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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ULTURE

박기호 사진전 《그 이후… Silent Boundaries》

8월 25일-10월 20일, 한미사진미술관 19층 제1,2전시실




한미사진미술관은 오는 2018년 8월 25일부터 10월 20일까지 총 8주간 박기호의 개인전 《그 이후…Silent Boundaries》를 19층 제1,2전시실에서 개최한다. 



1973년, 13살에 미국으로 떠나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사진학과를 졸업한 박기호는 포토저널리스트로 출발해 1987년부터 20년간 국내에서 외신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이후 국내외 광고 상업사진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그가 한국에 체류하며 누구의 의뢰도 아닌 자신의 작업으로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행시킨 이번 《Silent Boundaries》연작(2013~2017)은 작가로서의 행보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작업이다. 



물론 2007년 첫 개인전을 통해 소개된 《Photography & Texture》연작이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전역의 비어 있는 점포를 촬영한 《Everything Must Go》연작 역시 그간의 박기호의 커리어와 구분되는 예술사진으로의 확장을 보여주었지만, 이번 《Silent Boundaries》시리즈는 가장 작가다운 요소들 그러니까 그의 어릴 적 기억과 사적인 감성이 응축되어 작품의 형식과 내용면에 오롯이 반영된 시리즈라는 점에서 작가 박기호를 가장 잘 나타낸 대표연작이라 부를 만하다.

게다가 저널리즘과 상업주의를 오간 그의 경험이 농익어 나온 이번 연작은 “보도사진의 성실성과 상업사진의 세련미”(한윤정, 「낡고 오래된 것의 새로움」, 『Silent Boundaries』, 2018)를 동시에 갖춰 명실공히 그의 사진 인생30년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연작이다.
 


《Silent Boundaries》연작은 박기호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년 동안 철거를 앞둔 재개발 지역을 촬영한 시리즈이다. 작업은 서울 돈의문에서 시작해 미아동, 북아현동을 거쳐 길음동에서 끝이 난다. ‘고요한 경계’란 제목은 어느 날 소리 소문 없이 재개발 지역으로 묶여 구분이 되어 버린 이 지역들의 물리적 ‘경계’를 의미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어느새 철거민들의 삶에 드리워진 시간의 ‘경계’를 의미할 수도 있다. 



사실 대도시 재개발 지역이란 소재는 예술사진 안에서 수십 년간 무수히 반복되고 변주된 주제다. 

그런 주제를 괘념치 않고 선택한 박기호에게는 변별력 있는 작가시선과 아버지(서양화가 고 박고석)가 직접 지은 집에서 자란 어린 시절 기억에서 비롯된 대상을 바라보는 그만의 감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시선은 재개발이라는 사건 자체보다 재개발이 남긴 흔적들에 꽂혀있다. 빈집에 남은 구조와 물건들은 은유와 상징의 방식으로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한편, 그 자체로 세련된 형식미를 지녀 특별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주와 철거라는 사회적 맥락을 적극적으로 사진에 담지 않고 순수한 이미지가 제공하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 박기호의 재개발 사진이 갖는 개성이다. 

그런 이미지를 코팅된 잉크젯 인화지 대신 한지에 프린트하는데, 한지에 잉크가 은은히 스며들어 만들어낸 소박한 색감의 이미지들은 그 자체로 작가의 어릴 적 기억과 중첩되는 철거현장을 향한 작가의 감성, 다시 말해그리움과 정겨움을 구체화시켜주는 메타포이다.



한지를 주 표현매체로 삼아 작업하는 사진가들이 여럿 있지만, 박기호만큼 한지의 특성과 작업의 소재, 작가가 구현시키고자 하는 내적인 심상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그의 사진은 ‘사라진’ 과거의 흔적이지만, 그가 발견한 삶의 흔적들, 즉 피사체와 맺었던 경험 속에 ‘남아있는’ 기억과 추억의 자국이기도 하다. 관람객들은 이 기억의 숲을 거닐며 우리의 ‘사라진’ 과거, 하지만 우리의 의식과 감각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그때/그곳을 곱씹고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를 기념해 사진집이 함께 발간될 예정이며, 대상별 흥미로운 전시연계프로그램 또한 준비되어 있다. 

 



작가약력

사진가 박기호는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가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귀국해 20년 동안 한국에서 『타임』, 『비즈니스 위크』, 『포천』, 『포브스』 등 세계적 잡지와 다양한 대기업 광고 사진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작업했다. 

2007년 인물 사진에 오브제를 덧붙여 3차원적 사진을 시도한 《Photography & Texture》연작으로 첫 개인전을 가진 뒤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모교인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작품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전역의 비어 있는 점포를 촬영한 《Everything Must Go》연작을 미국 보스턴과 뉴욕에서 발표했다. 

그 후 한국에 들어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정과 추억을 가지고 철거되는 재개발 지역의 빈집들을 4년 동안 촬영했다. 이 작품들은 2016년 《What we left behind》라는 제목으로 프랑스 리슐리유에서 전시됐다. 

연세대학교 송도 국제캠퍼스와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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