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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리는 10만 의병(義兵, 醫兵) 챌린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대집입니다.

우리나라 병의원의 문턱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소위 의료접근성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수준은 타의추종을 불허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병의원을 찾는 일에 아무 걸림돌이 없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당연한 것은 마치 공기와도 같아서 평소에는 그 가치를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당연한 것이 유지되기 위해 누군가는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세계가 부러워하고 벤치마킹하려는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이면에 곪아 터져가는 의료계의 실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접하시는 뉴스들을 통해 의사들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신 분들도 많이 계시는 줄 압니다. 진료실을 지켜야 할 의사들이 왜 연일 거리로 뛰쳐나오는 걸까요? 한번쯤 그들이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하는 의문 또는 호기심 가져보신 적 없으십니까? 단순히 기득권층의 밥그릇 싸움쯤으로 치부하신다면 그 어느 직종인들 그런 측면이 없겠습니까. 의사들의 울부짖음은 결코 그런 차원이 아닙니다.

너무도 당연한 사실입니다만, 의사들은 최선의 진료를 다해서 아픈 환자를 최상의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꿈꾸지 않습니다. 의학적 판단에 따라 환자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될만한 처방을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가로막힙니다. 규격화된 제도의 틀에 맞지 않으면 의사의 판단 따위는 쉽사리 무시되곤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의료제도와 건강보험제도는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습니다. 

문재인케어에 반기를 드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게 되면 최선의 진료는 더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의료의 질이 하향평준화 될 게 불 보듯 뻔합니다. 국민들이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저희 의사들은 양심상 허락할 수 없습니다. 

의사들의 꿈은 소박합니다. 진단에 따른 소신 진료를 제한 없이 하고 싶을 뿐입니다. 저는 건강한 국민들이 건강한 사회와 건강한 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저희 의사들이 최대한 기여하고 선도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저희 존재의 이유이고 삶의 보람일 것입니다.

그동안 저희 의사들 스스로 국민 여러분 곁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에 소홀했다는 점 깊이 반성합니다. 저희의 정당한 주장들이 언론과 여론을 통해 뒤틀린 뉘앙스로 확산되는 것을 목도하면서, 저희의 진심을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앞으로 여러분께서 고민하시는 건강문제들, 포털이나 검증 되지 않은 곳에 묻지 마시고 저희를 찾아주십시오. 그간 모든 불합리와 부당함을 감내하고 스스로를 속여가며 진료실에서 묵묵히 환자 진료만 해왔지만, 이제 더 이상 방관하고 방치하지 않겠습니다. 국민건강의 수호자로 거듭나겠습니다. 

조선 선조 때인 1583년 율곡 이이 선생은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10만 양병설’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율곡 선생의 10만 양병설처럼 이제 우리 의사들고 국민건강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의료체계의 확립을 위해 10만 의병이 돼야 합니다.

국민의 건강을 최전방에서 지키는 병사로서의 의사만이 아니라, 잘못된 의료 제도를 고치기 위해 힘쓰는 의로운 병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10만 의병 챌린지’를 시작합니다. 국민에게 의사들이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각자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국민들에게 의료와 관련한 조언을 드리자는 것입니다.

암 전문의 선생님은 암에 대한 조언을, 고혈압 전문가는 고혈압에 대해 조언을 드릴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조금 더 친근한 의사, 국민과 더욱 가까운 이웃같은 의사가 되고자 합니다. 국민과 하나가 될 때 우리는 국민의 건강뿐 아니라 건강한 의료제도를 지키는 의병이 될 것입니다. 그럴 때 뵐 때 비로소 국민들께서 의사들의 현실을 헤아리실 수 있게 되실 것입니다. 10만 의병 챌린지의 두 번째 출연자는 충남대병원에서 일하시는 가정의학과 박종혁 선생입니다. 감사합니다.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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