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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성명서] 의료사고를 이유로 의사면허 취소하려면, 강제지정제 철폐하고 의사의 의료행위 중단 및 진료거부권도 신설하라!




대한변호사협회는 2018. 4. 27. 국회 의원회관에서‘의사의 형사범죄와 면허 규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을 주제로 심포지엄 개최를 추진 중이다.

대한변협은 이번 토론회에서 의료인이 의료사고로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의사면허에는 영향이 없는 현재의 법률 형태를 지적하고, 의료법 개정 필요성 여부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대한변협에 묻는다. 만약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변호사가 원고나 피고인 측에 대한 소송대리를 수행하다 패소한 경우 그 변호사자격을 취소하는 법률안이 발의된다면 대한변협은 이에 대해 어찌 대응할 것인가? 일반인이 잘 알 수 없는 전문적 영역에 관한 법 개정은 자칫하면 국가의 필수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영역을 붕괴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할 것인가?

그렇다면 의료는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통상 국가 차원에서 의사면허증 소지자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10년 이상 소요되고 있으며, 이렇게 키워진 의사라 하더라도 임상에 있어서 실력을 인정받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년이 더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실력 있는 의사가 되면, 실제 치료가 불가능한 난치병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진료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 의사들은 그것을 숙명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변협의 주장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나라에서 실력 있는 의료인은 그 면허를 취소당하는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되고, 방어진료를 하는 의료인은 살아남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은 환자가 중증질환이든 경증질환이든, 설사 임종직전의 환자라 하더라도 의료를 중단하거나 진료를 거부할 수 없게 하는 기본 원칙을 가지고 있으며, 아울러 의료영역에 있어서는 업무상 과실이라는 사유 또한 피해자의 생각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한변협이 추진하는 것처럼 업무상 과실이라는 사유로 인해 의료인의 면허취소까지 발생케 한다면, 의료인은 향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분쟁상황을 대비하여 중증질환자를 기피하고 경증환자 진료만을 진료하거나 더불어 분쟁이 적은 보험환자가 아닌 미용환자만을 진료하는 풍조를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으며, 그 의도가 어찌되었건 방어진료 양산을 촉진하고, 외과나 산부인과 등 의학의 핵심 영역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작용, 결국 전공의 지원 기피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정부가 국민적 요구에 의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권역별중증외상센터의 심각한 위축을 초래해, 제2의 이국종 교수는 더 이상 나오지도 나올 수도 없는 의료현실이 초래될 것이다.

법에 있어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단체인 대한변협이라면 해당 법의 시행으로 인해 국민에게 초래되는 위험 정도는 익히 파악하고 위와 같은 위험한 주장을 해야 했던 것은 아닌가?

무릇 행정처분은 추구하려고 하는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 최소한으로 사용되어야 하며, 이에 의사에 대한 면허취소 규정은 면허제로 운영되는 우리 의료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정도의 문제 행위에 대하여만 선별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 의료법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형사사건으로 의료인이 금고이상의 형을 받으면 무조건 면허취소를 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국회는 입법과정에서 심도 있는 검토와 논의를 통해 의료인이 업무수행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 등에 따른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하여는 면허의 불이익을 주지 말자는 입법적 결단을 통해 2000. 1. 12. 의료법을 현행과 같이 개정했던 것이다.

우리 의사들은 같은 전문가단체로서 작금의 상황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이러한 대한변협과 국회의 움직임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지금 당장 해당 심포지엄 및 개정안 추진을 중단해 줄 것을 엄중히 촉구하는 바이다.

또한 만약 대한변협이 위와 같은 주장을 지속하려 한다면, 의사들이 더 이상 의료사고의 개연성이 높은 환자를 진료하지 않을 수 있도록 법의 전문가로서 건강보험 강제지정제 철폐, 의사의 의료행위 중단 및 진료거부권 신설도 주장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바이다.


2018. 4. 25.

제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 최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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