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사안으로, 이를 공개하지 않고 감췄을 때 국가에 이익을 해칠 위험성이 더 큰 사안이라 판단됨. 

4. 동법 제9조제1항제7호 법인ㆍ단체 또는 개인(이하 "법인 등"이라 한다)의 경영상ㆍ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의 경우에도 공개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해당 사안은 의료인의 면허 인정 범위에 대한 복지부의 해석을 담은 서신으로, 원칙적으로 이를 공개해서 정당한 이익의 침해를 받는 법인은 존재한다고 보여지지 않음. 또한, 동호에는 아래와 같이 “가. 사업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危害)로부터 사람의 생명ㆍ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 나. 위법ㆍ부당한 사업활동으로부터 국민의 재산 또는 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따로 예외 규정을 두고 있는 바, 만약 위 질의 내용이 공개되어 피해를 보는 법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의료인의 면허 범위에 대한 국가의 판단을 공개하지 않고 감추면 국민건강에 미칠 해악이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해당 정보가 비공개 대상이라고 보이지 않음. 

5. 동법 제9조제3항 공공기관은 제1항 각 호의 범위에서 해당 공공기관의 업무 성격을 고려하여 비공개 대상 정보의 범위에 관한 세부 기준을 수립하고 이를 공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본 질의 내용은 위에 전술한 내용과 같이 동법 제1항의 범위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바, 귀부에서 국민의 정당한 권리인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한 이유는 납득되지 않음. 

6. 또한 해당 내용은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가 발언한 내용을 신문기자가 취재하여 보도한 것이라고 하는데, 본 질의는 전문가의 표현의 자유나 기자의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 의도가 아니라, 해당 발언 중 “보건복지부가 장관명의로 한의사는 대한민국에서 의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세계의학교육단체로 보냈다” 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의 의료인의 면허 범위를 다시 정립해야 할 정도로 매우 시급한 사항이라 판단되어 이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다시 한 번 해당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함.

위와 같은 본 회의 이의신청에 보건복지부는 “귀하께서 요청하신 정보는 국제기구에 대한 국가기관의 의사표시로 외교행위에 준하여 평가할 수 있는 정보에 해당되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제9조제1항 제2호 의거 비공개하고자 함을 통보드립니다”라고 매우 무성의한 답변을 보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답변에서 본 회는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세계의학교육단체로 발송된 보건복지부 장관 명의의 서한이 존재한다는 점과 그 서한에는 공개하기 어려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만약 해당 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보건복지부에서는 그러한 사실이 없고 해당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을 것이며, 그 내용이 공개되어도 전혀 문제가 없는 보편 타당한 내용이었다면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의사협회 부회장이 토론회에서 한 발언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지며, 서한의 내용은 보건복지부와 한의계가 상의해서 작성하였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구체적인 내용도 보건복지부와 한의사협회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 한의사들의 의과의료기기 사용 시도 문제나 불법 PA 의료행위 문제 등 의료인 면허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이슈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하여 이를 조율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보건복지부가 스스로 면허체계를 부정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만약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한민국에서 한의사는 의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보낸 것이 사실이라면, 국가 보건의료체계를 관리하고 지켜야 할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밝힌 것이 되므로 즉각 국민 앞에 사죄하고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다.

본 회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보건복지부와 한의계는 발송된 서한의 내용을 거짓 없이 공개하면 될 것이다. 특히 관련 내용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언급한 한의사협회의 경우에는 최근 한의학을 재정의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는 마당에 서한의 내용을 공개 못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본 회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보건복지부가 발송한 서한의 내용이 공개되도록 할 것이며, 공개된 서한에 의료인 면허체계를 부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사실이라면 보건복지부 및 정부에 대한 강력한 투쟁의 명분을 얻은 것으로 생각하고 행동에 나설 것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2018년 12월 10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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